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필 무렵, 광장에서-세월호 참사 2주기 범국민 추모대회(2016.04.16)
우리가 사는 세상/ 가능 사회
2016-04-26 09:43:49 2016-04-26 09:43:49
4월 중순, 올해도 어김없이 유채꽃이 들판을 노랗게 물들였다. 활짝 만개한 꽃들의  군락이 드넓은 바다를 이루고, 바야흐로 봄을 맞아 나들이 가는 사람들로 곳곳이 붐빈다.
 
사진/바람아시아
 
‘제주도에 유채꽃 필 때라 반 애들이랑 단체사진 찍어야지, 그 생각만 하고 갔어요’
 
-책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에 실린 세월호 참사 생존자  학생 인터뷰 중에서-
 
학생은 세월호에 오르던 2년 전 그 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수학여행 가던 고등학생들, 동창들과 여행 가던 이들, 가족들….여느 해처럼 나들이 가던 사람들이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도 땅을 영영 밟지 못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유채꽃이 두 번이나 더 피었지만, 세월호와 아홉 명의 미수습자는 그 날과 같은 곳에 아직 가라앉아 있다. 
 
지난 4월 16일, 오후 일곱 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2주기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가는 길에 지나간 추모 행사들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참사 후 100일, 그리고 1주기의 기억
 
2014년 7월 24일, 참사 이후 충격과 슬픔 속에 100일이 흘렀을 때였다. 서울시청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흐린 날이었다. 가수들이 연이어 구슬픈 추모의 노래를 불렀다. 채 마르지도 않은 유가족들의 눈가가 다시 젖었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희생자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빗줄기가 거세져,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물이 무거웠다. 시청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는 시민들의 앞에 차벽이 세워졌다. 많은 이들이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새벽까지 차벽 앞에서 한참을 멈춰 있어야 했다.  
 
1주기 범국민추모대회가 있던 2015년 4월 16일에도 아침부터 하늘이 흐리더니 빗방울이 흩날렸다. 6만 5천여명의 시민들이 입을 모아 구호를 외쳤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특별법 시행령 폐지하라!’.. 조속한 인양 촉구의 뜻을 담아 가로 6미터, 세로 1.5미터 크기의 모형 배를 공중으로 띄우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국화를 한 송이씩 들고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로 향했다. 행사는 줄을 이어 분향소로 가서 헌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또다시 광장 중간에 차벽이 세워졌다. 분향소에 다다를 수 없었다. 경찰은 마이크에 대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경고합니다..경고합니다..불법 집회이니 해산하십시오…” 행렬 앞쪽에 서 있던 시민들이 물벼락을 맞았다. 캡사이신 최루액이 빗물과 섞여 내렸다. 자정 넘도록 차벽 앞에서 대치가 계속되었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슬픔이 가셨다. 대신 허무함과 분노가 자리를 대신했다. 그 날, 분향소에 가지 못한 국화를 내 방으로 들고 왔다. 창가에 둔 꽃은 금세 말라버렸다. 푸석해진 꽃잎들이 웅크리듯 오므려졌다. 
 
16년 4월 16일에도 비가 내렸다
 
버스가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을 때, 창가에 앉은 아이가 엄마에게 ‘하느님이 물을 얼마나 먹었길래 이렇게 많이 와?’ 하고 물었다. 그만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시계를 보니 행사 시작까지 한 시간이 남았다. 광장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사람들이 내는 온갖 소리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세종대로 사거리에 가만히 서서 광장을 바라보았다.  
 
