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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진종오 3관왕, 올림픽 역사를 쓰다
50m 권총서 역전 금메달…올림픽 최초의 개인 종목 3회 연속 정상
2016-08-11 13:05:14 2016-08-11 13:08:19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사격 황제' 진종오(37·KT)가 막판 극적인 역전승을 따내며 세계 사격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개인 종목 3연패를 달성했다.
 
진종오는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데오도르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193.7점을 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본선 1위로 결선에 오른 진종오는 비교적 쉽게 금메달을 가져가는 듯했다. 그러나 진종오가 9번째 격발에서 6.6점을 쏘며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경기가 흘러갔다. 7위까지 추락하면서 탈락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종오는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단계적으로 점수를 쌓아 끝내 경기를 뒤집었다.
 
진종오는 남은 두 발을 10.0점과 9.3점으로 장식하며 베트남의 호앙 쑤안 빈을 따돌렸다. 현재 해설진들은 "기적 같은 명승부를 진종오 선수가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대한민국의 리우올림픽 대회 4번째 금메달이자 개인 종목 3회 연속 우승이라는 역사를 새로 쓰는 순간이었다.
 
외신들도 진종오를 극찬했다. AP통신은 "6.6점이라는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진종오는 결국 호앙 쑤안 빈을 끌어내리며 금메달을 차지했다"면서 "6점대 치명적인 실수도 진종오의 올림픽 3연패를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USA 투데이는 "진종오가 올림픽 역사에 이름을 새긴 가장 위대한 사격선수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NBC 역시 "한국의 진종오가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영웅의 귀환이라는 임무를 완수했다"고 극찬했다. 영국의 퍼스트포스트는 "진종오가 베이징과 런던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을 연속에 목에 걸었다"며 "경기 중 어려운 상황에 몰렸지만 스스로 포기하지 말자고 말하며 1위 자리까지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격연맹(ISSF)도 공식 SNS를 통해 "믿을 수 없다"고 발 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사격은 제1회 1896 아테네올림픽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종목이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올림픽 대표 종목인데 여기서 진종오가 최초의 3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진종오는 2008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후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까지 차지하며 개인 통산 6번째 올림픽 메달(금4·은2)까지 신고했다. 이는 양궁 레전드로 불리는 김수녕(금4·은1·동1)과 비교해 한국 올림픽 최다 메달(6개)과도 동률을 이룬다.
 
사실 진종오는 이번 대회 첫날 10m 공기권총에서 5위에 그치면서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대한민국 첫 번째 금메달이 그의 손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진종오는 "죄송합니다"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사격장을 떠났다. 이처럼 자칫 대회 내내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진종오는 자신의 주 종목인 50m 권총에서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진종오는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6점을 쐈을 때는 속으로 욕도 하고 자책했다. 사실 오늘 떨어질 줄 알았는데 자만하지 말고 끝까지 집중하자고 마음먹은 게 잘 됐다"면서 "가장 무겁고 값진 금메달이다. 정말 힘들었고 부담스러운 올림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격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부담이 됐다. 스스로 남을 위해 보여주는 사격이 아닌 진짜 내가 원하는 사격을 하자고 최면을 걸기도 했다"며 "10m 공기권총도 보여주려는 사격을 하다가 실수한 것 같다. 무조건 최선을 다하자고 했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고 역전극의 비결을 밝혔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도 진종오는 "도전"을 외쳤다. 그는 "후배들에게 미안하지만 은퇴할 마음이 아직은 없다. 주위에서 은퇴 얘기를 하는 분들도 계신데 나한텐 너무 가혹한 얘기인 것 같다"며 "은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격을 그만하라는 것이다. 정정당당히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이 자리에 왔기에 후배들에게 물려주라는 말만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른 종목이었으면 진종오의 나이를 고려해볼 때 은퇴라는 수식어가 가까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격은 상대적으로 정신력과 심리 상태가 더욱 중요하다. 기초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50대까지도 선수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진종오는 4년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며 뛰겠다는 다짐이다. 진종오는 "빨리 집에 가서 푹 쉬고 당분간은 총을 내려놓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사격황제' 진종오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데오도르 올림픽 사격 센터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50m 권총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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