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공정여행 들어보셨나요? '사람' 중심의 '착한' 여행
기존 여행문화에 대한 반성…여행자·여행지·여행사의 공정 통해 모두가 행복하게
"원주민들의 마을 속에 여행자들이 스며들어 활력을 얻는 것이 공정여행의 완성"
2016-05-19 13:20:33 2016-05-19 13:20:33
먹고 즐기는 노는 것에 치중했던 여행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여행지 환경오염과 문명 파괴, 자원 낭비라는 문제에 봉착하면서 '공정여행'이라는 화두가 대안으로 자리했다. 공정여행(fair travel)은 여행자와 여행 대상 국가의 국민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여행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fair trade)에서 따온 개념이다. 현지의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지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여행으로, 책임여행으로도 불린다. 공정여행은 즐기는 여행에서 초래되는 문제점을 반성하고, 어려운 나라의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1980년대에 유럽의 일부 국가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초 첫 발을 뗐다. 그리고 최근 공정여행을 알선하는 여행사들이 생겨나고, 여행의 만족도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공정여행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 '착한여행'이 있다.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착한여행은 국내 공정여행의 효시로 2009년 7월14일 설립됐다. 그 해 BAT코리아 예비사회적기업 성장지원사업에 선정됐으며, 이듬해 2월에는 서울 예비사회적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12월에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도 획득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래 20년 만에 공정여행이 한국사회에 작지만 강한 뿌리를 내린 것이다.
 
착한여행을 설립한 나효우 대표는 아시아지역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단체(NGO) '아시안브릿지'에서 활동하던 시민운동가였다. 아시안브릿지 본부가 있는 필리핀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현지로 여행 오는 한국인들을 자주 접했고, 현지에서 아시안브릿지를 방문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지역을 소개하면서 여행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고민은 그를 착한여행 설립으로 이끌었다. 나 대표는 2008년 한국에 들어와 1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착한여행 운영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만든 여행상품은 메콩강 시리즈로,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나 대표는 "당시 세계 경제 10위권에 드는 관광산업, 한 해에 해외여행 2000만명, 국내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을 앞두고 있었지만 간혹 질이 낮은 여행상품과 서비스 때문에 여행업계 종사자들의 인권까지 수모를 당하는 상황"이었다며 "여행자와 여행지, 그리고 여행사에 대한 공정함을 통해 지속가능한 관광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사진/뉴스토마토
 
"공정여행은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출발점"
 
국내에 공정여행의 뼈대를 구축한 나 대표는 공정여행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행에서 공정(fair)하다는 것은 여행자, 여행지, 여행사 등 세 가지 부문에서 공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한다.
 
우선 여행지의 삶과 자연환경과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행지의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게 하면서 경제적 기여를 통해 원주민이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일부 관광 명소에서는 원주민들의 사생활 침해, 여행지 훼손 등으로 지속가능한 관광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이는 여행지와 공정하지 않은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여행지도 행복한 여행, 모두가 행복한 여행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모토"라고 말했다.
 
더불어 여행자와 여행사에 대한 공정함도 중요하다. 나 대표는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 여성이 안전하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여행,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여행 등 여행 기회에 대한 공정함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행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출발할 기회이기도 하기에 여행할 기회에 대한 공정함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행사와 관련해서는 마이너스 여행, 바가지 요금, 강제쇼핑 등 현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관행들을 지적하며 거래에 대한 공정함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여행자, 여행지, 여행사 이 세 개의 축에 대한 공정함이 실현될 때 진정한 공정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원주민들이 행복한 마을 속에 여행자들이 스며들어서 활력을 얻는 것이야말로 공정여행의 완성"이라고 규정했다. 
 
필리핀 세부에서 공정여행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착한여행
 
공정여행 가능성은 무궁무진
 
착한여행은 설립 초기 연 매출 1억원에서 현재 2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7년간 눈으로 성장을 확인한 나 대표는 공정여행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공정여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나 대표는 "2017년은 UN이 정한 지속가능한 관광의 해이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공정여행 콘셉트로 '관광 두레'(지역민의 주체적·자발적·협력적 참여를 바탕으로 문화유적지와 먹을거리, 탐방로, 축제, 숙박시설 등 기존의 관광자원을 연계해 지역특화 브랜드와 관광사업을 창출하는 지역관광 공동체)를 통해 관광상품을 만들고 있다"며 "국내외적으로 공정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여행을 다녀온 여행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도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지난 2014년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국민 34.4%가 관심있는 여행 테마로 착한여행, 공정여행을 꼽았다. 실제 공정여행 상품에 대한 재구매율도 높은 편이다. 나 대표는 "공정여행을 경험한 이들 중 30~40%는 공정여행 상품을 재구매하고 있다"며 "일부는 공정여행을 위한 여행자 모임을 만들어 주문형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정여행은 기존에 없었던 시장을 만든 것이기에 성장 여력이 더 크다는 것이 나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는 유기농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전체 시장에서 30% 정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욱이 공정여행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시장성도 충분해 보인다. 나 대표는 "우리나라 여행사 1만5000개 중 상위 20개 업체가 전체 73%를 차지하고 있다"며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가치경쟁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플랫폼 통해 공정여행 확산
 
나 대표는 지금까지 공정여행 상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공정여행 시장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여행 상품을 만들다 보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고, 전 세계를 다니며 상품을 개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모든 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다 많은 여행자가 새로운 여행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근 공정여행 사이트 가디언을 새로 단장해 개설했다. 공정여행 상품 판매를 비롯해 누구나 쉽게 공정여행을 기획할 수 있도록 여행자, 여행지, 현지 가이드를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인 것. 이를 통해 가족,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 기업 등 그룹별로 목적에 맞는 여행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여러 나라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교육이나 봉사를 떠날 수 있는 자원봉사 여행도 안내한다.
 
동시에 여행학교 운영과 공정여행 기획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다양한 공정여행 생산자를 통해 시장 확대를 노린 것이다. 나 대표는 지역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마을 해설사를 만드는 것도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마을 해설사를 양성해 인적 자원이 쌓이면 그 마을을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힘이 생긴다"며 "지역의 커뮤니티 빌딩을 만들어 공정여행의 순기능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여행기획가 양성과정에서 나효우 대표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착한여행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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