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부산행', 올 여름 관객 홀릴 좀비물
입력 : 2016-07-14 17:18:48 수정 : 2016-07-14 17:18:48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통로가 좁은 기차 안에 좀비가 나타난다. 빠른 몸놀림에 엄청난 스피드, 힘도 센 좀비들은 사람만 보이면 얼굴부터 들이대며 문다.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10초가 되지 않아 좀비가 된다. 한 명의 좀비 때문에 열차에 있던 수백명 중 절반 이상이 좀비가 되는데는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좀비에게 물리지 않은 사람들은 문 한 칸을 두고 좀비와 대치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좀비들은 도구 활용은 할 줄 몰라 문을 열지 못한다. '독안에 든 쥐'가 된 사람들은 좀비를 피해 안전한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칸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부산행'이 지난 12일 베일을 벗었다. "영화가 잘 빠졌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이 영화 시사회 현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영화 '부산행' 포스터. 사진/NEW
 
과연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에 걸맞는 수준의 영화다. 사람들이 좀비를 피해 도망친다는 단순한 플롯 안에 다양한 인간 군상과 신뢰할 수 없는 정부의 대응, 이기적인 한 인간의 성장 스토리, 극한의 공포 상황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추악함 등을 그려넣었다. 연 감독은 직진으로만 달리는 열차 안이라는 공간에 수 많은 이야기를 그릇이 넘치지 않도록 조화롭게 담아낸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인간의 본성을 깊이있게 담아냈던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부산행'에서도 느껴진다. 
 
좀비영화 중 국내 최초로 상업영화로 만들어진 '부산행'은 대중성도 갖추고 있다. 여기저기서 튀어오른 좀비 때문에 쉴 틈없이 빠른 리듬감이 전달되고, 장면은 스펙터클하다. 마동석의 주먹질은 호쾌하고 시원하다. 프랑스 관객들이 왜 환호성을 내질렀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 부성애와 가족애 등 보편적인 감정이 적절히 녹아있다. 절대악으로 비춰지는 인물에게도 서민적인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영화 '위플래쉬'처럼 툭 자르는 엔딩 역시 깔끔하다.   
 
연기도 대부분 좋다. 이기적인 펀드매니저 석우 역의 공유는 흔들림 없이 극을 이끌어간다. 자기밖에 몰랐던 한 남자가 비교적 힘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해가는 지점을 정확히 표현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다. 상화는 아내에게는 귀엽고 따뜻한 남편이면서, 좀비를 앞장서서 막아내는 장군 같은 남자다. 마동석이 아닌 상화는 상상하기 힘들다. 김의성은 훗날이 걱정될 정도로 밉고 짜증나며,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절대악역을 탄생시켰다. 정유미와 김수안, 최우식은 물론 노숙자 역의 최귀화도 수준급의 연기를 펼친다. 
 
전체적으로 칭찬할 거리가 많은 영화이지만 몇 가지 흠이 있다. 먼저 좀비 능력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어떤 좀비들은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도 미쳐 날뛰는데, 어떤 좀비들은 상화의 주먹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후반부 공유의 회상신은 굳이 필요해보이지 않는 신파적인 장면이다. 런닝타임 내내 세련되고 트렌디했던 영화의 결에 맞지 않는 '옛날 느낌'이다. 아이돌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안소희는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워낙 기라성 같은 선배 사이에 있다보니 연기력이 튄다. 쉬는 동안 발성을 가다듬지 못한 점이 유독 아쉽게 느껴진다.
 
몇가지 흠이 있긴 하나 이 영화를 꼭 봐야하는 이유가 압도적으로 많다. 4대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 중 가장 먼저 개봉하는 '부산행'은 올 여름 관객들을 홀릴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만 관객도 내다봄직하다. 남녀노소 누구와 봐도 좋을 영화다. 수 백마리의 좀비가 등장하지만 그리 무섭지는 않다. 상영시간은 118분, 개봉은 20일이다.   
 
영화 '부산행' 스틸컷. 사진/NEW
 
◇플러스(+) 별점 포인트
 
▲ 헐리우드 부럽지 않은 매끄러운 움직임의 좀비 : ★★★★
▲ 다양한 메시지를 조화롭게 풀어낸 연상호 감독의 스토리텔링 : ★★★★
▲ 사랑과 액션 모두 완벽했던 마동석 : ★★★★
▲ 차가움과 뜨거움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공유 : ★★★
▲ 서민적인 페이소스가 있는 절대악을 탄생시킨 김의성 : ★★★
▲ 정유미, 김수안, 최우식의 안정감 : ★★
▲ 툭 끊어지듯 끝나는 깔끔한 엔딩 : ★★
▲ 초반 의외의 강렬함을 선사한 심은경 : ★★
 
◇마이너스(-) 별점 포인트
 
▲ 억지로 슬픔을 자극하는 막판 회상신 : ☆☆☆☆
▲ 마동석의 주먹이 중력보다 강하다는 비과학적 설정 : ☆☆☆
▲ 부족함이 느껴진 안소희의 발성 : ☆☆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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