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많으면 국가경제 도움?… 전경련의 '넌센스'
사내유보금 증가에도 투자·고용 줄어…논리적 비약에 전문가들 줄비판
2016-05-17 17:06:30 2016-05-17 17:06:30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기업의 사내유보자산 증가가 국가경제에 득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는 사내유보자산 증가 대비 투자와 고용은 되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와 고용 활성화는 재계가 그간 규제완화에 대한 명분으로 내세운 것으로,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멈추게 하기 위한 의도된 정략적 주장에 불과해 보인다. 
 
사내유보자산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배당 등을 집행하고, 회사에 남겨둔 잉여금을 의미한다. 야권과 노동계에서는 사내유보자산을 '곳간'이라고 비난하며 과세를 통해 일부라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재계는 사내유보자산이 단순한 현금성 자산이 아닌 기업의 경영활동에 필요한 유형·재고 자산이라며 과세에 대해 '이중과세'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내유보자산 많을수록 국민경제 기여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사내유보자산 상하위 기업 비교' 자료를 통해 사내유보자산이 많은 기업일수록 투자와 고용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배당·법인세 등 여러 측면에서 국가경제에 기여가 크다고 분석했다. 사내유보자산이 많은 상위 10대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SK하이닉스, SK텔레콤, 롯데쇼핑, 현대제철, SK이노베이션 등이었으며, 이들 기업의 지난해 총 사내유보자산은 35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경련은 이들 상위 10대 기업의 지난해 투자 규모는 38조360억원으로 하위 10개 기업의 4291억원에 88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고용 측면에서는 상위 기업들의 지난해 종업원수가 2011년 대비 1만2288명 증가해, 하위 기업들의 고용 증가율을 훨씬 웃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당도 상위 기업들이 하위 기업 대비 218배, 법인세 납부 역시 41배 높다고 덧붙였다. 
 
송원근 전경련 본부장은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면 사내유보자산이 증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그러한 기업이 국민경제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사내유보자산 환수와 기업 소득환류세제 강화 논의가 제기된 데 이어 최근에도 사내유보자산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재계 입장을 대변했다.
 
투자·고용 뒷걸음질…전문가들 "넌센스"
 
하지만 이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전경련의 근거는 빈약하기만 하다. 재벌 및 기업 통계 전문가들 역시 입을 모아 "넌센스"라고 지적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사내유보자산과 투자, 고용의 상관성을 분석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정확히 하려면 각 기업의 매출액, 회사규모 대비 고용 및 투자 증가율을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내유보자산과 관련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다보니 이에 대한 반박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화를  사전에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 역시 "사내유보자금이 많기 때문에 국민경제 기여도가 크다고 말하는 추론 자체가 맞지 않다"며 "알파고 식의 계량적 지표를 구색에 맞춰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를 갖고 말하느냐가 중요한 잣대"라고 전경련의 숨은 의도를 꼬집었다.
 
사내유보자산이 많은 기업들이 국민경제 기여도가 높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선, 전경련처럼 절대적 수치를 갖고 비교할 게 아니라 사내유보자산 증가 대비 고용·투자 증감률을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사내유보자산이 많은 기업들의 고용 및 투자 증감폭을 보면 국민경제 기여도는 되레 줄어든 모양새다. 
 
지난해 상위 10대 기업의 사내유보자산 총액은 전년 대비 23조3000억원 증가했지만, 이들의 투자규모는 14조3567억원 증가에 그쳤다. 현재까지 집계된 올해 투자규모 역시 21조6000여억원(각 사 사업보고서 및 전경련 '30대그룹 투자계획 보고서' 기준)에 그치며 전년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경영환경에 따라 추가투자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까지 통계를 봤을 때 큰 폭의 상승은 어려워보인다.
 
신규채용도 감소했다. 전경련이 지난달 내놓은 '30대그룹 고용계획' 조사에 따르면 10대그룹 신규채용 규모는 지난해 8만440명에서 올해 7만9144명으로 129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그룹 전체 고용인원 역시 2014년 13만1234명에서 지난해 13만1917명, 올해 12만6394명으로 제자리걸음이다. 또 이들 상위 기업들은 지난해와 올해 악화된 경영실적을 이유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 해직자가 쏟아졌다.
 
사진/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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