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0월 부안 격포와 위도를 운항하던 훼리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292명이 사망했다. ‘후진국형 참사’로 명명되었던 당시의 구조와 수습과정도 문제가 많았다.
정부는 사망자 1인당 당시 돈으로 9천여만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사건을 서둘러 덮었다. 이런 무책임한 정부에 대해서 유가족들은 항의하였다. 유가족들의 항의시위를 의경으로 복무 중이던 임종호 씨는 울면서 가로막아야 했다. 그로부터 21년 뒤인 2014년 4월 16일, 임 씨는 딸 세희를 세월호에서 잃었다.
임 씨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때 특별법을 만들어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고 책임자를 처벌했다면 세월호에서 내 딸 세희를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 프리모 레비는 “과거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러므로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쉽게 잊히고 덮이고는 했다. 참사는 기억해야 할 게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급히 지워 버려야 할 그런 대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20년 주기로 해상 대형사고가 일어났지만 매번의 해상침몰참사들은 그 유형이 똑 같았다.
언론들은 ‘안전불감증, 인재’라면서 진실을 덮고, 책임자를 가리는데 주력했다. 세상을 경악시켰던 대형참사 희생자들의 추모비나 위령탑을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기는 데까지도 정부 당국자들은 철저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수백 명씩이 죽은 대형참사의 기억은 사라지고 어느새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세상에서 운에 맡긴 채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 사회 전체가 세월호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은 이전의 참사 유가족들이 겪은 과정들을 거부해왔다. 자신의 아이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스스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한 험한 길을 걸어왔다.
일부 정치인들이 직접 나서서 유가족들을 모욕하였고, 박근혜 정부는 이들을 ‘순수하지 못한 유가족’으로 분류하고 핍박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만든 특별법에 의해서 구성되었던 ‘4.16세월호참사진상규명특별조사위원회’를 지난해 9월말로 강제 해산시켜 버리기까지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안산에서 ‘4.16생명안전공원’을 만들려고 하지만 안산 지역의 일부 여론주도층이 이런 유가족들의 요구를 방해하고 있다. 안산시민들이 이용하는 화랑유원지에 ‘봉안시설’이 포함된 추모공원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더니 요즘은 정서상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사회복지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이른바 혐오시설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사실상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지우려는 행동에 동의하고 있다.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아무도 찾지 않는 깊은 숲 속에, 아니면 바닷가 어디에 만드는 게 맞을까? 봉분을 만들어서 묘지를 조성하자는 것도 아니고, 깊은 슬픔을 강요하는 그런 추모시설이 아니라 생명의 존엄함을 일깨우는, 죽은 자를 자연스럽게 품어주는 그런 생명안전공원이면 안 되냐고 묻고 싶다.
우리 이후 세대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들이 어릴 때부터 뛰어 놀고, 성장해왔고, 단원고등학교도 인근에 있는, 추억이 살아있는 그런 곳에 공원 하나 만들어주면 안 되는 것인가?
지금 8곳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의 안식처를 화랑유원지에 만들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우리도 시내 한 복판에 ‘메모리얼 파크’ 하나 만들 만큼의 수준은 되지 않았을까? 아픈 기억을 깊이 묻어버리고 다시 참사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뉴욕이나 베를린이나 고베처럼 아픔의 기억을 품으면서 다시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일, 그 일이 더 소중하다.
세월호 참사는 반복될 수 있으며, 그런 참사의 반복만은 막아야 한다면 생명안전공원은 세상 사람들의 바로 곁에 있어야 한다. 나는 화랑유원지에 ‘4.16생명안전공원’이 안산 시민들의 환영 속에 세워지기를 소망한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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