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박종복 SC제일은행장 "150년 노하우로 국내 최고 은행 된다"
소매금융 성패, 직원 사기가 좌우…자부심 회복 의지 충만
이종업종간 ‘윈윈’ 모델…고객편의·은행 수익성 향상
2016-05-09 10:21:43 2016-05-09 10:21:43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저금리·저성장 시대, 옛 영광을 회복하려는 SC제일은행의 행보가 눈에 띈다. 과거의 고객을 되찾고 소매금융을 강화하려는 과정에서 이름까지 바꿨다. 4년간 사용하던 '한국SC은행'에 '제일'이란 단어를 첨가한 것이다. 국내 최고의 국제 은행이 되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실제로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스탠다드차타드의 150년 전통과 비용구조 혁신을 통해 이름에 걸맞는 은행으로 발돋움 하고자 한다. 더불어 이러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신세계백화점나 이마트같은 유통업체와의 협업을 도모하고, 각종 핀테크 기술 역량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계 은행으로서 SC제일은행이 지닌 기존의 강점에 집중하는 한편, 시대의 흐름에 걸맞는 신사업을 투트랙으로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점포의 고정관념을 깬 신점포 전략도 빼놓을 수 없는 박 행장의 역점 사업이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SC제일은행
 
제호를 바꾼 후 포부가 야심차다. 한국 최고의 국제 은행이 되겠다는 건데. 어떤 식으로 이 목표를 이룰 생각인가.
 
SC제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은행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시장은 전 세계 70여 개국에 걸쳐 있으며 15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렇게 견고하고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국내은행이 일시에 갖추기란 쉽지 않다. SC제일은행이 한국 기업들의 세계 진출을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는 은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소매금융 부문은 영업 방식에 대한 현지화 부족으로 상당기간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가 오르고 의욕도 새롭게 생겨나는 모양새다. 과거 제일은행의 영광을 경험해 본 직원들이 많고 또 그러한 자부심을 되살리자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소매금융의 성패는 직원들의 분위기가 좌우한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은행업의 수익성과 성장가능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적인 대안 고객채널을 만들고 이종업종과의 제휴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점포와 인력을 최적화하는 식으로 비용구조도 혁신했다. 이제 이러한 소매금융의 가능성과 기업금융의 국제적 기반을 접목시킨다면 장기적으로 타행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자신이 있다.
 
해외진출과 자산관리 강화는 최근 은행들의 역점 사업이다. SC제일은행은 이 분야에서 타행 보다 어떤 점이 나은가.
 
두 부문은 SC제일은행도 역시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분야이다. 해외 진출에 있어 타행들도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 점차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으니 당연히 해외에 눈을 돌려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해외에는 이미 백년 이상 현지에서 영업을 해온 글로벌 은행과 현지 로컬은행들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최근에야 현지에 진출한 은행이 수익을 나누어 가지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아마 오랜 시간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가 150년 이상 쌓아 온 현지 기반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에게는 이것이 타행 대비 엄청난 경쟁력이다.
 
은행업이 달라지고 있다. 전자금융거래 비율이 90%를 넘기는 등 기존 점포전략으론 살아남을 수 없는 분위기다. SC제일은행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신점포 전략이 있나.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런 금융 거래 패턴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2014년 7월부터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은행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은행업무를 처리해 주는 ‘찾아가는 뱅킹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고객을 찾아가 서류를 받아오던 기존의 방문서비스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은행 창구업무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태블릿PC를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모빌리티플랫폼’ (Mobility Platform) 으로 구현한 새로운 방식의 고객 접점이다. SC제일은행의 모빌리티 플랫폼은 무선 인터넷뱅킹 시스템으로, 국내 은행 최초로 태블릿PC를 이용해 현장에서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논스톱으로 처리가 가능하도록 구현되어 있다. ‘찾아가는 뱅킹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은 태블릿PC를 들고 찾아온 은행직원에게 각종 금융 상품가입 및 상담 등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복잡한 종이서류 없이 현장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다. 2015년 2월에는 신세계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내 뱅크샵과 뱅크데스크를 개설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은행으로서는 생각조차 못했던 이종 업종과의 전격적인 협업으로, SC제일은행은 이를 통해 금융과 유통이라는 전혀 다른 이종업종간 ‘윈윈’ 모델을 찾아가고 있다. 뱅크샵은 직원 2~3명이 상주하며 태블릿PC를 활용해 예금, 대출, 카드, 펀드 등의 상품 상담 및 가입, 모든 신고에 이르기까지 현금 출납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 영업점이다. 모든 업무를 종이서류 없이 태블릿PC로 처리하기 때문에 고객의 편의성을 도모함은 물론 은행입장에서도 고정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핀테크·비대면 시대다. IT기술이 금융영역으로 들어와 각종 거래의 속도와 질이 향상됐다. 이런 시대에 맞춰 SC제일은행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앞서 언급한 대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점포 형태를 벗어나 이종업종과의 제휴로 경량화 점포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이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태블릿PC 기반의 솔루션 개발 덕분이었듯이 우리는 차근차근 디지털 시대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 삼성페이와 같은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으나, 결국 핀테크는 준비를 오래 해서 한번에 성과를 보는 거창한 명제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서 조금씩 고객의 요구대로 개선 발전해나가는 일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편의에 맞게 당행의 모든 플랫폼이 변모하고 있다. 이것이 핀테크가 아니고 무엇인가.
 
각 분야별로 이종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타업계와의 연대가 있는지.
 
신세계백화점 및 이마트에 SC제일은행 경량화 점포가 속속 입점하고 있다. SC제일은행 창구에서 삼성카드를 판매하고 있으며 삼성카드 TV광고에 “SC제일은행에서 삼성카드를 만나보라”는 카피가 들어 있다. 얼마 전에는 보광 그룹과 임직원 차원의 교류를 포함한 상호 협력에 대한 업무제휴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 업무제휴를 시작한 NHN 엔터테인먼트와의 사이에서도 조금씩 협업의 결과물들이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은행의 먹거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 명약관화하다. 은행은 이종업종과의 협업 및 제휴를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으로 바라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빨리 만날 수 있도록 부단히 검토해야 한다.
 
성과제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SC제일은행은 외국계 답계 성과제 문화가 이미 많이 도입된 것으로 아는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상대적으로 오래 전에 제도를 도입해 시행해왔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직원들이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성과주의 문화는 일시에 정착될 수 있는 아젠다가 아니다. 시일을 두고 직원들이 그 합리성과 좋은 점에 대해 피부로 느끼고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초기에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SC제일은행은 비교적 제도가 잘 정착되어 운영되고 있다.
 
◇박종복(왼쪽에서 첫 번째) SC제일은행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본점에서 영업부 간판을 ‘SC제일은행’으로
바꾸는 제막식 후에 전·현직 임직원 및 노사 대표와 함께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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