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IT기술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P2P대출대상이 소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수십억원의 건축공사 조달도 가능한 대출처로 주목받는 곳이 있다. 지난해 초 설립한 부동산담보 P2P대출 테라펀딩이 그 주인공이다. 테라펀딩은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를 실행한다는 측면에서는 다른 P2P금융과 같지만 대출 대상은 소규모 건축 시공사다. 연 30%대 고금리를 써야 하는 중소 규모의 건축공사자에게 10%대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을 통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테라펀딩의 양태영 대표를 만나봤다.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부동산 경매만 10년 가까이 했습니다. 건물을 이곳저곳 둘러보니 곳곳에 땅은 있는데 짓다 만 건물들이 눈에 띄더군요. 중소형 건축 시행자들이 대부업 등 사금융에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중단한 것들이었습니다. 위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부동산 P2P 플랫폼 기업 테라펀딩을 이끄는 양태영 대표의 창업 배경이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은행보다는 높아도 대부업체보다는 현저히 낮은 중금리 대출을 제공한다면 재정난에 시달리는 중소 건축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양 대표의 판단이었다.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드가 합해지면서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테라펀딩 P2P금융이 탄생했다. 양 대표는 "중소형 시행사는 자금사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대출자에게 이자 부담을 낮춰주고 투자자에게는 담보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 40%대 고금리 대출로는 모두 죽는다"
건축자금 대출시장의 양극화 배경은 저축은행 사태에 기인한다. 현재에도 빌라나 중소형 상가를 짓는 이들은 땅을 담보로 할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조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대신 신용등급이 대형 건설사에 비해 낮아 주로 저축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빌라 신축업자들이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린 계기는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 우려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부터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건축자금 대출의 경우 연 4~5%의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지만, 자기자본비율 20% 이상 등 대출 조건이 까다롭다. 대지 50억원에 건물 30억원 부대비용 20억원 등 총 100억원 단위의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가 자금을 조달하려면 자기자본이 최소 20억원은 있어야 한다. 지리적 위치에 수익성 높은 건축 계획이 있어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대출 받기도 어렵다 보니 연 30% 내외의 고금리 대출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양 대표는 “빌라 하나를 신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석 달에서 넉 달이면 되는데 대출은 신청절차만 한 달이 넘게 소요된다”며 “이 기간 소요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사금융으로 넘어가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을 신청하고 공사까지 이어지는 기간이 길어진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주거용 빌라의 경우 은행권 건축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심사에만 1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또 예정대로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공사 중에 자금 문제로 중단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사기간이 지연되면서 겨울 공사를 해야 할 경우 손해는 더 커지게 된다.
수익률 12%·부도율 0%…안정성이 '관건'
이런 상황에서 중금리와 함께 자체적으로 심사능력을 갖춘 테라펀딩의 대출은 중소 시행사들에게 가뭄에 단비일 수밖에 없다. 테라펀딩 관계자는 "중소 시공사들에게 합리적인 연 8~15%의 중금리로 건축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며 “투자자에게도 수익이 되지만 대출받는 중소 시공사 입장에서는 사금융 대비 약 50%가량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이를 건축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기간도 단축되고 이자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자연스레 수요가 붙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 말 설립한 테라펀딩은 P2P 금융이 소액 위주로 거래되는 개인 간 금융대출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수억원 대의 부동산 담보 P2P 대출을 성공시켜 주목 받았다. 투자 수익도 연 10% 이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업계 2위로 올라섰다. 17일 기준 테라펀딩의 누적 투자금액은 140억원, 연평균 수익률 12%, 부도율 0%를 기록했다. 사업이 안정화되면서 올 초에는 본엔젤스로부터 12억5000만원의 투자유치를 받았고, 최근 동부저축은행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러브콜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다중 안전장치로 투자금 보호
테라펀딩에게 주어진 절대적 과제는 안전성이다. 양 대표 역시 “부동산 P2P 대출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손실이 나지 않는 게 중요했다”며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테라펀딩은 현장 확인 후 대출금을 사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건축을 주관하는 시공사 측이 일정 공정률에 따라 대금 지급이 필요할 경우, 공사진행 내역에 대한 세부 견적서를 제출하면 해당 내역에 대한 전문가 현장 확인 후 실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본래 목적은 투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투명한 대출금 활용으로 건축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실공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순기능도 더해졌다, 지난 10년간 부동산 업계의 현장경험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렇다고 테라펀딩 상품에 대한 접근이 어렵지는 않다. 투자구조는 비교적 간단하다.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투자금 회수 여부 등을 고려해 대출 대상을 설정하고 일반인들에게 알린다. 경매 물건이나 건축자금은 대출규모가 크기 때문에 최소 투자액수가 다른 P2P 대출업체보다 높다. 최근 펀딩에 성공한 10억원 규모의 건축자금 대출은 최소 투자금액이 100만원이었다. 건축자금의 경우 펀딩이 완료되면 대출과 함께 신탁이나 근저당 설정을 통해 대출금 보호조치에 나선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 역시 이를 안전한 투자라고 판단하고 있다. 테라펀딩이 후발 부동산 P2P 대출업체와 차별화하면서 선두주자로 지위를 굳힌 것도 이 때문이다.
"대출 수요, 투자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
부동산과 IT,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을 만들어낸 양 대표의 이력은 어떨까. 테라펀딩을 운영하기 전 그는 부산에서 꽤 잘 나가는 경매 전문가였다. 8년 이상을 경매업계에 몸담으며 직접 투자도 하고 강연도 하면서 이름도 꽤 알렸다고 한다. 그는 “경매로 돈을 벌었지만,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과 IT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싶어 창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도 시도해봤고 초기 ‘직방’ 모델도 도입해 봤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P2P 대출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고 사업모델 발굴에 나섰고 본업이었던 부동산과 연결된 P2P를 찾게 된 것이다. "핀테크를 활성화 해야 한다는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 사업이 구체화됐다"는 양 대표. 그는 “오프라인에서도 부동산 크라우드펀드 형태로 아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적은 있었다"며 "하던 일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겼을 뿐인데 사람들이 핀테크라고 불러 당황도 했지만 점점 데이타를 축적하고 기술을 익히면서 진자 핀테크다운 부동산 P2P금융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양 대표는 "신축빌라에 대한 대출 건축자금만 1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가능성과 수요를 확인한 만큼 보다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테라펀딩이 보유한 기술과 시스템이 중소 시공사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만큼 시장 규모를 좀 더 키워보겠다는 욕심도 있다. 그는 "현재 대출 수요를 투자자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며 "자연스럽게 신뢰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좋은 투자상품을 선별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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