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줄세우기식 직원 평가를 잇따라 폐지하고 있다. 기업 활동에서 개인의 지적 능력과 집합적 창의성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순위 매기기식의 평가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LG경제연구원은 '인사관리(HR)에서도 혁신이 시작되고 있다' 보고서를 통해 제너럴일렉트릭(GE)과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 등 글로벌 대기업이 순위 매기기 식의 기존 연간 성과 평가 시스템을 폐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순위 매기기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GE는 이미 하위 10% 강제할당 방식을 버렸다. 지난 10년간 순위 제도를 느슨하게 운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를 대체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이 순위 매기기식 평가시스템을 폐지하고 대신 수시 토론 및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사진은 제프리 이멜트(가운데) GE 회장이 직원들과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AP
최근 시스코도 "기존의 순위 매기기 방식은 목표 달성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팀워크와 협력을 장려하는 새로운 성과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MS는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평가가 너무 관대해져 모든 직원이 A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평가 관대화 현상을 감내하는 것이 강제 순위 매기기 방식의 부작용을 감내하는 것보다 낫다고 답했다. MS는 "우리가 다른 경쟁자들보다 창의적이지 못하고 뒤떨어지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순위 매기기 방식에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순위 매기기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는 이유에 대해 ▲순위 매기기가 구성원들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고 ▲창의성과 다양성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핵심 인재 확보 및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위 매기기의 빈 자리는 수시 토론 및 피드백 시스템이 대신하고 있다. 보통 연말에 한 차례만 이뤄지던 연례평가 대신 수시로 성과를 체크하고 피드백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E의 경우 수시 피드백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PD@GE(GE에서의 성과향상·Performance Development at GE)'라는 이름의 앱을 통해 구성원들이 각자 해야할 일들을 올리면 리더들이 수시로 코멘트하고 논의하는 식이다. 앱의 목적은 점수 매기기가 아니라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다른 동료나 타 부서의 의견을 물을 수 있는 '통찰력(insights)' 탭에서 "계속하세요"와 "조금 바꿔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두 가지 형태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잔 피터스 GE HR 책임자는 "사람들은 누구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돕게 만들려면 보다 긍정적인 방식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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