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 제왕 월마트(Walmart)가 왕좌를 지킬 전략을 짜고 있다. 온라인에서 활약 중인 아마존이 맹추격을 하고 있지만, 현재 월마트는 명실상부한 업계 1위다. 지난해 월마트는 총 482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1070억달러를 기록한 아마존의 4배가 넘는다. 미국 내 소매시장 점유율은 10.6%에 이른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한 미국의 500대 기업 매출 순위에서도 월마트는 4년 연속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월마트의 매출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코웬 금융서비스사는 아마존이 2018년에는 월마트 시장 점유율의 70% 수준까지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업체들의 공략을 막아내려 월마트는 획기적인 묘안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월마트가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혁신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마트가 변하고 있다. 월마트는 그간 상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직원들에게 최저 임금을 주는 악덕 고용주로 불렸다. 하지만 올해 초 직원의 임금을 시간당 최저 10달러로 인상했다. 1년 전 9달러로 최저임금을 올려 유통업계 경쟁사들의 임금인상을 촉발시킨 후, 또 한 번의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지난해 월마트는 임금 인상, 근로 시간 개선과 서비스 교육 등에 27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월마트의 직원 임금인상이 소비자 서비스 개선과 고객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최근 더 스트리트 리포트(The Street Report)가 공개한 월마트의 소비자 서비스 점수는 79주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매자의 만족도와 매장 상태, 서비스 속도, 고객 응대 등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나타낸 수치다. 고객 서비스 강화는 더그 맥밀런 월마트 회장이 지난 3일 열린 연례주주총회에서 내세운 핵심 개혁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월마트의 변혁은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맥밀런 회장은 이외에도 배송 서비스 개선과 온라인 매장 확대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상거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소매·유통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다. 실질적인 방안 중 하나로 우버(Uber), 리프트(Lyft)와 협업한 새로운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내놓았다. 고객이 인터넷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면 우버나 리프트의 운전기사가 집까지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7~10달러로 예상되는 배송료는 월마트에게 직접 지불한다. 이는 '아마존 프레시'나 '구글 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업체들의 식료품 배달 서비스 확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달 말부터 애리조나 주 피닉스와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시범 실시될 예정이다.
유통 거인 월마트가 혁신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아칸소 주 로저스의 한 월마트 매장에서 다니엘 에커트 선임부사장이 ‘월마트페이’로 지불하는 모습. 사진/뉴시스·AP
아마존과 경쟁 위해 대규모 IT 투자
월마트는 특히 IT 부문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30%의 매출 증가를 기록한 아마존과 온라인 시장에서 맞서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는 중이다. 월마트는 작년 105억달러를 전자상거래 기술 개선에 쏟아 부었다. 이에 대해 인터내셔널 데이터리서치회사는 "지구상 어떤 기업보다 큰 IT 투자액"이라고 표현했다. 올해도 IT 부문에 10억달러를 더 쓸 예정이다. IT 인력 구성에도 힘쓰고 있다. 월마트는 전자상거래 허브를 본사가 있는 벤톤빌이 아닌 기술 인력이 더 밀집된 캘리포니아의 산 브루노에 뒀다. 12명으로 구성된 최고 이사회에는 케빈 시스템 페이스북 CEO와 마리사 마이어 야후 CEO도 속해 있다.
온라인 시장 점유를 늘리기 위해 월마트는 새로운 IT 플랫폼을 구축했다. 웹사이트의 운영 체계부터 결제 방식과 거래 데이터 분석 등 전면적인 IT 개혁을 펼쳤다. 월마트는 온라인 판매의 모든 세부사항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상품 포장과 물류 배송 자료 분석으로 배송 비용을 3분의1로 낮추는 박스 포장 크기를 산출해 내기도 했다. 매장과 온라인 판매의 비교·분석으로 배송에 최적한 물류 창고를 파악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아마존처럼 대형 창고에 상품을 모아놨지만, 지금은 배송지와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곧바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따른다.
