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자성없는 중개업계…쌓여가는 불만
2016-01-24 11:00:00 2016-01-24 11:00:00
[뉴스토마토 한승수 기자] 강남의 한 중개사무소. 금요일 오후 젊은 남성이 한명이 들어옵니다. 1억원 수준의 전세나, 비슷한 수준의 보증금에 월세가 적은 원룸을 찾습니다. 중개업자는 5개 정도의 집을 추려내 이 남성과 나갑니다. 그리고 2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두 사람은 사무실로 돌아오고 남성은 생각해보고 연락주겠다는 말을 남기며 떠납니다. 중개업자는 말합니다. "아마 연락 안올거에요. 어쩔 수 없죠". 이 중개사는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이렇게 하루를 보내겠죠.
 
얼마 뒤 찾은 이 중개업소는 매매 계약을 하나 성사시킵니다. 거래 단가 자체가 크기 때문에 수수료율에 비해 체감상 보수액이 상당히 큽니다. 중개보수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있을지 모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매달 수백만의 임대료를 내고, 직원도 고용했으며, 다른 여러 관리 비용을 지불했죠. 손님은 지나가는 길에 들른 곳에 불과하지만, 이 중개업소는 수년 째 물건을 찾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서 많은 돈을 챙겨간다는 말에 중개업자들은 섭섭함도 표시합니다.
 
중개업자들의 서운함과 달리 중개보수도 이들을 보는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죠. 비싸 보이는 중개보수도 그렇지만 악성 중개사들이 시장을 교란시킨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중개업소는 전세 재계약시 중개보수가 적어지기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재계약을 무산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세난에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것은 일도 아니죠. 그리고 이들에게 제대로 된 중개보수를 받게 되죠. 매도자들에게 요즘 시장에 급변하며 매수자가 실종, 가격을 내려 서둘러 매도할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같은 날 걸려온 전화 매수 상담에서는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물건이 없다며 서둘러 매수를 권합니다. 허위 매물 등록도 항상 문제로 지적되고 있죠. 돈이 안될 것 같은 단순 상담·문의 손님은 잡상인 취급하는 곳도 있죠.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는 일부 구간에 대해 중개보수를 하향 조정했죠. 서울시의회에서는 더 한참 전에 중개보수 조정을 하려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역풍을 맞으며 없었던 일이 됐죠. 표심으로 먹고 사는 의원들이 중개사 겸 유권자들의 반발에 움찔했던거죠. 국토부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중개보수 인하를 도입했습니다. 이들은 사회적 공론화부터 시작했습니다. 공인중개사들의 집단 반발이야 불보듯 뻔한 일이었지만 국민들은 인하를 원했죠. 또한, 최근 한 변호사 단체는 최고 99만원의 중개보수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고 있죠. 역시나 여론은 변호사들의 중개시장 진출에 호의적이었습니다. 중개보수 뿐 아니라 또 악성 중개사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거죠.
 
이런 상황에서 공인중개사협회의 새로운 수뇌진은 여전히 업계의 이권을 위해 정부와 싸우겠다고 말합니다. 고객의 불만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없습니다. 중개업은 서비스업이라는 기본조차 모르는 듯. 국토부의 장기 플랜 가운데 하나는 종합부동산회사입니다. 기업의 중개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것이죠. 이미지가 중요한 기업 입장에서 대고객 서비스 수준이 나아지지 않을까. 지금의 모습으로 이런 거대한 물결을 막을 수 있을까?
 
아!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것. 앞서 말한 변호사 단체는 ‘하는 일에 비해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점을 들며 저가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변호사의 수임료에 대한 불만이 큰데 정작 자신들의 본업인 변호사 수임료부터 내리겠다는 말은 왜 안할까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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