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기자] 삼성 지배구조의 퍼즐로 남겨졌던 삼성SDS의 밑그림이 나왔다.
삼성SDS가 7일 시장 예상대로 물류사업 분할을 공식화하면서 삼성물산과의 합병 가능성도 커졌다. 이재용호의 방향인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간 시너지 제고 방향에도 부합한다. 물류사업의 향방이 결정된 이후에는 남은 IT사업의 방향도 결정해야 한다. 사업성격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상수다. 극단적인 경우 삼성SDS는 공중 분해된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와 이 과정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소진, 그룹에서 구상했던 SDS의 역할은 다하게 된다.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이 9.2%, 부진·서현 자매가 각각 3.9%의 지분을 보유한 전자·IT 계열사로, 그간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를 들어 상속과정에서 필요한 재원 마련에 쓰일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를 이유로 삼성전자와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해왔다. 본질은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확대로, 삼성은 이 모두를 충족하면서도 분할을 통한 재배치라는 묘수를 꺼내들었다. 부담도 있다. 여소야대로 재편된 국회 지형과 소액주주 반발, 증권가의 이례적인 비판 등 악화된 대외환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합법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의 삼성SDS 본사 회의실에서 삼성SDS 소액주주들이 주가폭락과 사업 분할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정문경 기자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13조원 수준으로, 전자와의 합병 기대감에 들썩였던 주가는 그 가능성이 소멸되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매출구조를 보면 1분기 기준, 물류부문은 35.5%, IT서비스부문은 64.5%로 양분돼 있다. 실적 흐름도 좋지 않다. 삼성은 이에 착안, 분할과 재배치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삼성은 물류는 물산의 상사와 합하고, IT는 전자와 더하는 사업성격을 고려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과정은 복잡하다. 단순 인수합병 카드를 꺼낼 경우 신규 순환출자 고리 형성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다. 이를 피한다 해도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인수자금 마련이라는 또 다른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우회로는 있다. 삼성SDS를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한 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보유한 SDS 지분을 맞교환할 경우 앞선 난제들을 피할 수 있다. 방법은 복잡해 보이지만 SDS의 분할과 재배치, 물산과 전자로의 이관, 그리고 지배구조의 강화라는 본래 목적은 달성되어진다.
한편 삼성SDS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자율공시를 통해 물류사업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SDS는 "대외사업이 절실한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해, 물류 전문 경영체계 구축 차원에서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한다"며 "외부 전문기관과의 논의를 통해 상세 분할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또 소액주주들은 삼성SDS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기업가치 급락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과 배임 등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앞서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인수합병이 최근 고법에서 1심을 깨며 합병비율에 대한 정당성을 문제 삼은 만큼 법적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내비쳤다.
주주들의 거센 비판에도 삼성SDS 측은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물류 사업 선진화를 위해 분할을 검토 중일 뿐이며 삼성물산과 합병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김민식 삼성SDS 재무관리팀장 상무는 “회사분할을 검토하고 있고, 실제 회사 전문성과 경쟁력 도움이 되는가 판단해서 절차에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재점화와 이건희 회장의 장기부재, 지주사 설립에 따른 지원혜택의 일몰 등을 이유로 "올 한 해 속도감 있는 재편이 진행될 것"이라며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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