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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바이오업계와 상생하는 투자문화 만들 것"
이은석 데일리파트너스 상무
설립 1년만에 운용자산 1200억 돌파 …상반기 2000억 '눈앞'
2019-05-07 06:00:00 2019-05-07 08:10:16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펀드매니저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됐다. 업계에서도 생소한 바이오전문 벤처캐피탈(VC)인 데일리파트너스의 이은석 상무 얘기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헬스케어산업 성장을 공부하며 우리나라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성장 가능성에 눈을 떴다. 인구 노령화와 각국정부의 재정위기로 인한 사회복지부담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개화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는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국내바이오기업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은 사이클이 길어 장기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해 결국 지난해 VC에 뛰어들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바이오전문 VC로, 현재까지 총 1200억원의 AUM(운용자산)을 돌파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반기 20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데일리파트너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바이오산업의 특성과 매력, 투자철학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이은석 데일리파트너스 상무는 교보악사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시절 금융위기를 거치며 글로벌 정부의 재정난과 인구노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등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1%에 불과했던 한국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매력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이승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현재 데일리파트너스 대표)와 지속적으로 산업에 대해 공부하고 의견을 나눴다. 이를 기반으로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했다. 이 상무는 "해가 거듭할수록 교류하는 기업들이 성장하며 질적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 이런 기업들을 비상장 시절에 투자했다면 더 크고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지난 1월 애널리스트 초청 대전 유망 바이오기업 IR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데일리파트너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는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은 단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게 됐다. 바이오헬스케어 상장기업들의 주가는 높은 변동성이 특징인 탓에 매니저 입장에서 주식형펀드 운용에 이런 철학을 실천해 옮기기 만만치 않았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VC로써 바이오헬스케어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승호 대표와 의기투합해 바이오전문 VC인 데일리파트너스를 시작하게 됐다. 이달로 설립 1주년을 맞은 데일리파트너스는 지금까지 총 1200억원의 AUM(운용자산)을 확보했다. 삼성증권, KEB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 제약바이오 기업, 일반법인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했다. 데일리파트너스에는 각계 전문가가 포진하고 있다. 벤처캐피탈리스트(권인호 상무), 펀드매니저(이은석 상무), IB뱅커(정한호) 등의 금융전문가를 비롯해 의사와 약사 등 바이오 전문가들도 뜻을 모았다.
 
데일리파트너스는 현재까지 '데일리임파워링바이오헬스케어펀드1·2호', 데일리스완슨바이오헬스케어펀드1·2호' 등의 펀드를 결성했다. 341억원 규모의 임파워링1호 펀드을 통해 △지노믹트리 △셀리드 △수젠텍 △와이바이오로직스 △SCM생명과학 △제노플랜 △토모큐브 △지아이이노베이션 △바이오오케스트라 △3DMV △엠디뮨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8월22일 결성한 후 지난 4월말 기준 75%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스테이지 · 업종 분산해 포트폴리오 구성
 
바이오헬스케어산업 투자는 미래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할 수 없어 리스크도 크다. 유형자산보다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전문투자자들이 이러한 리스크를 모를 리 없다. 대표펀드 포트폴리오 구성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다. 이 상무는 "바이오헬스케어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펀드 내 투자대상 기업들의 스테이지 분산과, 신약과 비신약 분야로 나누어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파트너스의 간판펀드인 '임파워링 바이오헬스케어펀드시리즈'는 기업이 벤처캐피탈(VC)로부터 첫번째 투자를 받는 시리즈(Series) A단계부터 B·C단계, 그리고 기업공개 직전의 Pre-IPO와 상장사 메자닌 단계까지 골고루 투자한다. 기업의 성장주기를 스테이지별로 분산한다는 얘기다. 이 상무는 "투자대상 기업들을 스테이지별로 분산해, 기업 성장곡선에 고루 분포시킨다"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수익이 차곡차곡 쌓이는 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약과 비신약(헬스케어)으로 나누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원칙이다. 그는 "신약은 투자위험이 크지만 고수익을 가져다주고, 의료기기는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업종 특성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투자심사를 위해 9명의 심사역이 총출동한다. 바이오헬스케어산업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그는 "1년간 호흡을 맞추다 보니, '케미'가 생기면서 효율적인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투자의사를 결정할 때는 역시 기술력을 우선으로 본다. 이 상무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기술 우위력과 혁신성을 중심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력만큼 중요한 것이 '사업화 능력'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상무는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성장을 위한 건전한 조언과 비판도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오픈마인드를 가진 기업이 성공하는 것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창업초기 및 상장 이후 기업도 주목
 
데일리파트너스는 장기적으로 국내외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적인 VC영역이라 일컬어지는 시리즈 A·B·C에 해당하는 기업 외에도 창업 초기와 상장한 기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PEF(사모펀드), 엑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잇달아 취득한 것도 이를 위한 것이다. 이 상무는 "비상장기업 뿐 아니라 상장기업 역시 우리와 가치관, 철학이 맞는다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데일리파트너스는 신생 바이오기업 여건상 갖추기 힘든 회계, 법률, 금융, 인사 등 기업을 이루는 데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지원하고 조언하면서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데일리파트너스가 바이오기업과 투자자, 연구자들을 한데 엮고 교류하는 네트워킹 행사에 공들이는 것도 업계와 상생하기 위한 것이다. 투자자 연계를 위한 IR행사와 삼성증권과 공동으로 주최한 바이오 CEO포럼, 서울대학교와 함께한 인큐베이팅데이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 상무는 "투자자로서 바이오업계와 상생하며 건설적인 투자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에는 모태펀드에 선정되면서 매칭작업을 통해 '데일리 왓슨 바이오헬스케어펀드 1호'와 한 제약사가 출자약정한 펀드를 결성 중이다. 200억원 규모 '데일리 스노우볼바이오헬스케어펀드1호'는 비상장 구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일반적인 세컨더리펀드는 상장을 앞둔 기업의 구주에 투자하지만 스노우볼펀드는 초기부터 후기까지 투자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데일리파트너스에 바이오벤처의 기술력과 성장성 평가 요청 뿐 아니라 제약·바이오사의 투자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성과보수 1%를 LP(출자자)와 GP(운용자)명의로 소아암 환자에게 기부할 계획이다. 아직 펀드 회수 실적은 없지만 일정 기준에 도달해 펀드를 회수하면 성과보수의 일부를 바이오 생태계에 환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상무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에 투자하고 있지만 의료서비스 수요자인 환자에게도 기여하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회사의 구성원이 이에 동참하고 업계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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