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나온 코스닥벤처펀드가 비대해진 몸집과 달리 부작용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수급 교란을 야가한 데 이어 메자닌 발행에 따른 시장 혼란까지 이중고를 주고 있어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지난 2일 기준 공모와 사모를 더해 3조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초 처음 등장한 코스닥 벤처펀드는 출시 한 달여 만에 2조원을 넘게 끌어들였고 꾸준히 설정액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세제혜택과 기업공개(IPO) 우선 배정이라는 매력을 내세워 출시 이후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속출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는 IPO 우선배정 조건 충족을 위해 주식비중을 높였는데, 코스닥시장 하락과 맞물리면서 고스란히 손실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도 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경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된 이후 공모주 시장의 거품과 부진이 시작됐을 정도로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고 언급했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적용된 첫 공모 사례인 제노레이의 경우 당시 모집금액 105억원 가운데 30%를 코스닥벤처펀드에 할당했다. 문제는 조 단위 규모의 코스닥벤처펀드가 31억원의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서 쟁탈전이 벌어졌다는 것.
이 이사는 “물량을 받기 위해 소규모 기관투자자들은 더 높은 가격에 수요예측에 참여하게 되고, 결국 장내주식보다 비싼 공모주 시장이 형성됐다”며 “비싼 주식은 상장 첫날 투매로 이어지고,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보단 투기 시장으로 변질됐다”고 덧붙였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 과열에 따른 후폭풍도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처럼 남아 있다. 앞서 코스닥기업은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후 과도하게 메자닌을 발행했다. 코스닥벤처펀드가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으려면 펀드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의 메자닌을 포함한 신주에, 35% 이상은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인 코스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된 이후인 4월5일부터 5월23일까지 CB 발행총액은 1조3212억원(115건)으로 전년보다 249%나 증가했다.
최창규 연구원은 “코스닥벤처펀드는 상장주식보다 메자닌 투자를 자극했는데, 해당 메자닌의 주식 전환 등이 코스닥시장의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통해 전환가액도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돼 코스닥시장이 반등할 경우 수급 부담도 걱정거리가 될 전망이다.
증권사 연구원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뒤라서 단기적으로 매물이 나올 리는 없지만, 그 이후 물량이 쏟아질 우려는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공모, 사모)은 지난 2일 기준 3조28억원을 기록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행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코스닥 벤처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