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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시진핑에게 '믿음을 보여라' 우회 압박
2016-04-01 11:07:30 2016-04-01 11:07:42
[뉴스토마토 황준호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1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의 이행과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공히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특히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박 대통령과 양국 정상회담을 하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대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하고 있다"며 “각국이 안보리 관련 결의를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1일 보도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것은 한반도에 관한 중국의 ‘3대 원칙’이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각국이 정세를 더욱 긴장시키는 언행을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면서 "지역 국가의 안전이익과 전략적 균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대화와 협상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정확한 방향"이라면서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에 앞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완전하고 엄격하게 집행할 것을 주장한다"고 언급하는 한편으로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의 해결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배치하는 데 단호히 반대한다"며 사드가 중국의 안보와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사드 반대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긴장을 격화시킬 수 있는 그 어떤 언행도 피해야 하며, 다른 국가의 안전이익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에 영향을 주는 조치도 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 박 대통령, 시 주석에게 ‘뼈 있는’ 발언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뼈 있는 말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작년 9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주석님과 오찬을 함께 했을 때 ‘무신불립’이라는 문구가 기억이 난다”며 “양국간 전략적협력 동반자 관계를 이끌어 가는 기본정신은 상호 존중과 신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신불립’은 작년 9월 한중 정상의 오찬 메뉴판 박 대통령의 사진 밑에 있던 글귀로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전화 통화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던 시 주석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중국이 대북 압박에서 역할을 해야 신뢰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추궁의 의미가 있는 발언이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데에 대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기조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한중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3대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은 “1년의 계획은 봄에 달려있다. 우리의 이번 회동이 이른 봄 3월에 성사됐다"며 "대통령님과 심도 깊게 의견을 교환하고 중한관계를 전면적으로 기획하며, 각 분야의 교류 협력을 심화시키고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순조로운 발전을 추구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당초 이날 오후 4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앞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지연되면서 예정보다 늦은 4시57분에 시작돼 80분간 진행됐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옴니쇼어햄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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