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오락가락…진에어 불확실성 연장
김현미 "법률검토 끝났다"더니…여론눈치에 책임회피 급급
2018-07-01 16:18:07 2018-07-01 16:18:0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불법 등기임원 등재로 항공운송면허 취소 위기에 몰렸던 진에어에 대한 처분이 미뤄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진에어에 대한 징계 결정을 연기하고 청문회 등 법적 절차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조양호 한진 회장 일가의 갑질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저비용항공(LCC) 시장의 충격파, 고용문제 등을 놓고 제재 수위를 고민한 모습이다. 당초 '엄정 대처' 으름장을 났던 것과 비교해 맥 빠진 결과가 나오면서, 국토부가 여론 눈치를 보며 책임 회피에만 골몰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당장 진에어의 불확실성은 연장됐고, 시장도 혼란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국토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정렬 2차관 주재로 브리핑을 열고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 문제가 불거진 진에어에 대한 행정처분을 연기하고, 처분을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에어에 대한 처분은 진에어 등이 포함된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와 면허자문위원회 등의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국토부는 의견 청취 기간을 두 달 정도로 보고 있으나 일정은 확정된 게 없다. 의견 청취와 면허자문위원회 판단에서 새로운 쟁점이 부각될 수도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 조 전 전무는 미국 국적자임에도 2010~2016년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 "외국인은 국적항공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는 항공법령 위반이다. 항공사의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이에 면허취소 또는 영업정지 등의 고강도 제재가 예상됐다. 그러나 국토부의 결정 사실상 '현상 유지'였다. 이는 진에어 사태에 엄정 대처를 약속한 김현미 장관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지난 4월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이 보도되자 명품 밀반입 의혹 등 한진 총수일가의 갑질과 불법비리가 연이어 폭로됐다. 이 과정에서 진에어의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 문제도 불거졌다. 김 장관은 이를 미리 못 밝힌 해당 부서를 강하게 질책했으며, 국토부는 뒤늦게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에어에 대해 오래 고민하고 법률자문도 받고 내부 회의를 여러번 거쳤다"며 "이달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해 제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처분 연기' 결정에 대해 국토부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지만, 여론 눈치만 살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에어를 당장 퇴출할 경우 진에어 직원 1900여명과 협력사 직원 등 총 1만여명의 실직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또 진에어가 면허취소에 반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정싸움의 부담을 져야 한다. 그렇다고 재벌가의 항공법 위반을 그냥 둘 경우 '재벌가 봐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김정렬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진에어에 외국인 등기임원이 재직한 것은 사실이고 면허 결격사유지만, (지금은 조 전 전무가 등기임원에서 물러나) 결격사유가 해소됐다는 상반된 결론이 도출됐다"고 말해 국토부 내에서도 진에어의 제재 수위를 판단하기 어려웠음을 에둘러 피력했다.
 
국토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업계는 "시장 혼란만 더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어떻게든 결론을 내렸어야 한다"며 "진에어 처분 결과에 따른 시장 변수만 가중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국토부의 시한부 판정 아니냐"며 "정부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들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경우 주주들의 피해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CC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인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국토부의 유착관계를 뜻하는) 칼피아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신규진입 사업자에는 기준을 엄격히 하고 기존 사업자의 퇴출을 유보하는 것은 불공정"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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