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심층분석)우리은행,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서 발뺀 이유는 '높아진 가격'
DGB금융의 인수 의지도 영향…PEF 활용 따른 대주주 적격성 승인 부담
2017-08-27 10:02:05 2017-08-27 10:02:05
이 뉴스는 2017년 08월 21일 ( 16:48:24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초보다 높아진 매각가격과 DGB금융지주의 뚜렷한 인수 의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밖에도 직접 인수가 아닌 과점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를 활용하는 기존방안 역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부담도 한 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현대중공업그룹과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에 하이투자증권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인수 포기 의사는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DGB금융과 매각자인 현대미포조선의 협상이 실패하더라도 재차 인수 협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증권사는 향후에도 매물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향후에도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했다.
 
우리은행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서 발을 뺀 가장 큰 이유는 높아진 가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오픈 비딩을 추진할 당시 5000억~6000억원이던 매각가격(지분 85.32%)은 올해 4000억원 이하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에 DGB금융과 우리은행 측이 관심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매각가격은 4000억원대 후반으로 상승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 내 금융사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의 규제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낮은 가격이라도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4000억원 이하에서도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하지만 DGB금융과 우리은행의 경쟁이 가시화되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시장에 매각가격을 높여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측도 높아진 인수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매각 가격이 하락하면서 과점주주인 IMM PE가 우리은행에 인수의지를 타진해왔다"면서 "하지만 가격이 높아지면서 우리은행은 IMM PE측에 당초보다 매력이 없다고 통보했고 IMM PE 역시 인수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DGB금융이 적극적으로 인수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궂이 높은 가격을 써낼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사모펀드(PEF)인 IMM PE가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점도 우리은행 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식 양도차익에 따른 막대한 세금 부담을 막기 위해 IMM PE를 활용했다. 이후 IMM PE가 엑시트를 할 경우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 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PEF 출자 방식까지 인정받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우리은행은 이미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데 PEF 운용사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를 활용하는 등 주식 양도차익에 따른 세금 부담을 완화한 바 있지만 규모가 4배 이상 큰 증권사 인수는 이보다 복잡하다"며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에서 우리은행은 이번 인수로 이득을 볼 게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하이투자증권의 영업망이 부산·울산·경남에 특화된 점도 전국망 보유를 희망하는 우리은행에게는 큰 이점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 2013년(당시 우리금융지주)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의 3개 금융사를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이후, 우리은행은 지난해 정부 지분(예금보험공사 29.7%)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후 이광구 은행장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서 발을 뺀 가장 큰 이유는 높아진 가격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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