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는 검찰…MB 연내 조사 차질
김관진·임관빈 등 수하들 석방…방어권 차원 접촉 가능성
전병헌 전 수석 영장 기각…수사 장기화·정치적 시비 우려
2017-11-26 18:36:34 2017-11-26 18:59:3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구속적부심으로 잇따라 풀려나면서 순항하던 검찰 수사가 역풍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25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전 전 수석이 받고 있는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수수,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 등이다. 뇌물액수는 3억30000만원으로 특별법이 적용되는 거액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20일 전 전 수석을 불러 17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나름 범죄소명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피의자의 범행관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여지가 있는 점, 관련 자료가 대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이고 관련자들이 구속돼 진술 조작 등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낮은 점, 피의자가 도망할 염려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속영장 청구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즉각 “기각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강수사를 거쳐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전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고위직에 대한 수사로 여론의 집중을 받고 있다. 청와대나 여당은 전 전 수석에 대한 영장기각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무리한 청구가 아니었느냐는 말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군을 동원해 댓글 조작을 한 사건도 김관진 당시 국방부장관과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신광렬 형사수석부장)는 지난 24일 "일부 혐의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고, 현재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거나 증인 등 사건 관계인에게 위해를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출석을 보증할 만한 보증금 1000만원의 납입을 조건으로 하여 석방을 명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51부(재판장 신광렬)는 지난 22일 김 전 장관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와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피의자의 변소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장관을 석방했다.
 
이에 검찰은 장문의 입장을 발표하고 법원 결정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전 장관 본인이 혐의사실을 시인하고 있고 공범인 임 전 실장도 구속된 점,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사이버활동을 실행한 이모 전 심리전단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점 등에 비춰 김 전 장관에 대한 석방은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이라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증거 관계가 웬만큼 단단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현재의 법원 심사 기준에 비춰볼 때 구속영장이 발부된 본건에 있어서 구속 이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고, 공범에 대한 추가 수사가 예정돼 있음에도 혐의에 대해 다툼 있다는 취지로 석방한 법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한 법원의 석방 결정에 이같이 강력히 항의한 배경에는 그들의 배후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밑에 깔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블랙리스트 등 여타 의혹에도 연루가 돼 있지만 검찰은 ‘군 사이버사 댓글 조작사건’에서 결정적 혐의로 볼 수 있는 증거를 가장 많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사 댓글조작 부대 충원과 충원 인원에서 호남지역 인력을 배제할 것을 지시한 사람이 이 전 대통령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을 구속한 뒤 이들을 징검다리로 삼아 12월 부터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할 계획이었으나 두 사람이 석방되면서 수사는 장기전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검찰로서는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기다렸다는 듯 검찰을 비판하고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5일 논평을 내고 "이번 석방은 불구속 수사 및 불구속 재판 원칙을 무시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검찰이 망신주기식 구속을 남발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수도권의 한 고위 검찰 간부는 “이런 수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돼야 한다. 국정원 수사팀 등이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수사가 늘어지면 동력을 잃고 표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검의 한 고위 간부는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석방은 법원이 구속한 피의자를 법원이 풀어준 격으로, 지금 상황은 검찰과 법원 간 법리싸움 차원이 아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 진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검찰의 구속을 피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김관전 전 국방부장관·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왼쪽부터).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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