[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국무총리. 그의 남자들은 21대 총선에서 얼마나 살아남을까. 이 총리 주변에는 총리실 출신과 호남인맥이 주축을 이룬다. 그가 '여러 주자 중 하나'를 넘어 여권 실세가 되고 대권에 도전하려면 당내 조직 구축이 필수다. 최대한 많은 측근을 당선시켜야 하는 이유다.
10월3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총리는 현재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가 여권 실세가 되고 대권에 도전하려면 당내 조직 구축이 필수다. 사진/뉴시스
'최장수 총리' 도운 이상식·지용호·배재정
이낙연 사람의 핵심은 총리실 출신들이다. 이 총리는 4일 기준 888일째 재임 중이다. 87년 민주화 이래 최장수 총리 기록이다. 총리실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은 이 총리와 접점이 클 수밖에 없고, 선거 때 어떻게든 인연을 강조할 걸로 보인다. 당선된 후엔 이 총리의 핵심 조력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공무원 출신인 이상식 전 총리실 민정실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대구 수성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곳은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17대 이후 내리 4선을 했을 정도로 보수성이 강하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선 바로 옆의 수성갑에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당선된 바 있기에 싸움은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지용호 전 정무실장도 서울 동대문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여기는 3선의 민주당 민병두 의원 지역구여서 당내 경선부터 치열할 전망이다. 배재정 전 비서실장(19대 국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은 부산 사상에 도전한다. 그는 20대 총선에서도 이곳에 출마했으나 한국당 장제원 의원(당시 무소속)에 1869표 차이로 패한 바 있다.
2016년 4월11일 20대 총선을 이틀 앞두고 부산 사상구 럭키아파트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배재정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배 전 실장은 '친문'으로도 꼽히고 있어서 차후 그가 국회에 입성하면 이 총리와 친문계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배 전 실장은 부산일보 기자로 18년간 재직하다가 2007년 퇴직한 후 19대 때 비례대표로 정계에 '깜짝' 입문했다. 당시 배 전 실장 영입엔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으로 배 전 실장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 부실장 겸 수행2단장을 했다. 국무총리실 최초로 여성 비서실장을 맡게 된 것도 이 총리의 발탁보다는 문재인정부의 여성인재 중용 방침에 힘입은 바 크다. 그가 출사표를 낸 사상 지역구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곳이기도 하다.
이 총리 지역구 승계한 이개호 의원 등 호남인맥도
현역 중에선 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이낙연 사람으로 분류된다. 재선인 이 의원은 이 총리가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 전남지사로 출마하자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여권에 따르면 둘은 지역구를 승계한 것 외에도 정치적으로 인연이 깊다.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출신인 이 의원이 처음 총선에 도전한 건 19대 때였다. 당시 그는 담양·곡성·구례 지역구를 노렸으나 선거구가 담양·함평·영광·장성으로 조정되면서 3선의 이낙연 후보와 당내 경선을 하게 됐다. 이 의원은 경선에서 이 총리에게 졌으나 결과에 승복하고 이 총리의 선거대책본부 고문을 맡으며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 이를 계기로 둘 사이가 각별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도 국회에 입성한다면 명실상부 '이낙연계 좌장'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8년 11월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3회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사진 오른쪽)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호남의 다른 일부 의원들도 직접적으로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나 심적으로는 이 총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기도 하거니와 현재까지 거론되는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유일한 호남 출신이어서다. 호남인맥과의 교분은 이 총리가 정계로 진출한 과정과도 관련됐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야당 정치인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동교동계와 친분을 쌓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이를 바탕으로 동교동계에 얽힌 인맥과 가깝다. 특히 이 총리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의 인연 덕에 차후 손학규계로 분류된 인사들의 조력을 받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그는 2010년 손 대표가 민주당 대표일 때 당 사무총장을 했고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땐 손학규 캠프에 참여한 바 있다.
넓은 인맥 불구하고 '내가 이낙연 사람이다' 적어
인맥이 두루 넓다는 건 반대로 '자기 사람'이 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고 당내 친문계의 입김이 큰 상황에서 이 총리가 조직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총리에 대한 높은 선호도 역시 어쨌든 문재인정부의 총리라는 데 기인한 게 사실이다. 당내에선 '비문'을 자처할지언정 이낙연 사람으로 알려지는 게 좋을 건 없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복수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 임기가 절반 남았는데 이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조직을 운운하는 말이 나오는 건 마냥 좋은 일이 아니다"라면서 "가뜩이나 조국 사태로 레임덕 논란이 나오는 마당에 자칫 정권의 '역린'을 건드리면 이 총리나 그의 조직에 모두 안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더구나 민주당에선 내년 총선을 친문계가 주도해 치르게 되고, 어쨌든 문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놓고 이낙연 사람으로 꼽히는 것엔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도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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