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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절벽'에 선 유통공룡…돌파구 찾기 나선다
오너리스크 해소한 롯데 '공격투자'…실탄 쏟아부은 신세계 '숨고르기'
2018-01-02 06:00:00 2018-01-02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지난해 소비침체와 사드보복 등에 시달린 롯데와 신세계(004170) 등 유통업계 주요그룹들이 올해는 정부의 규제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안간힘을 쏟을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오너리스크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만큼 올해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대대적 투자가 예상되는 반면, 지난해 다양한 신사업에 실탄을 쏟아부은 신세계그룹은 올해 '숨고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유통업계를 향한 정치권 및 정부의 규제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등으로 제한된 월 2회 의무휴업 대상을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고, '상업보호구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복합쇼핑몰 패키지 규제법안'이 발의돼있다.
 
아울러 복합쇼핑몰과 아웃렛 규제 강화 의지를 드러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최근 대형쇼핑몰을 '규제의 사각지대'라고 겨냥하며 대형 유통점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또, 정부는 올해부터 중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대형 유통점의 영업 및 출점에 대한 추가 규제를 예고했다. 이에 유통업계는 출점 절벽에 맞닥뜨렸고, 실제로 롯데, 신세계 등은 올해 신규 오프라인 점포 출점계획이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부의 규제압박이 가속화 될 전망이지만, 그룹별로는 오너가 의지를 내비친 신사업에 관련된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관측이다.
 
우선 롯데그룹은 오너 공백 우려를 한시름 덜은 만큼 신규사업 투자와 M&A 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근 경영비리 1심선고에서 실형 선고를 면한 신동빈 회장은 연말 연초를 일본에서 보내고 이번주 중 한국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롯데는 신 회장을 비롯해 핵심경영진이 법적 부담을 크게 덜게 됨에 따라 앞으로 그룹의 미래경영에 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그룹의 가장 핵심사안은 10조원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해외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롯데케미칼(011170)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ECC(에탄크래커설비) 및 MEG(모노에틸렌글리콜) 화학설비를 건설 중이다. 또한 4조400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사업도 진행 중이다. 롯데제과(280360)는 인도 북부지역의 업계 2위 아이스크림업체인 하브모어(HAVMOR)를 165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호텔롯데는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현대호텔(블라디보스토크 비즈니스센터)을 86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쇼핑(023530)은 베트남에 2조원을 투자해 2021년까지 복합몰 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해외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현지 정책에 따라 신속하고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만큼 오너의 신속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 회장의 올해 남은 재판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경영활동이 점쳐짐에따라 롯데의 해외사업도 빠르고 과감하게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다방면으로 투자가 진행된만큼 올해는 신사업 투자가 숨 고르기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까지도 '유통업의 위기'를 줄곧 강조하며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공격적 투자 기조에서 벗어나 중장기 성장을 겨냥한 이른바 '빅딜'용 현금 쌓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세계는 지난해 초 4조원대의 투자 계획을 공표하며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했다.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고양'을 개점했고, 신세계백화점이 시내면세점 사업 안착에 공을 들였다. 영국의 드러그스토어인 '부츠'를 한국에 들여오는 데 성공했고, 2015년 설립한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통한 화장품 사업 투자에도 본격 매진했다. 여기에 편의점 사업 '이마트24'에도 투자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초기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사업 특성상 당장 수익적인 부분에서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안았다. 이에 유동성을 고려한 투자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고, 신세계그룹 내부도 올해부터 선별적 투자와 현금 확보에 집중할 태세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된 '스타필드 청라' 등의 복합쇼핑몰 등 중장기 투자를 제외한 건들은 투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신세계 안팎의 관측이다. 오히려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을 통한 실탄 확보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실제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적자 이마트(139480)를 정리하고 코스트코 지분을 매각하는 등 기존 유통 채널의 수익 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과 이를 통한 실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유통업계 내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잡은만큼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고 수익성을 대폭 개선할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마트가 강점을 보인 트레이더스와 이마트몰 등의 온라인 투자는 올해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그룹에선 온라인 사업에 대한 투자를 최소 4~5년이 필요한 장기 투자로 보고 수익성과 무관하게 한동안은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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