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19대 국회를 뒤흔들었던 '개혁'의 주제는 정부·여당이 추진했던 공공, 교육, 노동, 금융부문에 걸친 '4대 개혁'이었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또다시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에는 여소야대로 추진력을 얻은 야당이 적극적이다. 검찰개혁, 정치개혁, 언론개혁 등 수많은 과제들이 앞다퉈 튀어나오고 있다. 재벌개혁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민의당 채이배 당선자(비례대표)는 경제개혁연대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연구해온 재벌개혁 전문가다. 벌써부터 '재벌 저격수', '반시장주의자’라는 견제를 받고 있다. 스스로는 "굉장히 시장친화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채 당선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기업에서는 당선자의 등장 자체부터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반시장주의자라고도 부르는데.
그렇지 않아도 저를 반시장주의자라고 한 언론사에 항의를 해야 하나 했다.(웃음) 저는 기업가치를 보호하자는 사람이고, 그런 면에서 굉장히 시장친화적인 사람이다. 저는 시장의 원리가 충분히 원리원칙대로 지켜지는, 그래서 경제 생태계가 공정한 질서를 잡기 바라는 것이다.
- 당선자가 생각하는 기업가치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주식회사 제도가 가장 보편화된 기업 형태다. 주식회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본을 대고, 회사를 만들어 경영을 통해 키워나가고 그렇게 키운 과실을 주주들이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벌들이 벌여왔던 일감몰아주기 등의 행태를 보면, 잘 되는 회사가 있으면 개인 회사를 하나 또 차려서 거래를 시키고 이익을 몰아준다. 기존에 거래하던 중소기업이 시장경쟁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생기고 배당받을 이익이 줄어들며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 또 세금 없는 상속을 통한 편법적 부의 승계 문제도 다 묶여 있다.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상법·세법이 같이 작동돼야 하고, 일감몰아주기나 회사기회의 유용을 통해 100의 이익을 얻으면 규제를 통해 100보다 큰 손해를 보도록 해야 한다. 결국 확률게임인데,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얻는 게 100, 걸려서 과징금이나 세금·손해배상청구로 뱉어낼 게 200이다. 여기서 걸릴 확률이 50%면 뱉어내봤자 100, ‘똔똔’이다.
그런데 걸릴 확률이 높아지거나 뱉어낼 게 많아지면 이 일탈행위에 대한 유인이 없어진다. 지금은 기업들이 회사 합병이나 분할, 지분 매각으로 회피하고 있는데 관련 법을 계속 보완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또 지금은 내부거래 비율로 판단하고 있는데 비율뿐 아니라 절대적 금액으로도 기준을 마련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이 현재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비상장회사의 경우는 20% 이상인데 일괄적으로 20%로 낮추는 방법도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경제민주화를 열심히 했고 대기업 소유지배구조도 개선했다고 자평했는데.
대통령 본인의 수준에서 스스로의 기대치는 넘어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선 공약과 비교하면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내가 있던 경제개혁연구소에서 6개월마다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얼마나 이행됐는지를 평가해왔는데 지난 평가에서 공약 이행률이 30% 정도였다.
물론 법이나 제도는 많이 만들었지만, 과연 그 법이 실제 막으려고 하는 행위들을 막을 수 있느냐 하는 실효성 부분에서 부족함이 많다.
- 19대 국회가 경제민주화 열풍 속에서 시작했지만 재벌개혁 논의는 진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에는 흉내를 내긴 했다. 공정거래법에서 일감몰아주기를 금지했지만 시행령에서 실효성이 떨어지게 만들었고 그 뒤로는 정부가 경제민주화라는 말 자체를 아예 안 썼다. 정부의 그런 태도 앞에서 야당이 떠든다고 성과를 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19대 국회에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나온 법률의 방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고 또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학수법’이라고 해서 나온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은 좀 과했던 부분이 있다. 물론 그런 법이 도입돼서 할 수만 있으면 좋겠지만 법이라는 게 기존의 법체계나 여러 법리 위해서 실행이 돼야 하는데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국민의당에 들어와 계속 생각했던 것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너무 이념적 선명성에 치우쳐 사안을 확대하는, 이념 과잉으로 서로 너무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에 성과가 없고 일하지 않는 국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 지배구조 개선을 얘기하면 기업은 경영권 방어가 필요하다고 한다.
