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지난해 금융투자업계는 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수료 기반에서 탈피하자는 업계의 숙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증권사 5곳이 발행어음(단기금융), 종합투자계좌(IMA)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선정됐다. 증시가 7년의 부진을 빠져나오며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덕에 대폭 늘어난 거래대금은 업계의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자산운용업계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2018년은 도약할 시기다. 업계의 자본 확충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B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포부로 자본 확충에 나서 초대형 IB가 출범됐지만 자본규모와 기업금융 수준은 해외 주요 IB에 턱없이 못미친다. 현재까지 초대형 IB 5곳을 비롯해 총 7개 증권사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대형 증권사와의 자본 격차가 확대된 중소형 증권사들은 영업력에서 차별화를 끊임없이 주문받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를 시작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잇따르고 있지만, 올해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초, 업계 현안 대변 새 협회장 선출
금투업계는 연초에는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를 치르며 변화를 시작한다. 황영기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현재까지 정회동 전 KB투자증권(현 KB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등 총 4명의 인사가 출마를 공식화했다.
오는 4일 공모가 마감되면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에서 3~4명의 복수 후보를 추천하며, 25일로 예정된 회원총회에서 증권사 56곳, 자산운용사 169곳, 선물사 5곳, 부동산신탁사 11곳 등 241개 정회원사의 투표로 협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지난 3대 협회장 선거 때는 모두 5명의 후보자가 지원했으며 후추위에서 3명을 최종 선정했다.
현재로서는 현직 대 전직 최고경영자(CEO)의 대결이라는 구도 외에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없어 투표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일부 후보들은 자산운용업 또는 각 부문별 협회를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협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투자협회의 조직운영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2015년 취임한 황영기 회장은 오는 2월3일 임기가 끝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취임한 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초대형 IB 등 굵직한 현안을 대변했고 정책 당국과 각을 세워가며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만큼 차기 회장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자본 확대로 수익성 다변화 지속…단기금융업 2호 관심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투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7개다. 증권업계의 자본 확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대우는 단기금융업 심사 보류에도 불구하고 7000억원의 유상증자로 국내 최초 자본 8조원 IB를 준비하고 있다. 자기자본 8조원이 되면 초대형 IB의 2단계 업무인 IMA 사업을 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와 메리츠캐피탈 자회사 편입 등을 거쳐 덩치를 키웠고 지난해 11월 종투사에 지정됐다. 올해는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지속하고 헤지펀드 거래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를 확대할 전망이다. 1조원 이상 3조원 미만의 중대형급인 대신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신영증권 등의 행보도 주목된다.
종투사 7곳 중 5곳은 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에 해당한다. 당장은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발행어음사업(단기금융업) 타이틀을 거머쥘 곳이 어디냐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우선은 NH투자증권에 시선이 모아진다. 심사에 부담으로 작용한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되면서 금융당국도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올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준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금융(IB)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로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할 경우 높은 투자 마진을 얻을 것"이라며 "한국투자증권에 이은 두번째 인가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12월13일 증선위에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이 상정됐지만 의결이 미뤄진 바 있어 올해 증선위의 재논의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이유로 심사가 보류된 상태여서 상반기 심사가 재개될 지 관심을 모은다.
7개 대형증권사들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자본 격차가 커진 중소형 증권사들은 차별화된 영업력을 요구받고 있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게 허용된 일부를 제외하고 중형사의 사업구조는 대형사와 동일하다"며 "중형사는 영업기반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더욱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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