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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베트남에 빠지다)총수가 직접 뛴다…"기회의 땅을 선점하라"
이재용·최태원·정의선 등 줄줄이 베트남행…투자 확대 약속
2018-12-20 07:00:00 2018-12-20 07: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베트남과의 경제 밀월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올해에만 10대 그룹 총수 중 절반가량이 베트남을 찾았다. 이들은 각사의 베트남 사업 현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베트남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향후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약속의 땅이 된 베트남에서의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대표적 기업은 단연 삼성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에서 TV,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완성된 박닌, 타이응우옌 산업단지는 하노이의 오늘을 있게 한 주역으로 꼽힌다. 정치 수도에 불과했던 하노이가 삼성의 투자 이후 급격한 성장을 거듭, 호치민에 버금가는 양대 도시로 성장했다. 베트남에게 '한국=삼성'인 셈. 삼성에게도 베트남은 중요한 거점이다. 박닌과 타이응우옌 공장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은 연간 1억5000만대로 삼성전자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휴대폰 및 부품이 베트남 최대 수출 품목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베트남과의 관계를 보다 강화하려 한다. 지난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베트남 방문 당시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1시간여 면담을 하면서 "베트남처럼 기업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해결해주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베트남에 대한 장기 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삼성 이외에 다른 그룹들도 저마다의 전략으로 베트남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앞장서 알리고 있는 사회적 가치와 인수합병(M&A) 역량 등을 내세운다. 지난 9월 현지 투자를 위한 법인 'SK 베트남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이 회사를 통해 베트남 최대 식료품 전문 생산업체 마산그룹 지주사 지분 9.5%를 5300억원에 매입했다. SK는 마산그룹과 함께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전략적 M&A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같은 결정 직후인 지난 11월 최태원 회장은 직접 베트남을 찾았다. 그는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면담에서 "마산그룹 투자를 시작으로 민간기업과의 협력 증진을 추진 중"이라며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이 가속화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베트남 맹그로브 숲 복원사업 지원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베트남에서도 사회적 가치 설파를 잊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베트남 현지 기업 탄콩그룹과 설립한 생산합작법인 HTMV를 통한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당초 현대차는 탄콩에 차량 위탁 생산을 맡겼지만 지난해 3월 탄콩으로부터 HTMV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자본금 66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웠다. 현대차가 동남아에서 현지법인과 처음으로 세운 합작법인이다. 지난해 5월부터 차량을 생산하기 시작한 HTMV는 올 들어 생산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도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가 될 이 곳을 크게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HTMV를 직접 방문해 조립라인 등을 점검하고 현지 근로자들과 공장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한 제2조립공장 부지를 찾아 생산설비 확대에도 힘을 실었다. 현대차와 탄콩은 지난 3월 제2조립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이 경우 HTMV의 생산량은 2배 이상 증가한다. 
 
롯데는 베트남 유통시장 뿐 아니라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이달 초 베트남으로 경영 복귀 후 첫 출장에 나선 신동빈 롯데 회장은 푹 총리와 만나 "베트남 청년 스타트업 펀드를 설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베트남 청년을 위한 창업기금을 마련해 달라는 푹 총리의 요청에 대한 화답이다. 
 
한화는 베트남을 발판으로 글로벌 항공엔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6일 김승연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하노이 인근 화락 하이테크 단지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 엔진부품 신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7년 만에 베트남을 찾은 김승연 회장은 "이곳에서 실현될 첨단 제조기술이 베트남의 항공산업과 정밀기계가공산업 발전에도 기여해 양국 간 깊은 신뢰와 동반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화는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 그룹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4억달러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 이번 베트남 방문 기간 중에는 김 회장이 팜 느엇 브엉 빈 그룹 회장과 만나 "빈 그룹의 미션이 한화이 창업정신과 흡사해 양사의 파트너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 조현준 효성 회장이 지난 2월 베트남을 방문해 푹 총리와 만났다. 당시 조 회장은 "효성은 베트남 북부·중부·남부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글로벌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라며 향후 사업 확장 의지를 다졌다. 이재현 CJ 회장도 지난 5월 7년만에 CJ 베트남 지역본부를 찾았다. 베트남은 CJ제일제당 등 12개 사업 부문이 총 3억달러를 투자한 곳으로 이 회장이 '제3의 CJ' 건설하겠다고 공언할 만큼 애정이 깊은 지역이다. 허창수 GS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지난 9월 '베트남 경제계 미션단'을 이끌고 베트남을 방문해 한-베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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