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자본건전성 강화에 따른 충당금 확대 등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에도 저축은행 업계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카드업계는 수익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양 업계의 희비가 갈린 이유로 정책금융 취급을 꼽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맞춰 사잇돌 등 정책금융 매출을 확대한 반면, 카드업계에서는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국민·우리·하나 등 은행계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1382억원으로 전년(1조2180억원)보다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의 경우 7159억원에서 9138억원으로 1년새 27.6% 증가했지만,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전년 대비 11.5% 감소한 6338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800억원, 하반기 1000억원 규모의 비자카드 주식을 처분해 일회성 이익을 봤다.
이밖에도 KB국민카드는 전년 대비 6.4% 감소한 2968억원, 우리카드는 7.5% 감소한 1012억원으로 기록했다. 비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롯데카드는 3분기까지 2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BC카드도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318억원에 그치며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중소·영세가맹점의 범위 확대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된 하반기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됐다. 신한·하나·KB국민·우리 등 은행계열 카드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9217억원에 달해 1년 전보다 51%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카드사의 하반기 당기순이익은 상반기의 절반 수준인 5000억원대에 불과했다. 특히, 4분기에 이들 카드사의 순이익은 총 225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4.2% 급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674억원으로 1년 전(8605억원)보다 24%(2068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00~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는 창사 최대였던 2016년 실적(740억원)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이밖에 OK저축은행(700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300억원), 애큐온저축은행(300억원), 유진저축은행(250억원), 웰컴저축은행(350억원) 등 모두 높은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카드사와 저축은행 업계의 실적이 크게 차이나는 데는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규제에 맞춰 수익 다변화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부터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사업자와 5억원 이하 중소사업자에 적용되는 가맹점 우대수수료를 각각 0.8%와 1.3%로 낮췄다.
카드사들의 수익은 크게 카드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 수익(신용판매 사업)과 카드론·현금서비스를 통한 이자 수익(대출 사업)으로 나뉜다.
이중 평균 가맹점 수수료는 2012년 2.27%에서 2014년 2.10%, 지난해 상반기에는 1.89%로 내려갔다. 카드사가 지난해 상반기 가맹점에서 받은 수수료 1.89% 가운데 절반에서 80% 가량인 1~1.5%는 카드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할인 혜택과 포인트 등 마케팅 비용으로 쓰인다.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0.44~0.89% 가운데 0.4~0.5%는 카드 결제를 중개하는 밴사에게 지급하는 밴수수료로 빠져나간다. 결국 카드사가 받는 평균 1.89%의 수수료로는 마케팅 비용과 밴수수료만 빼도 적자거나 기껏 0.4%가 남는다.
신용판매 수익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수료 인하를 회복할 만큼 증가하지는 못하고 있다. 카드사의 신용판매 수익은 2012년 8조8494억원에서 2014년 9조9635억원, 2016년 11조601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경우 가계대출 총량규제 이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사잇돌 등 정책금융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며 실적을 확대했다. 지난해 3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실시하면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을 제한했기 때문이다.(상반기 5.1%, 하반기 5.4%) 다만, 금융당국은 사잇돌 등 저축은행에서 취급하는 정책금융은 한도 규제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 2조9000억원의 대부분을 정책금융으로 대체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중금리 신용대출 현황 공시에서도 상품 26개 중 10개가 사잇돌 관련 상품이었다. 이 기간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올린 페퍼저축은행의 사잇돌2를 비롯해 동원제일, 신한, KB, BNK, 웰컴, 현대, 모아저축은행의 사잇돌2 상품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IBK저축은행은 중금리 상품 중 사잇돌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도 늘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7조8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조3053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규제 본격화에 나름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며 실적이 좋아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수신기능이 없고 수익원이 한정된 카드사들의 경우 정부 규제 이외의 수익 다변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에도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카드사들은 수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본사와 SBI저축은행 영업점. 사진/각사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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