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출범 1년…연착륙 성공했지만 자본확충 어려움 지속
심성훈 행장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연말 풀뱅킹 시스템 구축"
"증자 힘들어 신상품 출시 어려워…비대면 주담대 만들고도 테스트만"
2018-04-03 14:39:27 2018-04-04 15:56:36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 1년을 맞이했다. 작년 4월3일 출범한 케이뱅크는 같은 해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함께 고객 편의성과 금리·수수료 혜택 등의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금융권에 파란을 일으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난 1년간 국내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톡톡해 해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서비스, 상품 출시 영역을 확대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풀뱅킹'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판 흔든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지점 운영비용을 고객 혜택으로 돌려준다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케이뱅크는 높은 가격 경쟁력과 편리성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았다.
 
특히 케이뱅크가 주목했던 것은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시장이다. 당시 시중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이 소홀히했던 중금리 대출 시장을 노린 케이뱅크는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뿐만 아니라 중간 수준인 고객을 위한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출범 당시 2200억원이었던 케이뱅크의 여신 총액은 작년 말 856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 3월 1조300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비중 역시 케이뱅크 자체 등급 기준인 4~8등급 고객이 59.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수신 역시 급성장했다.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존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과 달리 간단한 구조와 높은 금리 경쟁력으로 작년 4월 3200억원이었던 수신 총액은 작년 12월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 3월 1조29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이같은 인기 비결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과 금리 경쟁력, 수수료 혜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출범 초기에 출시한 '직장인K신용대출'의 최저금리는 2%대로 당시 은행권 평균 4%보다 낮았다.
 
이 같은 열풍은 케이뱅크의 수익성으로 이어졌다. 케이뱅크는 작년 8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이는 기존 목표인 1033억원 순손실에 비해 195억원을 낮춘 수준이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 역시 1.93%로 작년 국내 은행 평균인 1.63%보다 높다.
 
◆상품·서비스 다양화…연말 풀뱅킹 시스템 갖춘다
 
케이뱅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풀뱅킹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심 행장은 "작년 기존 금융시장에 없었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해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연착륙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고객 유입 채널과 제휴 채널을 다양화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연말에는 시중은행이 제공해왔던 풀 뱅킹 서비스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케이뱅크는 우선 이달 중 기존 은행의 해외송금 과정을 절반 이하로 줄인 초간편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수취 고객의 계좌번호만 알면 은행명과 은행 주소가 자동으로 입력되며 송금 진행 과정을 웹이나 앱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수수료 역시 송금 금액과 상관없이 업계 최저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심 행장은 "케이뱅크가 단일 수수료 체계로 운영 중인 만큼 송금액에 상관없이 업계 최저 수준인 5000원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 중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과 3분기 앱 기반 간편결제, 4분기 법인뱅킹 등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을 살려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주말이나 휴일에도 즉시 한도 조회와 대출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출 관련 서류 역시 은행 영업점에 방문할 필요 없이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신 DTI) 등의 전문상담 역시 24시간 365일 가능하다.
 
심 행장은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올해와 내년까지는 적자가 지속되고 2020년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새로운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면 어느정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에 막혀 증자 어려움 지속
 
출범 이후 가입자 확대에 성공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지만 케이뱅크는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규모를 늘리면서 자본 규제 등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은산분리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은산분리에 따라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이 최대 10%로 제한돼 있어 케이뱅크가 증자를 받기 위해서는 모든 주주가 보유한 지분율에 따라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안효조 케이뱅크 사업총괄본부장은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만든지 꽤 오래됐지만 자본 현황에 따라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 확충이 확정되면 언제든 출시할 수 있게 테스트만 해왔다"고 토로했다.
 
심 행장 역시 "새로운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증자 때문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케이뱅크는 당초 작년 말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증자가 다음달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심 행장은 "20개 주주사들의 자금 사정에 따라 차이가 있어 예상 시기보다 지연됐지만 다음달까지는 차질 없이 (증자가) 진행될 것"이라며 "아직 금액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 15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케이뱅크가 그동안 겪었던 자본 확충 어려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과거부터 은산분리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에 예외를 허용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반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심 행장은 "김 원장께서 기관장으로서 조화와 균형을 중점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보겠다고 한 점에 기대하고 있다"며 "저희는 은산분리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열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3일 출범 1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케이뱅크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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