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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유동비율 내리막…유동성 위기 도래하나
10대 건설사 7곳 감소…국내·외 수주 여건 악화
"미청구공사 등 리스크 상존으로 위기 맞을 수도"
2016-04-14 16:05:06 2016-04-14 16:05:41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지난해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의 유동비율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미청구공사 등 잠재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위기가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주요 건설기업 24곳의 지난해 별도기준 사업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평균 유동비율이 120.3%로, 전년에 비해 12.17%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 또는 그 신용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신용분석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그만큼 기업의 재무유동성은 크며 일반적으로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다만 업종, 기업규모, 경기 동향 등 고려해야 하는 만큼 표준비율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조사대상 24곳 가운데 9곳을 제외한 15개 기업이 전년보다 유동비율이 줄어들었다. 특히 소위 10대 건설사로 꼽히는 대형건설사들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합병 이슈로 전년 실적과 비교가 어려운 삼성물산(000830)을 제외한 9개사 가운데 포스코건설(+15%p)과 현대산업(012630)개발(+12%p)을 제외한 7개사 모두 유동비율이 감소했다.
 
이들의 평균 유동비율은 151%로, 전년(157%)보다 6%p 줄었다. 대림산업(000210)(-23.7%p), 롯데건설(-23.6%p), 대우건설(047040)(-21%p) 등은 평균 이상의 감소율을 나타냈으며 SK건설(-3%p), GS건설(006360)(-2%p), 현대건설(000720)(-0.3%p), 현대엔지니어링(-0.1%p)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SK(116%), GS(135%), 대우(144%), 대림(150%) 등은 평균보다 낮은 유동비율을 기록한데다 전년에 비해 감소세까지 보여 유동성에 우려를 사고 있다. GS를 제외한 3개사는 연내 1000억~2000억원가량의 회사채 만기도래까지 예정돼 있어 회사채 상환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업체 A사 관계자는 "과거 중동에서 저가 수주로 어려움을 겪었던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최근 그룹 차원의 지원과 재무구조 개선 활동을 통해 부채를 많이 줄였다"면서도 "해외 수주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은데다 국내 부동산시장 역시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새로운 활로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11~30위권의 중견건설사 중에서는 급증과 급락이 엇갈렸다. 경남기업의 경우 유동자산(3855억원)이 반 토막 난데다 유동부채(1조3038억원)는 두 배로 늘어나면서 유동부채(29%)가 102%p 줄어들었다. 두산건설(011160)은 유동부채(2조2980억원)는 3000억원가량 줄어들었으나, 유동자산이 1조원 정도 빠지면서 유동비율(69%)이 27%p 감소했다.
 
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동부건설(005960)은 유동부채(2800억원)가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유동비율(104%)이 증가했다. 또 KCC건설(021320) 역시 유동부채(3411억원) 감소에 힘입어 유동비율(154%)이 32%p 늘어났다.
 
중견건설사 중에서는 쌍용건설(129%), 태영건설(009410)(120.5%), 서희건설(035890)(120.3%) 등이 전체 평균을 상회했으며 쌍용과 서희의 경우 전년에 비해 개선된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유동성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전년에 비해 유동비율이 감소한 ▲한라(014790) 51% ▲금호산업(002990) 87% ▲한신공영(004960) 98% ▲삼성엔지니어링(028050) 100% ▲한화건설 101% 등도 평균을 하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청구공사와 관련한 잠재 위험이 여전하고, 주택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물량 증가 우려 등이 여전한 만큼 업계에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만기가 된 회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상환해 빚을 갚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해외에서도 저가수주를 최대한 줄이고 국내에서도 미분양을 막기 위해 무리한 분양은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청구공사와 관련한 잠재위험은 양적인 감소만큼 해소되지 않았다. 앞으로 건설업체의 유동성 대응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자칫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건설사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할 경우 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퇴출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건설업계 유동비율이 전년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지/최원식 디자이너.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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