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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건설·부동산 PF '새 러닝메이트' 부각
은행권 대출 보수적, 증권가 새 투자처 모색 '접점'
"우발채무 현실화될 경우, 건전성 우려"
2016-06-27 15:46:17 2016-06-27 15:46:17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증권사들이 건설사(시행사)와 손잡고 부동산 개발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관리 강화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던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는 것이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던 증권사는 대체투자처 확보에 성공한 셈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급증하면서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주택시장 경기가 회복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개발자금 대출수요가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17조4000억원을 기록했던 PF대출금액은 2014년 28조5000억원에서 2015년 36조8000억원으로, 2년 새 두 배 이상 규모가 늘었다.
 
특히 증권사의 신용보강 PF유동화증권 발행액은 2013년 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1000억원으로 2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반해 은행의 부동산PF 규모는 2008년 5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0조40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버블기 당시 무분별하게 취급한 PF자산의 부실화 여파로 PF대출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보수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그동안 부동산PF 투자를 늘린 것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증시에서의 수익이 급감한데 따른 것"이라며 "신흥국 펀드 등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살 길을 찾았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러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새 먹거리로 부동산PF가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PF자금조달 주선, 유동화증권 발행 및 매입 보장, 대출채권 매입 확약, 단기자금 대여, 사모사채 인수 확약 등 증권사의 PF 참여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REITs) 사업에서의 협업이 눈에 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금까지 공모한 주택개발리츠 사업 9개 가운데 4곳(양주옥정 A11·15·18블록, 인천영종 A46블록)은 모두 대림산업(000210)-LIG투자증권 컨소시엄이 따냈다. 토지대금 투자비용만 4243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것이다. LIG투자증권은 또 효성(004800)과도 함께 평택소사벌 S2블록 사업에도 참여해 전체 공모사업의 절반 이상에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리츠는 ▲의정부민락2 B8블록 대우건설(047040)-우리투자증권 ▲인천청라 LA1·2블록 GS건설(006360)-신한금융투자 ▲남양주별래 B2블록 효성-진흥기업(002780)-신한금융투자 ▲인천영종 A39블록 GS건설-교보증권(030610) 등이 사업에 참여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시행사(또는 건설사)들의 입장에서는 단독으로 할 때보다 수익은 줄어들지만, 자금조달 등의 리스크가 줄어들게 된다"며 "자금조달이 버거운 시행사의 경우 금융사의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사가 도중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발채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의 건설사(또는 시행사) 지급보증액은 작년 말 기준 총 24조2264억원으로, 1년 전(19조8906억원)에 비해 21%(4조3358원) 증가했다. 특히 증권사가 최종 상환까지 책임지는 신용공여형 채무가 늘어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부동산PF 우발채무 부분을 집중 검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시장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증권사들이 손 쓸 겨를도 없이 주저앉을 위험이 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 측은 "전체 채무보증의 약 62%(15조원)가 부동산PF 관련 매입보장약정 등과 관련됐다"며 "부동산 경기 악화, 시장 유동성 경색 등으로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경우 채무보증 이행에 따른 유동성 부족 및 유동화증권 등 담보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한 건전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저축은행 사태 직전인 2010년 전국 미분양 주택은 매년 늘어나면서 9만여가구에 달했다. 최근 미분양도 비슷한 추이로 늘고 있다. 2014년 말 4만가구를 넘어섰던 미분양은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지난달 5만4000여가구로 불어났다.
 
특히 지방의 미분양 증가세가 가파르다. 미분양은 수도권에서는 소폭 감소하고는 있지만, 지방은 작년부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 1분기 민간아파트 1차 분양률을 보면 서울은 95.7%인 반면, 전국 평균은 7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부동산 PF시장에서 증권사의 자금조달 역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북 포항시 한 주택공사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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