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만 찾아오면 몸값이 높아지는 단어가 '청년'이다.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에 미어지는 가슴을 어쩔 줄 몰라 하고, 서둘러 청년 일자리 창출 공약을 늘어놓지만 정작 중요한 청년들의 목소리는 소외돼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현재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전국으로 확대해 청년 구직자들이 필요로 하는 취업 정보와 멘토링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과 민간에 걸쳐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시행해 청년일자리 70만개를 창출하고 취업활동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각각 학자금 대출금리 부담 완화, 기회균형채용 등 청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삶과 미래에 대해 국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시작된 청년기본법 제정은 19대 국회 문이 닫히기 직전인 지금도 감감 무소식이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저출산·고령화, '자원고갈', '재정건전성' 등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문제들을 논의해야 한다며 마련된 '미래세대법'도 단 한번의 진지한 논의 없이 자동폐기 될 운명에 처해 있다. 청년은 값만 높았지 누구 하나 제대로 사서 돌보지 않았다. 청년 대표성을 갖고 국회에 들어온 현역 의원들도 이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말만 무성한 청년 정치 현장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성용 미래세대위원장(30)을 만나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청년 정치의 현실을 들어봤다.
새누리당 김성용 미래세대위원장. 사진/한고은 기자
지난해부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용씨는 1986년생 청년 정치인이다. 경북 문경 출신인 김 위원장은 스스로 "어릴 때부터 나대는 걸 좋아했다"고 설명한다.공주대 총학생회장과 충청지역총학생회연합 초대의장을 지내며 전국 방방곡곡 청년들을 많이 만났다.
2012년 대통령 선거와 2014년 지방선거 캠프에 참여하고, 청년 문제를 고민하는 시민단체에서 5년 동안 활동하면서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정당정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고 새누리당에 입당하게 됐다. 많은 기대를 안고 여의도로 들어왔지만 실망도 적지 않았다.
청년은 전국 팔도에 있다
김 위원장은 여의도 청년 정치를 몸소 겪으며 '갇혀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는 "청년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서 이 안에서 몇 명 안 되는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하고, 청년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서울에 한정돼 있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학교를 가는 친구들도 많고 대학교 숫자도 지방에 훨씬 더 많은데 너무 서울에 집중돼 오히려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김 위원장은 지방 청년들의 실태를 전달하고, 청년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것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다.
취업난, 주거 문제, 불안한 고용형태 등 청년을 둘러싼 문제들은 많지만 김 위원장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는 청년문제는 '대학 구조조정'이다. 역설적으로 대학생 신분인 청년들이 전국 팔도에 이렇게 많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저도 대학교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대학은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의지가 강하셨다. 그래서 가려고 하니까 저는 공부도 열심히 안 한 것 같은데 '가야 할' 대학교는 엄청나게 많았다. 결국 대학은 다 나왔는데 주변의 시각에 의해 직업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에 (구인과 구직의) 미스매치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격증 몇 종 세트 이야기하면서 엄청난 스펙 전쟁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실제 지방대학교에 가 보면 술 먹고, 게임하고 있는 친구들이 대다수다. 절대 폄하하자는 게 아니라 과연 이게 필요할까, 이들이 제 자리를 찾도록 하기 위해 대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야 청년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풀리고 주거, 결혼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필요할 때만 청년 찾는 무책임한 정치권
김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청년이라는 정체성이 소비되는 방식에 실망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스스로 청년 정치인이라고 표방하며 활동했던 친구들이 1000명이 넘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칠게 보면 10명도 안 남았을 것"이라며 "그렇게 떠난 친구들의 정치 혐오증이 더 크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청년 정치인들이 당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들었다. "시기와 때에 맞춰 포퓰리즘적으로 청년을 찾는 정당의 행태가 그렇고, (그마저도) 정당 내에서 교육되고 준비돼 있는 인재가 아닌 순간 순간 외부 인재를 데려와 반짝 스타로 만든 뒤 생색내기로 끝내버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국민공천제를 한다고 해서 만 40세 이하 후보 26명이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지만 이준석, 손수조, 원영섭 3명만 살아남았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준석, 손수조 후보는 청년이기는 하지만 이미 많이 노출돼 있는 사람들이다. 이준석 후보의 경우 참 좋아하는 형이긴 하지만 청년 정치에 대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미국으로 유학 가서 좋은 학교를 나온 분이 없는 집에서 태어나 지잡대('지방 잡 대학교'의 줄임말)를 졸업하고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청년들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아쉬워했다.
청년 정치인들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창구인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당 중앙청년위원장, 전임 미래세대위원장 등 많은 당내 청년 정치인이 지원했지만 면접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오히려 당 밖에서 활동해 온 '청년이여는미래'의 신보라 대표가 청년 몫 비례대표 7번을 받았고, 이부형 중앙청년위원장은 당선 안정권이 아닌 36번을 배정받았다. 김 위원장은 "신보라 후보는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 분이라 개인적으로는 환영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저도 당에 있고 싶지 않다. 70만명 정도 되는 청년 당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 때만 되면 '청년들 모아라' 하는데 대리 이상으로 진급 못 하는 회사라면 이직을 원하지 누가 회사에 머물려고 하겠나. 이런 구조는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차기 전당대회·대선 경선서 목소리 낼 것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정당 시스템 안에서 청년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정당에 들어온 시기가 총선과 맞물려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것도 많았고, 할 수 없는 것도 많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전국 253개 개별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총선이다 보니 '청년'이라는 큰 의제가 설자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같이 한 선거를 하면 그 안에 정책을 많이 담을 수 있지만 총선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당 대표 선거, 대통령 선거같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 저희의 요구를 가장 많이 받아주시는 분에게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어떤 제안을 하려고 해도 이런 이슈를 받아주는 시기인지도 생각해야 하고, 저 같은 상설기구위원장도 결국 중앙청년위원장에게 임명받는 구조이다 보니 처음부터 '줄잡기'를 배우게 된다"라면서 "말로만 '청년 독립'하지 말고 당에서도 청년 독립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 5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주거와 재정에서의 '청년독립'을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용 미래세대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 서포터즈 '청춘나르샤'의 발대식 현장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새누리당 청년국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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