사진/바람아시아
 
우산 든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광장 양 옆으로 우산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잠시도 멈춤을 용납하지 않는 자동차들이 사방에서 짜증 섞인 경적을 울린다.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왼손에는 방패, 오른손에는 헬멧을 든 경찰들이 열을 맞춰 바삐 뛴다. 13-1, 2, 3... 기동대 번호가 적힌 깃발을 쫓아 형광색 물결이 광장을 가른다. 손에 들린 무전기에서 남자의 흐릿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름은 광장(廣場)인데 머무를 곳이 없다. 사람들은 오로지 횡단보도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졌을 때만 잠시 멈춘다. 어쩌면 이곳을 ‘광화문 광장’보다 ‘광화문 보행로’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바람아시아
 
행사가 시작되었다. 누구는 우산을 들고, 다른 누구는 우비를 입고 모여들었다. 머리 위에 우산이 너무 많아 들고 움직이기 힘들 것 같아 접어서 손에 들고, 우비를 사기 위해 인파 속을 돌아다녔다. 
 
 
행사가 시작된 광화문 광장. 우산으로 가득 찼다. 사진/바람아시아
 
 
사람들의 머리 위로 솟은 깃발들. 멀리 빛나는 것이 무대이다. 사진/바람아시아
 
 
그 속에서 상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광장 밖으로 나가서 사와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한 참가자가 “입으세요, 제가 가져온 거예요.” 라며 우비를 건넸다. 
 
이름 모를 참가자의 호의가 고마웠다. 받은 우비를 입고 무대가 설치된 광장 북쪽으로 나아갔다. 물웅덩이를 밟고, 빼곡히 모인 사람들 사이를 지나 무대와 이순신 동상의 중간까지 갔을 즈음 무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비집고 나가자 무대 전경이 온전히 눈에 들어왔다. 무대는 온통 노란 빛을 띠고 있었다.  
 
 
무대 앞을 가득 채운 사람들. 사진/바람아시아
 
도착한 타이밍에 마침 사회자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일제히 따라 외쳤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상규명 보장하라!” 
 
“미수습자를 가족 품에!”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비가 점점 거세졌다. 어깨가 젖었다. 이어 빗물이 신발 밑창을 뚫고 들어와 발을 적셨다. 처음엔 우비에 부딪히며 툭, 툭 소리를 내던 비가 우리를 후드득 두들기기 시작했다. 온 몸이 축축하게 젖었다. 우비는 어느덧 무용지물이 되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도, 무대에 올라선 사람들의 얼굴에도 물방울이 맺혔다
 
사진/바람아시아
 
“자꾸 목이 멥니다. 자꾸 가슴이 떨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회자가 광장에 가득 찬 사람들의 물결을 보며 벅찬 표정으로 말했다. 광장뿐 아니라 옆 건물인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kt건물 로비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추모 공연과 연설이 이어졌다. 사회자를 비롯한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비를 맞고 있는 여러분께 죄송하다.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공연하는 사람들도 비를 피할 수는 없었다. 호스로 퍼붓듯 쏟아지는 빗줄기가 피아노 반주자의 시야를 가렸다. 몇 음이 제자리를 이탈해 악보 위를 마음대로 쏘다녔다. 
 
이날 연설들은 약 한 달 후 출범할 20대 국회를 향한 당부, 그리고  ‘기억하고 행동해 달라’는 부탁이 주를 이뤘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고 유예은 학생 아버지)은 사람들을 향해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이 같은 증인으로서 진실을 외쳐 달라’고 말했다. ‘새로 선출된 20대 국회의원 중 111명이 특별법 제정과 특검 설치, 조사 보장을 약속했었다’며 “그들이 약속을 지킬 지 안 지킬 지 우리가 일일히 확인해야 합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얼굴에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연설하는 이태호 416연대 상임 운영위원. 사진/바람아시아
 
 
이태호 416연대 상임 운영위원은 정당들에게 요구한 네 가지 사항을 읊었다. 첫째,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활동 보장, 둘째,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 셋째, 피해자의 범위를 늘릴 것, 네 번째는 모두가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섯 개의 정당이 흔쾌히 동의해 주었지만, 새누리당만은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서울 은평 갑 당선자도 등장했다. 그는  ‘참사는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임을 강조했다. 이어 “120명의 당선자, 물불을 가리지 않고 힘쓰겠습니다...우리 함께 하면은 못할 것이 없습니다.”며 광장에 모인 이들 앞에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를 넘어
 
