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현대차, 10년간 끈 비정규직 문제 해결 조짐
22일 사내하청 조합원 대상 합의안 찬반투표 실시
2016-01-21 17:03:44 2016-01-21 17:56:27
현대자동차 노사가 내년까지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 2000명을 정규직화하는데, 새로운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번 합의안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는 22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거치고, 통과되면 지난 2005년 촉발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10여 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현대차 노사문화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에서 잠정 합의안이 가결돼야 오랜 기간 끌어온 비정규직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다.
 
작년 9월14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열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협의'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노사 대표들이 손을 모으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현대자동차 윤갑한 사장, 김성욱 울산공장 비정규직 지회장, 이경훈 노조위원장, 서쌍용 금속노조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현대차, 금속노조, 현대차 노조, 울산 하청지회는 지난 20일 열린 ‘23차 사내하청 특별협의’에서 내년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추가 2000명 특별고용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최병승 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 문제가 촉발됐다.
 
2010년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정규직 간주’ 판결로 사내하청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현대차 노사와 하청지회는 지난 2014년 8월 사내하도급 특별협의 합의에 따라 지난해까지 총 4000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를 특별 고용한 바 있다.
 
또 이번 잠정 합의에 따라 올해 1200명, 내년 800명을 추가 채용해 2017년까지 총 6000명을 고용키로 합의했다.
 
오는 2018년부터는 정규직 인원 수요 발생시 하도급 인원을 일정 비율로 채용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더불어 노사 쌍방이 제기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고, 해고자에 대해서는 본인이 원할 경우 해당업체에 재입사키로 했다.
 
이외에 우수 기능인력 유치 차원에서 사내하도급 업체 근무경력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번 합의안에 대한 하청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22일 실시 예정이다.
 
문제는 현대차 노사와 사내하청업체 노사, 금속노조 등 특별협의체가 도출한 잠정 합의안이 통과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9월 특별협의체의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면서 부결된 바 있다.
 
당시 전체 조합원(재적 717명) 중 찬성 244명(38.2%), 반대 384명(60.1%)으로 합의안이 통과하지 못했다.
 
잠정 합의는 현대차 노사와 사내하청업체 노사, 금속노조 등 5곳 모두 참여해 끌어낸 합의안이라는 점에서 가결 쪽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합의안 찬성은 사측에 불법파견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부결 운동이 일어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조합원 찬반투표에선 가결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법정 다툼이 장기화하면서 조합원의 피로도가 커져 찬반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10년 11월 사내하청 근로자는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해 지난 2014년 9월 1심에서 사내하청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는 즉각 항소했고, 오는 27일 서울고등법원은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번복되건 유지되건 지루한 법정다툼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1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현대차가 상고할 가능성이 크고, 판결이 번복된다면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항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사 간 제기한 민형사상 소송취하 조건도 가결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사내하청 노조의 정규직화 투쟁으로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사내하청 노조는 정규직 판결 직후인 2010년 11월부터 25일간 울산 1공장을 점거해 자동차 생산차질을 일으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고, 2013년 7월 현대차 명촌 주차장 철탑 고공농성, 현대차 희망버스 집회로 참여자와 경찰, 회사 직원 등 110여명이 부상을 당한 바 있다.
 
현대차는 공장가동 방해혐의로 사내하청 노조 등에 총 16건, 223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당시 노조 집행부와 집회 참여자들은 잠정 합의안에 의해 막대한 손해배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찬반 투표는 오는 22일 실시할 예정이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