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작년 주택공급 과잉, 우려할만한 수준 아냐"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월세전환 가속화는 일시적 현상…전세시장 종말 없을 것"
2016-01-14 10:49:27 2016-01-14 10:49:35
지난해 모처럼 불어온 분양시장 호조에 편승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으로 연초부터 과잉공급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리스크 등 악재까지 겹쳤다.
 
이런 가운데 작년의 주택공급 과잉은 특정시기만을 두고 본 근시안적 판단이라며 시장 걱정만큼 우려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설립 최초의 외부전문가인 국토연구원 출신 채미옥 박사다.
 
그는 단순 수요·공급만을 두고 판단하지 말고 시장구조뿐만 아니라 인구구조도 고려해 주택공급 과잉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한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앞서 공급이 적었던 시기가 있었으니 작년과 같이 많이 몰리는 때가 있는 것이며 최근 시장구조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데다 1~2인 가구 증가와 에코세대의 가세 등으로 잠재적 수요가 꾸준한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올해 주택시장이 거래절벽이나 침체기가 오는 것이 아니라 최대 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우려대로 악재가 많은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상승한다는 건지 설명을 들어봤다.
 
- 연초부터 과잉공급에 따른 거래절벽 우려 등 부동산시장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택공급 과잉 논란은 신규주택의 적정공급 수준보다는 특정기간 동안의 평균 실적이나 공급추이 변화 등을 토대로 2~3년 뒤 과잉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 회복에 맞춰 과거 공급되지 않은 물량이 한꺼번에 몰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가령 과거 몇 년 사이 신규주택 공급이 충분했고 최근 인허가 실적 증가에 따라 향후 주택공급 급증이 예상된다면 과잉공급의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 신규주택 공급이 부족했다면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급물량은 과거 주택공급 부족분을 해소함과 동시에 신규수요를 흡수할 안정적인 물량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주택공급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으로만 풀 것이 아니라 주택시장의 구조, 인구·사회구조 등도 고려돼야 과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전에 집을 사야할 실수요자들이 주택공급이 줄어들자 움츠러들었고 저금리라는 요인과 만나면서 매매보다는 전세로 들어가게 됐다. 그러면서 전세수요 증가→전세공금 감소→전셋값 상승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1~2인 가구 증가와 에코세대의 시장 진입, 그리고 여전히 낮은 자가보유율을 감안하면 금융규제 강화, 금리인상 우려, DTI·LTV 규제 완화 종료 등의 악재로 전셋값이 더 오르더라도 전셋값 상승에 따른 누적된 피로감이나 이사비용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과거 주택공급 부족과 신규주택 공급물량 증가 사이에 상쇄되는 부분을 고려해야 주택공급 과잉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것이고, 작년에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수요가 있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다거나 급격히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작년 주택공급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한승수 기자.
 
- 그렇다면 시장에서 우려하는 2017~18년의 시장 상황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 조금씩 꾸준히 공급됐으면 좋았을 텐데 그동안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지나치게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시장이 괜찮은 것 같으니까 '이번이 마지막 찬스다'라는 생각으로 막 밀어넣다보니 미처 삼키기 전에 사레가 걸린 상황으로 보인다. 사레가 걸렸으니 당분간 기침은 할 것이다. 약간의 가격조정이라던가, 시장조정은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다만 폐렴이나 결핵처럼 드러눕는 게 아니라 약간의 높낮이가 있는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 선제적 대응 방안을 제안한다면.
: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변화 없이 계속 가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파동은 있기 마련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어느 정도 가격이 내려가면서 안정되고, 가격이 다소 많이 하락하면 그동안 안 샀던 사람들이 나서면서 또 가격이 오를 것이고. 그런데 우리 부동산시장은 그렇지 못했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다보니 정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 시장도 체질이 이젠 바뀌었다. 지금은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 정부가 칼을 들이대는 인위적인 대책은 사실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역할을 하고 대비를 하고 자정작용이 일어나는 시점인 것 같다. 정부가 굳이 앞서서 약을 먹이고 수술할 필요 없이 일단 시장에서 움직이게 놔둬야 할 것 같다. 그 다음에 필요하다면 이제껏 완화했던 규제들을 바로 잡는다거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일부 넣어주는 정도, 그것도 대대적인 규제나 완화가 아니라 보완책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적당한 것 같다.
 