“이제 잊지 않겠다는 약속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말하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아홉 명의 미수습자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주십시오... 그 목소리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바로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한 유가족 대표가 단어 하나하나에 힘주어 말했다. 2주기.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을 운운하며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이들,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제멋대로 각색되는 희생자와 가족들의 이야기. 그의 말처럼 이제는 ‘잊지 않겠습니다’를 넘어서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그 날을 기억하는 방법일 것이다. 
 
굵직하게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깃발을 든 단체들은 광장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서 있었고, 자리가 없어 대열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도 광장 주변 건물 아래 서서 끝까지 함께했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시야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차벽은 세워지지 않았다. 경찰들은 시민이 아닌 차도를 향해 서서 혹여나 발생할 사고를 막으려 인간 바리케이트를 쳤다. 광장이 비로소 광장답게 느껴졌다.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경기 용인 정 당선자. 사진/바람아시아
 
 
 
교통정리하는 경찰들. 사진/바람아시아
 
 
 
세월호 부스에 거꾸로 매달린 풍선. 사진/바람아시아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놓인 미수습자들의 사진 위에 한 시민이 우산을 씌워 주고 있다. 거센 바람에 날아가는 우산을 몇 번이나 다시 잡아놓아야 했다. 사진/바람아시아
 
추모 행사가 끝난 뒤에도 분향소를 향해 긴 줄이 늘어섰다. 주최 측에서 지정해둔 선을 한참 넘어 지하철 역 뒤편까지 이어져 있는 줄 뒤에 가서 섰다. 분향소 앞에서 “뒤에 500명이 남아있으니 조금만 더 앞으로 붙어주세요!”라는 자원봉사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사진/바람아시아
 
분향소를 향해 길게 늘어선 줄. 사진/바람아시아
 
 
찬바람이 비에 젖은 몸을 통과할 때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도는 한기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추위에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봉사자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힐끔거리는 시선을 눈치 챘는지, 봉사자 아저씨 한 분이 ‘무엇이 궁금하냐’고 먼저 물어왔다. “자원 봉사자이신가요?”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다른 봉사자가 답했다. “네. 봉사가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아무 때나 (본부가 있는) 부스로 찾아오시면 돼요.” 이어 봉사자 아저씨가 줄 선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생각이 나면, 그냥 일단 광화문 광장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분향소 입구에 쌓인 국화. 사진/바람아시아
 
분향소 입구에 국화가 쌓여있었다. 한 송이를 들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영정이 빼곡히 들어선 벽 앞에 꽃을 내려놓았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희생자들의 눈을 마주보았다. ‘잊지 마십시오’에서 ‘잊지 말라고 말해 주십시오’ 로, 조금 더 길어졌던 당부가 떠올랐다. 
 
분향소 내부. 사진/바람아시아
 
“가실 때 노란 리본을 가져가세요.” 봉사자 아저씨가 분향소를 떠나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길거리 다니다가 노란 리본이나 배지를 가방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 볼 때도 너무 감사해요. 잊지 않는다는 거니까. 같이 기억한다는 거니까. 그게 그냥 힘이 돼요.” 
 
-책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에 실린 세월호 참사 생존자 학생 인터뷰 중에서-
 
남광장 중앙에 세워진 커다란 노란 리본 형상. 사진/바람아시아
 
어느덧 열한 시가 다 되었다.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텅 빈 무대만 광장에 남았다. 무대 양쪽을 장식하던 현수막이 바람에 세차게 나부꼈다. 무대 아래 큰 글씨로 적혀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내일도 4월 16일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앞 사람 가방 고리에 달린 노란 리본이 달랑거리며 인사를 건넸다.  
 
 
 
김서영 김창용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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