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의 테마여행)훈풍 맞으러 떠나는 봄맞이 도시골목기행
2016-02-22 09:00:43 2016-02-22 09:00:43
남녘의 도시인 부산과 대구로 떠나는 도시골목기행이다. 특이할 것 하나 없는 도회지의 골목들을 서붓서붓 거닐다보면, 골목골목 옛 이야기들이 숨어있어 더없이 흥미진진하다. 부산과 대구는 골목도시라 할 만큼, 다양한 이름과 테마를 지닌 골목들이 현재적 삶과 그대로 어우러지고, 또 다른 골목으로 촘촘히 이어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골목을 걷다보면, 비어지거나 잊혀져가는 시간 안에서 단지 한 자락 볕만으로 살림을 꾸려왔던 고단한 시절의 풍경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부산 광복동의 골목에는 고단한 삶의 풍경들이, 대구의 근대골목에는 근현대사의 시간이 빛바랜 채 남아있다. 늘 수고로운 삶이 풍경으로 남아있어 그리운 골목길. 서두를 것이 없이 가벼운 걸음으로 떠나면 따스함이 깃드는 길이다.
 
부산과 대구는 흥미진진한 볼거리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골목들이 이어진다. '쾌지나 칭칭나네, 쾌지나 칭칭나네'라는 후렴구를 지닌 경상도의 민요를 이 지역 사람들은 칭칭이 소리라 한다. 머릿글자로 '쾌(快)'자를 내세운 것은 흔쾌한 성정때문인데, 굿거리거나 자진모리로 여럿이 주고받아야 제대로 신명이 난다. 한 박자가 빠른 호흡과 명랑쾌활한 삶의 흥겨움이 도시의 활력을 돋운다. 민요처럼 활기찬 이야기들이 잠겨있는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부산의 풍경. 사진/이강
 
흥미진진, 부산 광복동 골목기행
 
남포역을 기점으로 삼는 것이 수월하다. 광복동은 명실공히 부산을 대표하는 거리로 부산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거리다. 일제의 조계지였던 광복로의 옛 이룸은 벤텐조(辨天町)거리다. 일제가 거주지로 삼으면서 요리집과 극장, 백화점, 서양식 건물 등이 이 거리를 따라 쭉 이어졌던 거리로,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에도 자갈치 시장과 함께 부산의 경제를 이끌며 80년대까지 가장 번성하였던 곳이다. 잠시 쇄락을 길을 걷다가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가 열리면서 부산영화(BIFF) 거리로 불리어지며 다시 변화되기 시작했다. BIFF광장에는 세계 유명 영화인의 '핸드 프린팅'이 새겨져 있고, 각종 쇼핑몰과 부산의 대표적 먹거리들이 즐비해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광복동의 중심인 용두산은 골목기행의 출발점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광복동과 남포동 일대, 자갈치 시장과 멀리 부산항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남포동의 '남포'는 영도대교 아래의 부산 남항의 해안을 말하고, 남포 일대의 바닷가가 바로 자갈치다. 본래 주먹만한 옥돌자갈들이 쌓인 자갈해안을 뜻한다. 잠시 머물다가 대청로를 따라 부산근대역사관 쪽으로 내려선다. 부산근대역사관은 2013년 문을 연 향토사박물관으로 일제강점기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해방 후에는 미국 해외공보처 부산문화원으로 활용되다가 미 문화원 철수 후 부산근대역사관으로 개관되었다. 뼈 아픈 근현대사의 흔적을 돌아보고 국제시장 윗길인 대청로를 따라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방향을 잡는다.
 
용두산 공원에서는 부산의 도심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진/이강
 
보수동 책방골목은 한국전쟁 당시 영주산, 보수산 자락에 천막학교가 생기고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생긴 책방 골목이다. 헌책을 파는 노점들이 늘어나면서 책방 골목이 만들어졌는데, 희귀도서도 간혹 발견되어 많은 이들이 골목 구석구석을 서성인다. 책방 골목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부평깡통시장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통조림 제품들을 많이 팔아 깡통시장이라 불리었다. 부산의 부평깡통시장 먹거리 골목은 부산을 대표하는 비빔당면, 어묵집, 어물전 등이 골목골목으로 이어져 먹거리 투어로 인기가 높다.
 