경영권 방어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논리적인 대응일 뿐이고, 현실 속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다. 경영권을 너무 많이 보호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적대적 M&A(인수합병)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었다. 대표적으로 소버린이 SK를 공격했다든지, 칼 아이칸이 KT&G를 공격했다든지 하는 게 있는데 이들은 경영권 인수보다는 기업가치가 워낙 저평가 돼있었을 때 들어와 가치를 올리고 이익을 얻으려 했던 거라고 판단한다.
대형 상장회사는 5% 공시제도가 있어서 이미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주주가 50%가 넘으니 경영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외국인 주주들은 하나가 아니고 개별 주주다. 전횡적 인사결정, 배임, 횡령 등 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돼야 한다. 그런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가 될 것이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구조조정이 화두다. 채권자 역할을 못 하는 금융권, 대마불사에 기대 선제적인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기업 등 다양한 원인이 꼽히고 있다.
일단 구조조정이라는 것에는 개인 투자자와 금융기관을 포함한 채권자와 기업인 채무자가 있고 금융당국이 있다. 채권자는 이 회사가 점점 부실화돼서 도저히 내 돈을 못 받을 것 같으면 회수 결정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평가를 못 한다. 능력이 없어서 못 할 수도 있고 어떤 압력 때문에 결정을 지연하거나 만기를 연장하게 된다.
또 하나가 채권 대출을 결정하는 금융권의 책임자가 책임지기 싫은 것이다. '내가 있을 때 문제가 터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의 인센티브 구조가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은폐하거나 결정을 미뤄 부실을 더 키우는 꼴이 된다.
이 과정에서 당국도 분식회계를 적발하는 등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이 개입하면 관치가 되고, 채권자와 채무자의 사적관계라면서 알아서 하라고 하면 방치가 되는 거다.
당국에서도 한 회사가 망해 신규대출을 끊어야 할 것 같은데 문제가 터져서 대량 부실이 나면 정부 책임으로 또 화살이 돌려지니 압력을 넣어 돈을 더 넣게 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참 어려운 일인데 건건이 보면 당국도 충분히 역할이 있다. 동양 사태도 건설 업황이 안 좋아지니까 주력 업체였던 시멘트가 힘들어지고 파이낸셜대부를 만들어 돈을 출자해오고 일부는 다른 계열사에서 CP(회사채)를 팔게 해서 그 돈을 가져오고 또 그 과정에서 CP의 불완전 판매 문제가 있었다. 금융당국이 제대로 관리했으면 그런 식으로 부실을 연명할 수 없게 할 수 있었다.
1차적으로는 기업의 부실경영 책임, 2차적으로는 감독기관의 관리 소홀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며 소극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이 책임을 묻지 않으면 계속 똑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 1호 법안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상법·상증세법 패키지 법안을 누누이 말해왔다. 2호 법안의 주제는 무엇인가.
대·중소기업의 불공정 문제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 납품단가 연동제, 이익공유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완화(피해 업체가 직접 불공정 거래를 고발할 수 있게 함)하는 문제가 주요 과제다.
- 기업 지배구조 개선 외에 다른 관심 분야가 있다면.
교육 분야다. 나는 서울시교육청 청렴시민 감사관이라는 제도를 통해 충암고 급식 문제가 터졌을 때 특별감사에 들어갔고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 다른 식자재는 다 먹어서 사라지지만 유일하게 입구와 출구가 확인되는 식자재가 폐식용유였고 거기에서 착안해 감사를 실시해 결정적인 단서를 만들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들에게 국·영·수 입시 교육을 해주는 공부방을 하면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수학을 가르쳐주면서 학생들에게 관심이 갔고 교육청의 감사관 제도를 통해 성과도 내보면서 결국 사학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됐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문제가 많았다. 회계사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 가서도 장부에 나온 숫자만 맞으면 되니까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 채이배 당선자 약력
공인회계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국민의당 공정경제TF 팀장
국민의당 채이배 당선자가 지난 27일 서울 마포당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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