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미래)③모든 것과 연결되는 '커넥티드카'
2020년 시장규모 지금의 3배…운전자 빅데이터 모으는 SW가 중심
2016-04-04 14:45:21 2016-04-04 14:45:59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모델T'를 대량생산하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가 개막했다. 이후 자동차는 이동거리 확장의 수단이자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 혹은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100년 넘게 이어져온 이 같은 자동차의 성격이 최근 근본적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IT기술과 대체 에너지 발전 등에 힘입어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자동차, 운전자가 사라지는 자율주행차, 휘발유 대신 전기로 달리는 친환경자동차 등이 자동차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여는 분위기다. 과연 미래의 자동차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또 우리 생활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4차례로 나눠 살펴본다.(편집자)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산업 패러다임은 제품에서 서비스·경험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기능에서 정보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의 자동차는 순수하게 하드웨어 기계로만 구성됐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이제는 자동차 내부의 소프트웨어를 넘어 외부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물결이 일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와 IT 기술을 융합해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도록 한 차를 말한다. 다시 말해 차량을 외부 인프라 및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결해 안전하고 편안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스마트카는 현재 위치와 실시간 교통상황을 파악해 가장 효율적인 길이나 근처에 있는 빈 주차장을 안내할 수 있다. 주변 차의 정보를 파악해 충돌을 방지하고 위험 상황을 알릴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스트리밍해 실행·공유하는 것을 물론 차량 상태를 스스로 실시간으로 확인·관리하고 운전자의 몸 상태를 감지해 최적화된 차량 내부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최근 '커넥티드 카 개발 동향과 미래 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가 하나의 '커넥티드 디바이스'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0년 자동차 5대 중 1대가 '커넥티드카'
 
무선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커넥티드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BI인텔리전스는 오는 2020년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4대 중 3대가 무선이동통신과 연결된 커넥티드 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커넥티드카 관련 산업이 매출기준 약 500억달러 규모인 것으로 추산됐는데, 5년 뒤인 2020년에는 이보다 세 배 이상 큰 1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가트너는 오는 2020년이면 전 세계 2억5000만대 이상의 차량이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5대 중 1대가 커넥티드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시 제임스 하인스 가트너 리서치부문 대표는 "커넥티드카는 이미 현실"이라며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가 모델부터 대중 시장의 대량생산 모델까지 자동차 내부의 무선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가트너는 자동차 안에서 소비하고 생산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정교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인간과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나 디스스플레이, 그래픽 관련 산업 등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포테인먼트' 넘어 'V2X'로
 
커넥티드카라는 용어는 최근에 생겼지만 자동차의 연결성을 확장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미 50년 전인 1966년 길 안내와 전방 교통상황 안내, 응급상황시 자동연락 기능 등을 담은 시스템인 DAIR(Driver Aid, Information & Routing)을 선보인 바 있다. GPS와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목적지 설정은 종이에 구멍을 뚫은 천공카드(펀치카드)로, 교신은 도로 아래 깔린 마그네틱 센서로 했다.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인프라 구축이라는 벽을 만나 좌절되고 말았다. 
 
 
지금과 같은 커넥티드카 아이디어가 본격화된 것은 2000년을 전후해서다. GM은 앞선 실패를 딛고 1996년 '온스타(OnStar)'를 선보였다. 자동차와 통신을 결합한 최초의 서비스로 위성과 이동전화를 이용해 내비게이션과 원격진단, 차량추적, 긴급구조요청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지난해 7월 770만명이 온스타를 사용하고 있다.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의 시대가 열렸다. 인포테인먼트는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information)와 오락거리(entertainment)를 함께 제공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DIAR과 온스타가 자동차에 직접 하드웨어를 심는 기술이었다면 인포테인먼트는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미러링해 자동차에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핵심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의 '카플레이' 등이 대표적인 인포테인먼트랫폼이다. 
 
이제는 단일 차량을 연결하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차량과 모든 것을 연결하는 기술인 'V2X(Vehicle to Everything)'가 부상하고 있다. 도로 위에서 다른 차량, 인프라 등과 상호 소통하면서 유용한 정보를 만들고 공유해 교통사고를 크게 줄이고 주행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기술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교통부는 지난 2011년부터 관련 프로젝트룰 추진하고 있으며 2012년 하반기부터는 V2X 기술을 적용한 시험 운행을 실시하고 있다. 
 
강성진 KB금융지주경제연구소 연구원은 "V2X 기술의 상용화는 인공지능과 각종 센서, 자동차 제어 기술들과 결합해 궁극적으로 자율주행기술을 완성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SW가 커넥티드카 생태계 중심될 것"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운전석을 차지하기 위한 완성차 업체와 IT기업, 통신업체 사이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딜로이트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IoT 커넥티드카의 오늘과 내일'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도입되면서부터 업종간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커진 데다 앱 등 제 3의 콘텐츠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카플레이를 선보이면서 아우디, 폭스바겐, 현대차 등 전세계 40개 완성차 브랜드와 제휴를 맺었다. 경쟁사인 구글은 벤츠와 포드, GM, 볼보 등 40개사에 안드로이드오토를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 IT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바이두는 '카라이프(CarLife)'라는 플랫폼을 개발해 아우디, 벤츠, 폭스바겐, 현대차 등에 공급하기로 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SAIC자동차와 함께 만든 커넥티드카를 이달 열리는 베이징오토쇼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스마트 기기의 음악과 영화를 스트리밍하고 운전자의 습관을 인식해 위험을 알리는 기능을 담은 '삼성 커넥트 오토'를 선보였다.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의 상태, 위치, 연료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며 대응하고 있다. 볼보와 폭스바겐 등은 원하는 시간에 히터와 에어컨 등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커넥티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BMW는 특수 안경과 연결한 증강현실을 이용해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까운 주차장과 제한속도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다.
 
딜로이트는 완성차 업체와 IT기업간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결국에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운전자 데이터와 경험을 집적해 커넥티드카 생태계의 중심을 차지하고 완성차 업체를 밀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해킹문제 해결해야 안전성 확보
 
커넥티드카의 가장 큰 문제는 해킹이다. 소프트웨어로 작동하고 외부와 연결되기 때문에 커넥티드카는 태생적으로 해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해킹이 일어날 경우 그 안에 담긴 개인정보를 빼내가는 것은 물론 차량의 위치를 파악해 훔쳐가거나 운행중에 사고를 유발하는 것도 가능해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테슬라와 GM, 크라이슬러그룹 등 완성차업체에 동시다발적인 해킹이 발생했다. 크라이슬러그룹의 경우 악의가 없는 화이트해커의 소행이었지만 차량에 아무런 사전작업을 하지 않아도 인터넷 주소만 알면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결국 크라이슬러그룹은 차량 140만대의 리콜을 결정했다. 
 
손주옥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주임연구원은 완성차업계가 온라인을 통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도입해 해킹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내부 구동계와 분리해 안전에 직결된 엔진이나 브레이크가 해킹당하지 않도록 하고, 화이트해커를 적극 활용해 해킹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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