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정부가 2017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저소득층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계층은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낼 필요가 있다는 정부연구기관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약 46%에 달하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과는 정반대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정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은 4일 '조세재정 브리프’에 게재한 '근로소득자 면세자 축소방안 보고서'를 통해 저소득층에 대해서도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누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소득층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소득이 더 많은 계층은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 연구위원은 이 과정에서 '조세격차' 지표를 이용했다.
조세격차는 인건비 중에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료 등)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표로 나타낸 것으로 지난해 기준 한국의 조세격차는 2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꼴찌권인 30위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조세격차(36.0%)보다 크게 낮을 뿐 아니라 비율이 가장 높은 벨기에(54.0%)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소득세수 비중도 2014년 기준 4.0%로 OECD 평균인 8.4%와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고, 전체 세수 중 개인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기준 16.3%로 OECD 평균인 24.0%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즉, 전반적으로 소득세 및 사회보장비 부담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저소득자'들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 연구원은 “전반적인 세 부담의 누진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저소득 구간에서의 누진성이 OECD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범위 확대 문제와 결부돼 있다.
2015년 기준으로 근소세 납부 대상은 모두 1733만 명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810만 명(46.8%)이 근소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영국(5.9%), 일본(15.4%), 호주(25.1%), 캐나다(33.5%), 미국(35.8%) 등 다른 선진국의 근소세 면세자 비율보다 크게 낮다.
특히 저소득층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데도 세금을 안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15년 현재 연 소득 3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30.3%, 4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32.3%가 세금을 한 푼도 안냈다.
3000만원 초과 소득자 중 면세자는 총 전체 면세자의 10%인 87만명에 이른다. 결국 이런 점들을 감안할때 고소득자는 물론이고, 저소득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근로자들은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낼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정 연구원은 “이 때문에 저소득 구간에서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OECD 국가들의 현황을 참고할 때 소득수준에 따른 세 부담 누진성 강화를 고소득 구간에만 한정해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수의 고 소득층에만 적용되는 세율체계 개편만으로는 세수증대 및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고서는 한국은 자녀를 포함한 부양가족에 따른 세제혜택이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약한 것으로 평가했다.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자녀가 있는 가구의 세부담이 자녀가 없는 가구에 비해 크게 낮았으나 한국은 그 차이가 매우 작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부양가족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부양가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이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17년 중장기조세정책심의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