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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BTS '예술적 자의식', 글로벌 열풍이 되다
'자기 통제권' 갖는 힙합에 음악적 뿌리…"BTS 현상 본질은 공감과 위로 메시지"
BTS: THE REVIEW|김영대 지음|알에이치코리아
2019-04-05 06:00:00 2019-04-05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왜 자꾸 딴 길을 가래 야 너나 잘해/제발 강요하진 말아 줘'(2013년 '2 COOL 4 SKOOL' 앨범 수록곡 'No More Dream')
 
갱스터 힙합의 강렬한 사운드로 등장한 그들은 '남의 꿈을 살지 말라' 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의 꿈을 생각해보라'(곡 'Intro: O!RUL8,2?')며 '일등 아니면 낙오로 구분'(곡 'N.O') 하는 세상의 그릇된 질서에 문제를 제기했다. '비싼 패딩 열풍'을 철 없는 젊음과 사회의 근본 문제로 연결 짓고('등골브레이커'), 의지가 없다며 '6포세대'를 매도하는 언론과 기성세대('쩔어')를 향해 날을 세웠다.
 
'금수저'와 '욜로', '자존감' 등 오늘날 청춘의 무수한 상징어들은 그들의 자의식과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왔고, 뒤섞여 '방탄소년단(BTS) 만의 음악'이 됐다. 음악평론가이자 문화연구자인 김영대씨는 신간 'BTS: THE REVIEW'에서 이러한 그룹 만의 음악성을 '주인의식'이라 칭하며 '글로벌 BTS 현상'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BTS를 둘러싼 대부분의 평가와 분석은 외형적인 것에 치중돼 있다. '기록'이나 '돈', '성과'를 기준으로 그들이 '왜' 성공했는지를 추측할 뿐, 정작 중요한 '본질'은 다루지 못하고 있다. 총 16장의 앨범을 수도 없이 돌려야 알게 되는 무엇이 있음에도 그것은 간과되고 흐려진다.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저자는 그룹의 전미투어 현장과 앨범 전부를 총체적으로 새로 분석해 이 책 안에 담았다.
 
BTS: THE REVIEW. 사진/알에이치코리아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Fly'를 듣고 자란 이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비트를 찍고 랩 가사를 써냈다. 일인 프로듀서 독재 하에 이뤄지는 여타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BTS 멤버들은 음악에 '주인 의식'을 갖고 작업에 참여했다. 프로듀서 방시혁과 피독은 이들의 전문성만 보완하는 방향으로 지원할 뿐이었고, 멤버들의 개성을 굳이 통제하려 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랩 가사와 음악에 자기 통제권을 갖는 '힙합 문화'와 연결시켜 "처음부터 힙합 그룹의 의도에 가까웠다"며 "거칠고 투박하며 종종 어설펐지만 그들의 음악은 솔직함과 진정성으로 가득했다"고 설명한다.
 
자기 통제권을 갖는 BTS 음악에는 멤버들 자의식이 고루 반영돼 있다. 사랑과 연애에 관한 가사도 있지만 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성찰적, 철학적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RM과 슈가, J-HOPE은 각자 자신의 믹스테이프로 더 솔직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드러낸다. 주도적인 삶, 아이돌이라 폄하하는 헤이터들에 대한 비판, 꿈과 성공에 대한 고민, 자기애와 자기 긍정 등의 메시지가 동시대의 청춘들을 끌어안고 위로한다. 저자는 "그것은 1960년대 잭슨 파이브부터 오늘날 케이팝까지 이어져 온, 특정 제왕적 프로듀서가 재능 있는 멤버들을 뽑아 훈련시키던 '만들어진 팝'이 아니었다"며 "BTS는 그들이 직접 쓰고 부른 노랫말로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해 낸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그래미 시상식에 초청된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뉴시스
 
BTS의 '탈 아이돌' 방법론은 케이팝에 대한 미국의 고정관념을 서서히 바꿔나갔다. 저자는 2014년 BTS가 미국 거장 래퍼들과 만나던 국내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BTS 현상'과 '미국 아미(BTS 팬덤) 결성'의 단초로 본다. 당시 음악을 대하는 어설프고 순수한 이 신인 BTS의 모습에 현지 팬들의 관심이 촉발됐고, 같은 해 KCON 무대의 뜨거운 열기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 때부터 5년간 BTS의 미국 현지 공연을 취재하며 세계 각지에서 온 '아미'들과 인터뷰를 했다. 저자는 팬들이 '진실한', '진정성 있는', '노스탤지어틱한'과 같은 단어들로 BTS 만의 차별점을 설명하곤 했다고 말한다.
 
BTS의 '아티스트적 자의식'이 끌어낸 공감과 위로. 그것이 결국 저자는 BTS의 음악과 현상의 본질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힙합에 뿌리를 둔 이들의 '자기 이야기'는 팬들을 공감시켰고, 긴밀한 상호작용을 이뤄냈다. 자기 안의 어둠과 우울을 인정하면서도 패배주의로 나아가지 않는 노랫말들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전파되고,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화해시킨다. 저자는 "BTS의 자발성과 열정은 국가와 문화를 초월한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냈다"며 "음악의 보편성과 팬과의 긴밀한 관계성이 만든 시너지, 이것이 BTS 현상의 본질"이라고 요약한다.
 
책 중간에는 BTS와 함께 곡 작업을 했거나 BTS의 음악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이들은 "힙합과 아이돌이라는 이분법으로는 BTS를 설명할 수 없다(김봉현·힙합저널리스트)" 하고 "BTS 멤버들의 프로듀싱과 트랙 메이킹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인상적(브라더 수·작곡가)"이라 한다. "콧대 높은 미국에서는 BTS의 성공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제프 벤저민·빌보드 저널리스트)" 하거나 "자의식을 가진 아티스트로서의 성공이 뿌듯하고 자랑스럽지만 한국대중음악 전체의 성공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김창남·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들과의 대담을 통해 TV에서 보지 못한 BTS의 심연을 뚫고 들어간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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