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대형 산업용재 마트 진출…중소업계 "총력저지"
서울 독산동 600평 규모 매장 "소매 DIY 진출" 해명…"골목상권 침해" 강력 반발
2017-11-08 15:44:52 2017-11-08 20:00:30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중소 산업용자재 업계가 유진그룹의 공구·건자재 사업 진출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다. 중소 산업용자재 업계는 매출액 2조 이상인 유진그룹의 시장 진출은 사실상 골목상권 침해라며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한국산업용재협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베어링판매협회, 안전보호구협회, 한국전동툴사업협동조합, 한국열쇠협회는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상권 보호를 위해 시장진출 저지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장호성 한국산업용재협회 회장은 "산업용품 종사자들은 영세하지만 그간 공구·건자재 산업의 근간을 만들었다. 그런데 유진그룹이 엄청난 자본력과 과거 하이마트를 운영했던 경험으로 독산동에 600평 규모의 전국에 100여개 매장을 확대 설립하려 하고 있다"고 "그동안 우리가 이뤄놓은 시장을 뒤늦게 힘으로 짓밟는 뻔뻔하고 몰지각한 행위로,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소상공인 생계를 위협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말했다.
 
중소MRO업체가 유진그룹의 산업용재 마트 시장 진출에 반발해 8일 간담회를 열고 총력저지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유진그룹은 레미콘을 주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기업집단으로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2조3452억원, 자산총액은 3조8138억원에 달한다. 유진그룹이 중소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내년초 산업용재마트 1호점을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600평 규모로 개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금천구 독산동은 가산공구단지와 시흥유통단지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지역이다. 비록 현재로선 B2C에 제한되긴 하나 유진그룹의 산업용재 시장 진출 시기 또한 2년이 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던 MRO 상생협약 체결 이후라는 점에서 공교롭다. 상호출자제한은 동반위 주최로 지난 8월 MRO 상생협약을 체결한 기업들인 LG의 서브원, 포스코의 엔투비, KT커머스, SK의 행복나래 등에만 해당한다. 또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매장 규모 3000제곱미터인 경우에만 제재를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현재 기존 건물 철거를 시작으로 굴착작업을 완료했으며 연내 완공해 내년 1월부터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유진그룹은 산업용재 분야 진출을 위해 2007년 하반기부터 준비에 돌입했으며, 현재 에이스 하드웨어와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대형 건자재·공구 체인점을 운영하는 에이스 하드웨어는 도시 외곽에 포진하는 전략을 취하는 홈디포 등의 외국기업과는 달리 시내에 중소규모 매장을 여러 개 내는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으로, 업계가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2호점은 용산에 낼 계획이며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수도권 20개 매장, 향후 전국 100개 매장을 연다고 들었다"며 "유진그룹의 임원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했으나 무신경한 태도로 그대로 진행한다는 통보만 하고 있다. 시장경제, 지역경제뿐만 아니라 산업발전의 바탕이 되는 산업용재 업계를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타결된 MRO 상생협약과 관련해 김진식 한국산업용재협회 유통분과 위원장은 "당시 MRO도 있었지만 주타깃은 MWC(도매업)였다. 대기업이 도매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며 "이번에 유진그룹은 소매점을 하겠다는 것이지만 소매점이라도 결국 납품까지 연결이 된다. 소상공인들은 다 죽게 돼 있다"고 토로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2011년도에 MRO문제가 터져서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대기업들과 동반성장 적합업종 논의도 있었고, 투쟁도 하고 많은 양보도 하고 했는데 작금의 개탄스런 사태가 있다"며 "유진그룹이 산업용재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업체도 아니고, 과거에 하이마트를 운영하다 롯데에 넘긴 회사고 당시에도 여러 분쟁이 있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도 있었는데 대기업과 중소상공인 간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마치 중소기업인 것처럼, 을인 것처럼 포장해 더 악랄하게 하는 기업들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유진그룹은 이번 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오해라는 입장이다. B2B가 아닌 B2C 진출이며 공구와 건자재 전체가 아닌 DIY 상품 시장 진출이라는 설명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산업용재는 B2B를 상대로 전문 공구를 판매하는 것이고 저희는 기본적으로 B2C를 대상으로 한다"며 "직방 같은 기업들이 뜨면서 DIY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집을 꾸미는데 필요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쪽"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미 미국 홈디포, 영국 비엔큐(BNQ)라는 외국계도 국내에 들어온 적 있다"며 "이와 비슷한 경우라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파트 위주인 국내 거주환경상 DIY사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유진이 결국 지난해 론칭한 인테리어 아이템 사업 브랜드인 홈데이와 함께 산업용재 마트를 수직계열화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중소 산업용자재 업계의 시각이다. 중소업계는 유진그룹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산업용재 상권이 동네 수퍼마켓 상권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산업용재 분야의 경우 종사자 수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치영 유진기업 산업용재업 진출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중소 공구.건자재 업계 종사자 규모는 현재 24만명 수준인데, 이중 총 4만명이 5년내로 실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적으로는 소상공인 모두 몰아내고 대기업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좀더 창의적으로, 발전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기 보다는 중소기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살리려는 현 정부 정책과도 완전 대치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 맞서 중소업계는 유진그룹의 산업용재 사업 진출 저지를 위해 총단결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산업용재협회는 오는 9일 전국 대의원 대회를 개최해 이같은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청와대 청원운동, 국회 앞 1인 시위 등에 나선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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