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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vs 이종훈' 맥주업계 수장 '진검승부'
하이트 '필라이트'·롯데 '피츠' 흥행몰이…최대 성수기 주도권 전쟁
2017-08-09 06:00:00 2017-08-09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하반기 토종 맥주회사 수장들의 자존심 대결이 주목을 끌고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000080) 대표와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의 진두지휘 속에 야심차게 선보인 신제품들이 모두 기대 이상의 흥행에 성공하며 시장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쟁의 포문은 김인규 대표가 먼저 열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25일 국내 첫 발포주인 '필라이트'를 출시하며 맥주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필라이트는 6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48만 상자, 1267만 캔을 기록하며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 캔 판매를 돌파했다. 출시 이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서 '가격 대비 훌륭', '가성비 갑' 등의 타이틀로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판매 첫 주말부터 주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초기 물량 6만 상자(1상자=355mL×24캔)가 20일 만에 완판될 정도였다. 하이트진로는 제품 출시 초반 폭발적 인기를 계기로 기존 계획보다 생산량을 대폭 늘렸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여전히 '품절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인규 대표는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맥주시장은 수입맥주 영향으로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며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 및 품질 향상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필라이트의 인기는 맥주사업 부진으로 고심이 깊었던 김인규 대표에게도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맥주부문 실적 개선이 그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열쇠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하이트맥주에 입사해 인사, 마케팅, 경영기획,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쳐 22년 만에 내부 승진으로 2011년 4월 하이트맥주 대표까지 오른 인물이다.
 
2011년 9월 하이트맥주가 진로와 합병해 만들어진 하이트진로에서는 영업총괄 대표를 맡았으며 2012년 5월부터 관리총괄까지 맡고 있다. 대표이사가 된 뒤부터 맥주사업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좀처럼 해법을 찾아내지 못해왔다. 그러나 불황으로 가성비 높은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필라이트의 인기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김 대표의 승부수가 적중할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가 단독경영체제 후 처음 선보인 야심작 '피츠 수퍼클리어'도 특유의 청량감과 깔끔한 끝맛을 인정받으며 국산 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1일 출시한 피츠 수퍼클리어는 한 달 만에 1500만 병(330mL 기준) 판매를 돌파했다. 속도로 환산하면 1초에 약 6병, 하루에 약 50만 병씩 팔린 셈이다. 롯데주류는 우수한 제품력과 다방면으로 노력한 영업, 마케팅, 홍보 활동을 출시 초반 인기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발 단계부터 소비자 조사를 통해 각별한 신경을 쓴 점도 주효했다. '피츠 수퍼클리어'가 추구하는 맛은 끝까지 깔끔한 맛'이다. 한국 맥주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싱겁고 개성 없는 맛'을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공법은 클라우드와 동일한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적용했다.
 
올해 롯데주류의 맥주 매출 목표량은 '클라우드' 900억원, '피츠' 700억원으로 이번주 제2공장이 본격 가동되며 이같은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종훈 대표에게 피츠 출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롯데칠성음료의 분리 경영 이후 처음 나온 신제품이기 때문이다. 이종훈 대표는 지난 1987년 오비맥주에 입사해 두산 주류를 거쳐 2007년 롯데에 입성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 영업전략 부문장, 지사장, 영업본부장을 지냈고, 지난 2월 정기 인사를 통해 주류 BG 대표이사에 올랐다. 롯데칠성음료가 2011년부터 5년 동안 이어오던 음료·주류 공동 경영체제를 마치고, 분리 경영을 다시 시작한 시점에서 주류부문 수장을 맡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24일 열린 '피츠 수퍼클리어'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오비맥주로 시작해 지난 30년 동안 맥주 장사를 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자부한다. 롯데주류는 피츠 출시를 계기로 맥주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을 하게 됐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만큼 그간의 노하우를 접목해 책임감을 갖고 경영을 펼칠 것이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 공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신제품이 호응을 얻으며 모처럼 국산 맥주가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하반기 두 신제품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만큼 두 회사 수장의 대결도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왼쪽)와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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