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합병으로 상장폐지…41년 만에 역사 속으로
통합 KB증권, 내년 1월1일 출범 예정…전병조·윤경은 각자 대표 체제
2016-11-01 18:06:13 2016-11-01 18:06:13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외환위기 당시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풍을 이끈 주역인 현대증권이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1일 상장폐지됐다. 지난 1975년 현대증권의 전신인 국일증권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지 41년 만이다. 통합 KB증권은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과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이날 오후 현대증권, KB금융과 KB투자증권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처리했다. KB금융은 100% 자회사로 전환된 현대증권을 존속법인으로, 기존 자회사인 KB투자증권은 소멸법인으로 삼을 예정이다. 
 
통합 KB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9000억원 수준으로 6조7000억원의 미래에셋대우, 4조5500억원의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에 올라서게 된다.
 
현대증권은 1962년 설립된 국일증권을 현대그룹이 1977년 인수한 후 1986년 사명을 현재와 같이 바꾸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바이 코리아' 펀드로 돌풍을 일으키며 업계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초반부터 현대증권은 AIG, 우리금융, 농협, 오릭스 등의 인수설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 12월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고자 현대증권의 매각을 전격 결정했고, 결국 올해 초 KB금융의 손에 들어갔다. 이로써 삼성증권을 제외한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처럼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모기업의 재무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증권업황의 변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전의 거래 수수료만으로는 수익을 보장하기 힘들고, 은행권 증권사에 비해 고객이 한정돼 있다는 게 증권사 성장의 한계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언급한 바 있다. 윤 사장은 이번 통합과 관련, "증권회사 하나만의 영업망만 가지고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국내 최고 금융그룹의 자회사로서 금융투자회사로서 같이 시너지를 창출하게 되면 수많은 국민은행의 고객까지 아울러 영업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는 게 저희의 확신"이라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주주총회를 통해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과의 주식교환 안건을 92.3% 찬성으로 승인했다.
 
이날 이사회 결의 이후 금융위원회의 합병 인가, 합병승인 주주총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을 거쳐 내년 1월1일 통합 KB증권이 출범하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증권이 이미 KB금융의 100% 자회사가 된 만큼 합병 절차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이날 이사회에서 통합 KB증권의 초대 사장으로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과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을 각자 대표로 추천했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도 각각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안건을 의결했다. 그간 초대 사장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존 두 증권사의 성향이 다른 만큼 초기 안정적 정착을 위해 결국 각자 대표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소매 브로커리지에 강점이 있는 현대증권과 도매 부문에 강점이 있는 KB투자증권간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대형증권사로 조직 기틀을 다지기 위해 부문별 전문성을 보유한 현 현대증권, 현 KB투자증권 대표이사를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대표는 오는 12월15일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은 KB투자증권에서 IB 총괄 부사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대우증권 IB 부문 대표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IB 부문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현대증권과 솔로몬투자증권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신한금융투자 트레이딩그룹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금융투자업의 주요 업무를 경험한 바 있다.
 
다만 통합 증권사 체제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현대증권과 소액주주들 간 갈등은 아직 숙제로 남은 상태다. 지난 8월 말 소액주주들은 현대증권이 KB금융에 자사주 7.06%를 염가 매각했다며 현대증권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KB금융이 종전 대주주인 현대상선의 지분 22.56%를 매수할 당시 적용한 가격인 주당 2만3183원과 남은 현대증권 자사주 지분 7.06%를 매입한 가격인 주당 6410원을 비교하면 4배의 차이가 난다. 주당 6410원은 주당 순자산가치 주당 1만3955원, 자사주 평균취득가격 주당 9837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증권 측은 KB금융과 주식교환이 완료돼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이 KB금융 주식으로 바뀌는 만큼 원고 자격이 상실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주주대표소송이 성사될 경우 포괄적 주식교환에서도 주주의 제소자격이 유지된다는 국내 최초 판례가 될 전망이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바이 코리아' 열풍의 주역인 현대증권이 KB금융과의 합병으로 1일 상장폐지됐다. 사진/김나볏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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