- 매매시장 침체 우려만큼이나 자주 거론되는 것이 월세 중심의 임대시장 재편이다.
: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주택의 자산가치 상승이 예상되지 않은 가운데 임대인들은 월 임대료와 같은 현금흐름 중심의 수익성 개선을 통해 주택자산의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월세 관련 자료를 분석해보면 '순수월세'보다는 반전세(보증부 월세)가 많이 늘었다. 말이 반전세라 월세 범주에 들어가 있지, 사실은 전세다. 더군다나 이 수요들은 전세시장이 조금만 더 안정되면 언제든 시장으로 나올 수요다. 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지 순수월세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외국사람들처럼 매달 몇백만원, 몇천만원씩 렌트로 주고 사는 것이 익숙치 않다. 우리네 전세제도는 전세금을 늘리고 늘려서 집을 사는, 일종의 '주택 사다리'인 셈인데, 이 같은 장점들을 태어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학습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인 만큼 전세시장으로 회귀하려는 힘은 계속 작용할 것이다.
 
단지 공급물량이 적고, 가격이 높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월세시장으로 가고 있지만, 전세시장이 안정되면 사람들은 돌아올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세시장 몰락, 종말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만약 추세상으로 월세가 늘어난다면 '주택 사다리' 차원에서 저소득층의 전세시장은 정책적으로 정부가 지켜줘야 한다. 저소득층일수록 월세로 더 휩쓸려가는 분위기인데, 이는 전셋값이 워낙 오르다보니 저소득층이 전셋집에 머물 여력이 부족한 탓이다. 만약 전셋값이 안정되면 저소득층이 전세시장에 머물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다. 저소득층의 주택 사다리가 없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고소득층이 취향에 따라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월세를 돌린다거나 전세 들어가서 산다는 것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것이 아니라, 전세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영세민, 저소득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채미옥 원장은 월세 가속화에 따른 전세시장 종말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사진/성재용 기자.
- 끝으로 최근 한국거래소와 부동산 투자지수 개발과 관련한 협약을 맺었다.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 작년 말 한국거래소와 관련 세미나도 열고 MOU도 체결했다. 과거 집을 안사면 상대적으로 자산가치가 박탈되는 시절이 있었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손해를 본 것이었고, 반대로 가격이 급락할 경우에는 제 때 안 팔면 그 손해를 오롯이 자기가 떠안아야만 했다. 지금은 그런 시기가 지났다고 본다.
 
투자를 위해 부동산을 한 채를 사지 않더라도 반 채나 3분의 1채를 살 수 있게 된다면 그 만큼의 이익을 일정부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반대로 하락하더라도 전체를 매입한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헷지가 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도 자산가치를 꾸준히 보존해 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또 시장 관점에서도 과거에는 한 채를 매입할 때 수요자 한 명만 필요했지만, 한 채 소유하는 것에 열명이 들어갈 수도 있고, 스무명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그만큼 수요기반이 안정화되고 확산돼 부동산시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에는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이 시작되면서 리츠가 도입됐고, 주식처럼 유동화시킬 수 있도록 ABS나 MBS 발행도 늘어나곤 했지만, 기대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지수가 도입되면 리츠시장의 경우 보다 투명하고 안심할 수 있는 감시체계 혹은 관리체계가 정립되면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높아진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투자활성화 등 여러 긍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부동산도 다른 금융상품처럼 실시간으로 가격자료가 나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접근하다보니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또 부동산이라고 하면 전국구라고 판단했는데, 사실 부동산시장은 극단적인 지역 시장이다. 때문에 부동산을 금융상품화하더라도 부동산 고유의 특성이나 거래 특성을 살리고, 지역시장 특성에 맞게 상품화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는다면 분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감정원의 17개 전국 지사망과 4300여개 협력중개업소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투자지수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거래소와 TF를 구성해 금융공학 전문가, 교수들을 참여시켜 정말 바람직하고 제대로 된 지표를 만들고자 한다. 부동산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외국투자회사 등 외국에도 한국 부동산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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