월마트는 최근 '월마트페이'라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출시했다. 간편한 스마트폰 결제 방식으로 애플페이, 삼성페이에 도전장을 내민 월마트의 야심작이다. 지난달 미국 아칸소 주와 텍사스 주 600개 매장에서 상용화가 시작됐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아 본인의 신용카드 및 선불카드 등 결제 수단 정보를 입력한 후, 매장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QR코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앱에 딸린 카메라로 계산대의 코드를 스캔하면 끝이다. 영수증은 소비자의 앱 계정으로 발송된다. 이러한 모바일 결제 방식은 전자상거래와 오프라인 매장 구매를 연결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드론 활용한 획기적 물류관리 시스템 도입
월마트의 기술 개발은 온라인 상거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월마트는 주총에 앞서 물류센터 재고관리에 활용할 드론을 공개했다. 미연방항공청(FAA) 및 미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개발 중인 드론은 장착된 카메라로 초당 30장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품이 제 자리에 보관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상품의 재고 수준도 쉽게 파악한다. 사람이 하면 한 달 걸릴 작업을 드론은 단 하루에 마칠 수 있어 획기적인 저비용, 고효율 물류 관리 방식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의 한 매체는 드론 사용 면에서 월마트가 아마존보다 훨씬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드론으로 상품을 배달하겠다는 아마존의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드론이 어떻게 도시상공에서 무질서하게 비행할 것인지, 사고 발생시 보험이나 변상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이 난제라는 것이다. 물류센터 안에서만 사용하는 월마트의 드론은 특별한 교통 법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사고 책임이나 손해 배상 범위도 제한적이다. 드론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아마존과 달리 FAA에게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월마트의 아이디어가 아마존보다 돋보이는 이유다.
월마트의 혁신은 오프라인 매장도 빼놓지 않았다. 월마트는 미국 내 최대 슈퍼마켓 체인이며, 지난해 식료품 매출은 1670억달러에 이른다. 월마트의 매장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월마트는 현재 3천개 매장의 식료품 코너를 재정비 중이다. 신선식품과 건강식품을 강조하는 전략이 바탕이다. 식품에 자연미를 더하기 위해 나뭇결처럼 파놓은 플라스틱 통에 채소를 담았다. 같은 색깔의 과일 및 채소는 한 데 모아 시각적 효과도 노렸다. 상품을 낮게 진열해 눈높이 공간을 넓게 확장하고 식료품 코너를 강조했다. 식품의 품질에도 신경을 썼다. 유기농과 무항생제 육류 등 친환경 식품 공급을 늘리고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는다.
신선식품은 소비자가 매장을 직접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월마트의 매장 혁신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포춘은 전했다. 월마트의 미국 내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7분기 연속 증가 추세이고, 매장을 찾는 고객 수도 6분기 연속 늘고 있다. 월마트 매출의 절반은 식품 판매에서 나오므로 식료품 부문에 걸린 기대가 큰 상황이다. 월마트는 편리한 식품 구매를 위해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매장에서 픽업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아칸소 주의 로저스 월마트 매장에서는 고객이 픽업포인트에 차를 대고 앱으로 신호를 보낸다. 직원은 온라인에서 고객이 주문한 식품을 바로 갖다 차에 실어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노리는 '성장' 전략
월마트의 과제는 매출액과 순이익을 모두 지키는 것이다. 최저가와 무료배송으로 출혈 경쟁을 하다보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기술 투자도 비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된다. 더욱이 온라인 진출로 항상 새로운 소비자를 얻는 것은 아니다. 매장을 방문하던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 판매는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월마트가 온라인 경쟁에 집중해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시작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월마트는 올해 미국에서만 154개 매장을 더 닫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형 익스프레스 매장만 철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마트는 늘 그랬듯이 '성장'을 택했다. 온라인 시장에 매달려 매장과 소비자를 잃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다. 월마트는 앞으로 60개의 대형 매장과 95개의 슈퍼마켓을 더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장을 늘리는 것은 더 많은 소비자에게 편리한 장소에서 최저가 상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월마트의 닐 애쉬 전자상거래 부문 회장은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월마트는 기존의 5200개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 유통과 공급망을 늘려 물적 자산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영업망을 확대해 보다 많은 상품을 공급, 온라인 시장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양 쪽을 모두 노리는 월마트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지선 국제경제분석가·미국공인회계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