골목은 죽집골목, 한복거리, 족발골목 등으로 다시 이어지는데, 한 바퀴를 돌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부평시장에서 길을 하나만 건너면, 도떼기 시장이라 불리던 국제시장이다. 시장은 크게 먹자골목, 젊음의 거리, 만물거리, 아리랑거리, 구제골목 등으로 나뉘어지며 광복로와 바로 이어진다. 광복동 일대의 골목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역사,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호구지책으로 하나둘 보따리를 들고 나선 것이 골목장이 되었고, 골목과 골목 사이에서 서로가 어깨를 기대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셈이다. 도드라진 부산의 색과 흔쾌한 부산 사람들의 정서를 온전히 엿볼 수 있는 코스다.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늘 사람이 붐빈다. 사진/이강
 
무궁무진, 대구근대골목투어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대구의 도심골목을 한 바퀴 돌아보는 여정이다. 도심으로 들기 전 먼저 앞산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 좋다. 도심 가까이에 자리한 앞산은 대구사람들이 앞품에 두고 일 없을 적마다 오르는 산인데,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대구의 도심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대구의 골목투어는 도심을 중심으로 보폭에 알맞게 반경을 넓혀가는 것이 알맞다. 여행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코스를 꾸려 역사와 문화의 향취 배인 도시의 골목을 걸을 수 있다. 대구골목투어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모두 5개 코스로 꾸려진 대구근대골목 투어다.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이나 서문시장을 기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중앙로역을 나와 경상감영공원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조선 선조 때의 경상감영터에 조성된 공원으로 관찰사의 집무를 보던 선화당과 처소인 징청각, 선정비 등이 남아있다. 바로 이웃한 대구근대역사관은 1932년 건립된 옛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의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근대역사와 생활상 등을 살펴볼 수 있으며, 골목투어지도를 챙기거나 해설사를 동반한 투어가 가능하다.
 
대구 앞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구 도심 풍경. 사진/이강
 
수제화 골목, 따로국밥 골목을 지나면 진골목이다. 달성 서씨들의 집성촌이있던 거리로 조선조를 거쳐,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까지 재력가와 향토 기업인들의 거주지였던 골목이다. 다시 종로를 지나면 약전골목이 이어진다. 조선 효종 6년(1658)부터 장이 열려 40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한약재시장이다. 골목을 둘러보고 청라언덕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계산성당과 이상화 시인과 서상돈 선생의 고택 등 1900년대풍의 옛 건축물과 풍경들과 이어진다. 계산성당은 한 쌍의 십자가 종탑이 아름다워 순례객들이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다. 성당 가까이 시인 이상화의 고택과 민족운동가 서상돈 선생의 고택이 나란히 이웃해 있다. 여기서 90계단으로 잘 알려진 대구 3·1 만세운동길을 올라 제일교회를 지나면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이다. 1900년대 초반에 선교사들이 지은 근대건축물들이 모여 있는데, 서양식 건물과 한옥의 기와양식을 절충한 독특한 건축양식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구 근대골목 풍경. 사진/이강
 
청라언덕은 내려오면 1950년대 대구문화의 중심이었던 향촌동과 대구 먹거리를 대표하는 대구 10미를 맛볼 수 있는 서문시장이 이어진다. 빵빵하게 배를 채웠으면 서문시장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방천시장으로 향한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인 모노레일은 '스카이 레일(하늘 열차)'이라 불리는 지상철이다. 지상 10미터 위로 달리며 대구의 도심을 조망할 수 있어 젊은 데이트족들과 대구를 찾은 여행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대봉교역에서 내려 찾아가는 '김광석다시그리기길(김광석길)'이다. 김광석은 방천시장 골목에서 5살까지 뛰어 놀았다고 전해진다. 350m 길이의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가수 김광석을 추억하는 벽화들이 이어지고 주옥같은 김광석의 노래가 흐른다. 여행객들은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맞은 편에 늘어선 작은 카페와 공방을 기웃거리며 여행의 추억들을 남긴다. 환하게 미소 지고 있는 김광석의 초상으로 봄날 햇살이 비껴든다. 봄날의 도시여행으로 충분하다.
 
