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작가님 23년 동안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많은 곳을 여행하셨나요?”(박진우 두 번째 달 베이시스트)
“그저 좋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건 고민이 많은 일상 생활을 ‘리셋’할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마치 히든카드 같은 거에요.”(장성민 작가)
지난달 19일 오후7시30분 예스24 주최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북카페 겸 서점 북티크에선 장성민의 ‘이렇게 일만 하다가는(위고)’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열렸다. 80여명이 참석한 콘서트에는 저자와 그와 친분이 있는 밴드 두 번째 달이 함께 출연진으로 나섰다.
이들의 질문과 답변이 오가며 카페는 책 속 여행이야기로 가득 찼다. 토크 사이사이는 여행 풍경을 수채화처럼 수놓은 두 번째 달의 연주가 메웠다. 듣고 있던 청중들도 저마다의 여행과 인생 이야기에 건배했다. 고단한 일상 속 아름다운 도피처의 탄생이었다. 마지막 곡 ‘달빛이 흐른다’가 흐를 때쯤 청중들은 남은 맥주 한 모금을 비우며 짧은 여행을 마친 여행자의 미소를 머금었다.
독특한 여행에세이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장성민 작가. 그는 현재 의정부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개업 11년 차 약사다. 하루 10~12시간씩 한 공간을 지키는 삶이 지겹고 고단해질 때면 과감하게 1~2달 세계 각국의 오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재충전하곤 한다.
책 속에는 세계를 떠돌아 다닌 그의 족적들이 자신만의 필체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라오스 남부의 섬 마을 돈뎃부터 인도 북부 잠무 카슈미르 등을 오가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러티브 곳곳엔 저자 자신이 즐기는 문학 이야기들도 버무려져 읽는 맛을 더한다.
북콘서트 이후 약사이자 대담한 여행가로서 두 가지 삶을 사는 그의 인생 여정이 더 궁금해졌다. 지난달 29일 파주출판도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다시 만나 책과 삶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북콘서트를 진행한 소감을 물어봤다.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많은 분들이 편하게 즐기다 간 것 같아 재미있었다고 했다.
“처음엔 긴장해서 사람들 얼굴이 보이지도 않았어요. 점점 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다 보니 어느새 많은 분들이 밝게 웃고 계시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잠깐이라도 제 이야기로 편한 느낌을 드릴 수 있어서 그걸로도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출간한지 두 달 정도가 지났지만 책에 대한 반응도 꾸준히 좋다. 초보작가 치고 자신만의 스타일이 묻어난다는 평부터 실제 경험담이 생동감 있게 전해진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했다.
“처음에 책을 내면서 부끄러운 일이 생길까봐 고민이 많았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사실 책에 담긴 글은 여행지에서 잘 수그러들지 않거나 벅찼던 감정들을 혼자 보려고 정리해둔 게 대부분이었거든요. 여행지에서 나와 다른 상황에 있는 이들, 그들이 품고 있는 생각들을 소설 식으로 풀어낸 점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소설 식 구성을 떠올린 것은 문학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그리고 현재까지 축적해 온 문학적 내공을 작품 속에 최대한 녹여보려 했다.
“친척이 보내준 세계 전집을 읽고 초등학교 때부터 문학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대학교 시절엔 알베르 카뮈와 헤르만 헤세의 소설들을 많이 읽었고 지금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도 좋아해요. 이런 제 관심을 여행 스토리와 자연스레 결합시키면서 사실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와 그 속에서 느낀 제 내면 이야기를 동시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문학적 장치를 사용한 만큼 실제로 책 속에는 저자 자신의 인생 고민의 흔적들도 짙게 배어 있다. 특히 한국 약사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프랑스인 스테판을 만나 모리셔스에서 두부사업을 하려거나 친구 메리의 조언으로 하와이 빅아일랜드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려 했던 그의 모습들이 그렇다.
“1998년부터 근무약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국을 운영하는 삶을 살아오고 있는데요. 약사란 분명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일 수도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좁은 공간에서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방식이 답답하고 회의적으로 느껴질 때도 많거든요. 여전히 인생에 대한 고민은 많고 그럴 때 여행을 떠나면 정신적으로 편해진 마음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게 리셋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더 깊게 들여다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기회도 생기는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그는 책에서 독자들이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정도로 봐주기를 바랐다.
“독자분들이 책을 읽는 짧은 순간 만이라도 재미있으셨으면 해요. 그 과정에서 읽으시는 분들의 마음 속에 뭔가가 남을 수도 있겠죠. 근데 그런 목표로 쓴 건 아니었고요. 그저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란 생각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그러다 보면 제가 의도치 않았더라도 충분히 자신만의 길을 발견하시는 분들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 '이렇게 일만하다가는' 장성민 작가. 사진/권익도 기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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