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글로벌 M&A 붐…성공 열쇠는 '문화통합'
'다임러·크라이슬러 합병' 최악 실패 사례…표면적 통합에 만족해선 안돼
2016-01-26 14:41:43 2016-01-26 14:42:15
경제성장률 둔화에도 전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M&A 거래대금은 사상 처음으로 5조달러를 넘어섰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007년의 4조6000억달러를 넘은 것은 물론 한해 전보다도 약 38%나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M&A 시장 거래대금도 77조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였다. M&A 열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로엔을 1조8700억원에 인수하고, 해외에서는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분을 약 6조원에 인수하면서 올해 메가딜에 신호탄을 쐈다. 불황에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는 것은 외형확대와 성장을 위해서다. 하지만 두 기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화충돌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았던 기업의 인수합병도 문화차이 때문에 완전히 깨져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세계 시장에서 인수합병(M&A) 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합병 이후 성공적으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문화충돌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문을 약 6조원에 인수키로 한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의 제품 모습. 사진/로이터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M&A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으로 꼽힌다. 독일과 미국을 대표하던 두 자동차 회사는 1998년에 손을 잡았다.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아 합병으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몇년 만에 산산이 깨졌다. 문제는 문화적 차이였다. 두 기업은 업무 절차뿐만 아니라 기업 철학, 보수 산정 방식, 운영 스타일 등이 모두 달랐다. 동등하게 출발했던 합병은 서서히 다임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인력관리 컨설팅회사인 글로보포스트는 크라이슬러측 직원들에게서 "다임러크라이슬러를 읽을 때 '크라이슬러'는 묵음"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이 돌 정도였다고 전했다. 삐거덕거리던 회사는 성장하지 못했다. 2000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2007년 결국 갈라서고 말았다.
 
지난해 두번째로 큰 계약이었던 맥주회사 AB인베브와 사브밀러의 합병도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 1위와 2위의 합병인 만큼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두 기업이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의 설명에 따르면 버드와이저와 코로나 등 글로벌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AB인베브는 중앙화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지역 양조장 육성에 힘을 써온 사브밀러의 문화는 중앙집중적이기 보다는 분화돼 있다. 로이터는 결국 효율성이 높은 AB인베브의 문화가 사브밀러의 문화를 흡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표면적인 문화보다 '속'을 봐야
 
합병한 기업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문화'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문화충돌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가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최근 '최고의 인수기업은 어떻게 통합하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문화는 표면적으로 두 회사의 업무와 비전을 비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훨씬 더 깊은 이슈"라며 "금요일에 청바지를 입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와 같은 하찮은 일까지 포함하는 가치에 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화는 한 기업 내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대한 문제로 업무 수행 방법 전반을 아우르는 표준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두 문화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직원들의 근로의욕과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인재 유출의 위험성까지 높아질 수 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통합 과정에서 표면적인 측면에만 집중하면서 문화 통합 과정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이는 리더들이 우선순위에 두고 명시적으로 이끌고 가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합병하는 기업의 일부분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문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리적으로, 계층적으로 다양한 곳에 퍼져있는 문화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맥킨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차이를 보이는 두 회사를 통합할 때에는 비슷한 부분과 다른 부분의 균형을 잡아가며 하나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부분에 대해서는 통합이 쉽게 이뤄져 빠른 시일내에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복잡한 다른 부문을 통합할 때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대상의 장점은 유지하돼 속도내야
 
BCG도 최근 '합병 후 통합에서 문화 장벽 깨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문화 통합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로 문화가 가지는 모호함과 경영진의 성과주의를 제시했다. 어떤 문화적 차이가 있는지 체계적으로 알기도 전에 성급하게 합병 효과에 매달리기 때문에 표면적인 통합에만 그치게 된다는 것이다. BCG는 성공적인 문화 통합을 위해서는 ▲차이점을 인식하고 ▲고민하고 ▲체계를 세워 ▲목표 문화로 이동하는 4단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사이의 문화적 차이는 예상보다 광범위하다. BCG는 문화적 차이를 체계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20곳 이상의 합병 기업 사이에서 나타나는 유연성·소통구조·위험추구성·추진력·협동 정도 등의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같은 업종이라 하더라도 50%의 기업들이 한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큰 차이를 보였으며 3분의 1은 세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직원들의 경우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 큰 문화적 차이를 보였다. 또한 기업 규모나 임원의 임기, 지리적 특징이 같더라도 문화적으로는 큰 차이를 보이는 곳이 많아 문화적 특성을 일반화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BCG는 문화적 차이를 다룰 때에는 피인수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어떤 기업을 매력적인 합병대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은 그들이 일하는 방식, 즉 기업 문화가 된다"며 "합병 후 그들의 문화를 무시하고 바꿔버린다면 인수했던 목적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대기업 A가 신생기업 B의 고객군을 흡수하기 위해 합병을 했는데, 관료적 문화를 주입하면서 B가 고객관리에 사용할 시간을 뺏는다면 실패한 합병이 된다는 것이다.
 
합병 기업의 문화 통합에서는 초반 속도전도 중요하다. 시작 과정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면 합병 후에도 각자 기존의 문화로 돌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유사한 규모의 회사가 대등합병할 경우 이 같은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가 대표사례다. BCG는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거나 그 반대가 되지 않는 한 두 기업은 완젙히 합쳐질 수 없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은 이전의 문화로 돌아가고 두 조직은 함께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BCG는 문화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으로 조직 및 인력 구조, 정책 및 과정, 의사소통 3가지 측면에서의 체계적인 접근을 제시했다. 합병으로 조직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공유하고,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바뀌지 않는 것과 바뀌는 것을 정하고, 의사소통 과정에서 공유해야 할 기업가치가 무엇인지 조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문화적 다양성'은 통합에도 도움
 
서로 다른 국가의 기업이 합쳐질 때에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 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와튼경영대는 지난해 '떠오르는 다국적기업의 M&A 게임' 보고서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M&A에서는 기업 문화뿐만 아니라 국가 문화의 차이도 신경써야 한다"며 "이는 힘든 일이지만 상당한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렌스 캐프런 유럽경영대학원(INSEAD) 교수는 인수 대상이 신흥국 기업인지 선진국 기업인지 여부도 큰 차이를 가지고 온다고 말했다. 신흥국 기업 C가 또 다른 신흥국 기업 D를 인수할 경우 지역에 어떻게 통합돼야 하는지, 또 각기 다른 주주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상대적으로 익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선진국 기업 E를 인수할 경우에는 미국식 혹은 영국식 기업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고전할 수 있다.
 
문화적 다양성이 확보된 국가에서는 M&A 후 문화 통합이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아닐 굽타 메릴랜드대 스미스경영대학원 학과장은 최근 글로벌 M&A 시장에서 경쟁자로 떠오른 인도와 중국 기업들을 비교한 결과 인도 기업들이 다양한 문화를 더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종교나 언어, 민족적 배경에서 인도는 중국보다 다원화된 사회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의 기업들은 문화적 차이점을 어떻게 존중하고 다룰지 이미 많은 훈련이 돼 있으며 영어에 익숙하다는 점 또한 문화 통합 과정에서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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