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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신자유주의 강타하는 ‘신고립주의’
2016-06-28 16:33:44 2016-06-28 17:02:34
요즘 세계 언론을 달구는 가장 뜨거운 단어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다.
 
과거 대영제국의 부귀영화를 그리워한 영국이 43년 만에 EU와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걷게 되며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영국뿐 아니라 경제난 속에 난민 유입과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나의 유럽'을 꿈꾸며 출범한 EU의 구심력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 영국에 이은 EU 탈퇴국가들이 언급된다. '프렉시트', '벨시트', '넥시트', '그렉시트', '스웨시트' 등의 표현이 우후죽순 쏟아진다.
 
순서 면에서 영국이 먼저 EU 탈퇴를 선언했을 뿐, 다른 유럽 국가들의 탈 EU 움직임은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브렉시트는 단순히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는 의미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립주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해외 언론들은 "난민 위기와 테러가 잇따르면서 국가 정체성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졌다”며 "'타국민보다는 자국민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극우 정당의 고립주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세계는 하나라는 말이 무색하게 각자도생의 길로 가는 모양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이 먼저다(America First)'라는 구호를 앞세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이민자 억제, 자국 산업 보호주의 등 미국의 이익을 강조하며 지지를 받고 있다.
 
중동에서도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 산유국은 지난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유수출국회의(OPEC)를 열어 원유 생산량 조절을 논의했으나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증산에 나서는가 하면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본격적인 석유 수출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산유국들은 다음 회의가 열릴 때까지 제각기 내키는 대로 생산하는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인근 동북아·동남아 지역 국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마이웨이'를 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해온 '아베노믹스'도 자국 이기주의를 추구하는 정책이다.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주변국을 황폐화시키는 '근린궁핍화 정책'이기 때문이다.
 
고립주의는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립주의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화를 포기하고 우리끼리 잘살아 보자는 의도가 깔려있다.
 
당장 세계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반이민과 배타적 국수주의를 내세운 극우파 정당들이 급속히 세력을 넓혀 가고 있다.
 
앞으로 고립주의가 확산되면 '세계화'라는 말은 이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평화와 공동 번영을 추구한 기존 질서가 붕괴되고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며 나아가 극단적인 충돌도 피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지금 세계는 40여년 동안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가 '신고립주의'로 인해 위기를 맞으며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해 있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비해야 한다.
  
김선영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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