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해운·조선업 몰락의 진실
2016-05-17 10:17:15 2016-07-26 13:40:21
◇심정택 산업분석가·작가
해운·조선업 불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현재 구조조정으로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 업계 내 한파는 이보다 일찍 왔고, 오히려 지금은 안정기에 들어섰다. 2015년 해운업 경영실적은 업계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견조세를 유지했다. 현대글로비스와 유코카캐리어스, SK해운 영업이익이 일제히 상승한 것을 비롯해 10위권인 플라리스쉬핑은 아프리카 지역 특화에 성공하며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뽐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추락을 단순히 업황 부진으로만 보지 않는다. 두 곳 모두 오너의 갑작스런 부재로 경영 경험이 전혀 없는 부인이 경영 일선에 섰다. 그러면서 점차 오너 직계의 전문 경영인들이 대거 물러나고, 최은영과 현정은 인맥들이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특징이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심각한 정치 구설수에도 올랐다. 2002년 10월,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현대상선의 자동차 전용선 특혜 헐값 매각을 문제삼았다. 그는 2002년 10월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산업은행에서 4000억원을 빼내 북한에 줬고, 노벨상 로비 대가를 채워주기 위해 스웨덴과 노르웨이 합작회사에 현대상선의 자동차운송사업선을 특혜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해운업은 캐시플로우가 뛰어난 업종으로 꼽힌다.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이 400%가 기본이지만 해운사의 현금 창출능력은 이 같은 재무구조를 상쇄한다. 해운업 전문가들은 “해운업은 2008년 이전 10년간 초호황을 누렸다"며 "재벌 계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이 기간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호황기에 제대로 된 투자와 자본 유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후 불황을 촉발시켰다는 설명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은폐 의혹이 불거졌을 때 최대주주이자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실 관리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산업은행은 자산이 연결기준으로 약 300조원, 5% 이상 지분을 가진 곳이 377곳이나 된다. 1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자회사만 128곳에 이른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널리 알려진 대로 TK 출신의 ‘친박’ 인사다. 전임인 홍기택 회장 역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박계였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의 추락은 오너이자 정치인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정치적 행보와도 맞물린다. 그는 한때 유력 대선주자였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의 사업 전개는 주력 사업장인 울산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군산조선소다. 대선을 두 달 앞둔 2007년 10월 조선블록 기공식을 가진 후 2009년 8월 130만톤급 도크 공장을 완공했다. 2008년 조선업 불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와 겹친다. 충북 음성에서는 2007년 1월 태양광공장 건설을 시작한 이래 불과 7개월 만에 공장을 준공한다. 현대중공업은 신문사와 대형병원 등 재벌식 문어발 구조까지 가지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중공업과 사회 인프라 성격의 해운 등 물류운송업은 사업 인가와 대규모 자금 투자 등에서 정치적인 변수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고민해야 한다. 역량 없는 오너들이 황제경영을 고집하고, 야심가들이 정치적으로 기업을 이용하려 든다면 그 모든 고통은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 몫이다. 언제까지 이런 구태를 답습해야 되는가. 그 사슬을 끊어야만 공멸을 피할 수 있다.
 
심정택 산업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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