여행작가 이강의 풍경읽기 - 영도다리와 점바치 골목
 
중앙로역을 나와 자갈치 시장의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건어물 도매상들이 들어선 골목이 나타나고, 이곳을 지나면 국도 7호선의 기점인 유라리 광장이다. 이 유라리 광장에 서면 다시 개통된 영도다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유라리 광장은 유럽의 '유'와 아시아의 '라'를 따온 말로, 유럽과 아시아인이 함께 어울려 찾고 즐기는 장소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유라리 광장에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의 동상이 서있고, 바로 앞으로 부산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부산 영도다리 도개식을 지켜보는 관광객들. 사진/이강
 
영도다리가 열리는 오후 2시에는 관광객들이 광장을 찾아 다리를 들어올리는 도개행사를 관람한다. 영도다리는 우리나라 유일의 도개교로 올해 꼭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1967년 도개를 중단하였다가 지난 2013년에 다시 개통되었다. 도개란 말 그대로 풀면 다리를 여는 것인데, 다리의 밑으로 통과하기 힘든 대형선박을 위해서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는 것을 말한다. 신호에 따라 사람과 자전거, 차량의 통행이 멈추어지면 한쪽 편의 다리가 열리고 비교적 큰 선박이 그 사이를 통과해 물살을 가른다. 항구도시의 정취와 옛 시절의 추억을 그려볼 수 있는 장소로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요즘 보기 드문 광경이어서 어린 자녀를 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부산 여행 중 꼭 둘러보는 코스이다.
 
한편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영도다리 아래는 본래 점바치 골목이었다. 점바치 골목은 6·25전쟁 당시 영도다리 인근에 형성된 점쟁이 거리다.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온 이들은 이곳을 만남의 장소로 하여 약속을 하고,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이 안부를 점치면서 점바치 골목이 형성되었다. 부산 중구에서 현재 점바치 골목을 따로 조성할 계획에 있다.
 
 
가봅시다 - 대구 10미 즐기고 대구 100배 즐기기
 
조선 시대 3대 시장 가운데 하나였던 서문시장은 대구 경북 지역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무궁무진하여 '먹방 투어' 여행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대구 먹거리는 별나고도 맛난데, 이를 대구 10미라 부른다. 그 중 7가지가 서문시장과 골목길 주변에 숨어있는데, 구석구석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구 10미 중 으뜸인 미성당 납작만두. 사진/이강
 
그 중 첫 번째 음식이 바로 미성당 '납작만두'다. 납작한 만두의 속은 당면과 부추로 채워져있는데, 양념장을 얹어먹는 맛과 재미가 별나다. 누른 국수라고 불리는 칼국수, 못난이 떡볶이, 어묵고로케, 삼각만두, 나뭇잎만두, 수제핫바 등도 줄을 서야만 맛 볼 수 있다. 동성로 삼송베이커리, 근대골목 단팥빵, 반월당고로케 등 전국적으로 소문이 난 대구빵집 5대 천왕을 찾아나서는 빵집순례를 하여도 좋다. 조금 허기가 지고 지칠만 할 때면, 어디엔가 숨어 있는 맛집과 빵집이 짠하고 눈앞에 나타난다.
 
대구근대골목 투어는 도심골목을 한 바퀴 도는 코스여서 꼭 정해진 들머리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 중앙로역, 신남역이나 서문시장쪽 어디서든 접근할 수도 있다. 근대문화골목을 제대로 체험하려면 토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골목투어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15명 이상은 전화(053-661-2624)로 신청하면 해설사를 따로 지원한다. 근대골목을 둘러본 후 케이블카를 타고 앞산전망대에 오르면 대구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불로동 고분군, 아양기찻길은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다. 불로도 고분군은 석양 무렵이 아름답고,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에서 신민아와 소지섭이 만나는 장면으로 유명해진 아양기찻길은 금호강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 카페, 다리박물관 등을 갖추고 있다.
 
 
이강 여행작가,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ghang@hanmail.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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