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안지혜 에트리카 대표 "패션으로 아프리카 빈곤 해결"
2015-12-21 06:00:00 2015-12-21 0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에트리카(Ethrica)는 패션을 무기로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와 싸우는 패션 브랜드다. 아프리카 원단을 이용한 에트리카의 국내외 제품판매 수익을 아프리카 디자이너의 텍스타일 디자인과 봉제 생산 과정 등의 교육 과정에 투입함으로써 아프리카의 자립을 돕고 있다. 에트리카는 Ethical(윤리적인), Ethnic(이국적인)의 'Ethic'에 'Africa'가 결합한 단어다.
 
시작은 단순했다. 안 대표는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2009년 아프리카로 선교활동을 떠났다.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부룬디에서 만난 아이들은 안 대표 일행이 그들과 피부색이 다르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달려와 만지고 이야기했다. 어떠한 편견도 욕심도 없이 다가와 먼저 손을 내밀고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프리카 사람들과 우리는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우리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죠. 운이 좋아서 전쟁과 빈곤이 없는 한국에서 태어난 거에요. 겉으로 보기에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은 맨발로 다니고, 피부병이 있다는 정도죠."
 
'죽은' 원조로 무너져가는 아프리카 패션 생태계 복원 시키기
 
키텡게 원단을 고르는 안지혜 대표. 사진/에트리카
 
안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들에게 받은 도움과 사랑을 다시 되돌려주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사회적 기업을 소개한 강연을 듣고, 아프리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 설립한 것이 '북스포부룬디(Books for Burundi)'다. 아동도서를 그들의 언어로 제작해서 보급하는 일을 하는 비영리청년단체였다. 2년여간의 북스포부룬디 활동을 하며 그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력을 갖게 함으로써 스스로 책을 사볼 수 있는 경제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자'는 아이디어와 비슷한 맥락이다.
 
선진국에서 아프리카로 돈이 이동하는 것은 기부나 모금이 거의 전부다. 이미 유명단체 위주로 기부가 이뤄지고 있는데, 기부 하는 사람만 계속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부금 규모는 좀처럼 커지지 않고 있다.게다가 전세계에서 아프리카로 흘러들어가는 기부된 의류들이 아프리카 현지 패션산업을 파괴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중고의류가 싼값에 아프리카로 들어오기 때문에 가나와 잠비아, 나이지리아 등의 원단 및 패션 산업 규모가 80% 이상 감소했다.
 
안 대표는 "그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팔아서 그들에게 돈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선진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로 다시 돈이 흘러들어간다면 아프리카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아프리카의 키텡게(Kitenge)라는 화려한 색감을 가진 디자인의 원단을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하기로 했다. 키텡게는 아프리카 특유의 자연과 본능이 담긴 원단이다. 안 대표는 "알록달록하면서도 강렬한 색채와 패턴을 지닌 키텡게를 단순한 디자인의 원피스나 머리띠 등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과 함께 시장성이 매우 높은 직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에트리카는 단순히 키텡게를 구입해와서 파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고 있다. 무너져가는 아프리카 현지의 패션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봉교육과 디자인 교육에 수익을 재투자하고 있다. 안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상품에 그들이 참여하게 함으로써,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는 돈이 '비용' 이 아니라 누군가의 '수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인 선발해 디자인 교육
 
에트리카의 2016 S/S . 사진/에트리카
 
지난 2013년 12월 처음으로 팀을 꾸려 개인사업자 형태로 1년여간 사업을 하다 2014년 12월 법인을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에는 ALAND, Wconcept, 10x10(텐바이텐), 국립현대미술관, DeStore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체 온라인샵 판매도 꾸준히 늘며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5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상품 구색도 늘어나고 있다.
 
에트리카는 굳이 '아프리카에 수익이 돌아가는 착한 옷' 을 내세우지 않는다. 윤리적 패션만 내세우다가는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넘치고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 개발을 통해 제품 판매를 촉진할 계획이다.
 
지금은 아프리카의 직물을 한국으로 들여와 창신동 등지에서 봉제 작업을 거쳐 팔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봉제와 생산까지 아프리카에서 진행하는 것이 에트리카의 목표다. 이러한 비즈니스 협업을 통해 그들 스스로 일자리를 갖고 돈벌이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내륙에 위치한 부룬디는 물자 운송이 원활치 않아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무역을 할 수 없다. 안 대표는 부룬디가 향후 서비스교역을 할 수 있도록 텍스타일 디자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에트리카는 지난 2014년 부룬디에서 4박5일간 50인을 대상으로 무료 디자인 교육 워크샵을 열었다. 현지인들을 선발해 인터넷을 통해 과제를 주고받는 식으로 디자인 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내 벽에 부딪혔다.
 
"매주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적 요소를 찍어서 보내는 과제가 있었어요. 언젠가부터 나무나 풀사진 밖에 없어 '너무 성의가 없다' 생각했죠. 그들 주위에 나무나 풀 외에는 예술적 영감을 주는 사물이나 환경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서 두달간 교육을 시켰습니다."
 
두명을 선발해 한국으로 데려와 여러 전시회를 비롯해 문화·예술 기회를 접하게 했다. 깜짝 놀랄만한 실력으로 그들을 놀래켜주기도 했지만 힘든 점도 적지 않았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열심'의 정도와 그들의 생각이 달라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열심히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함 좋아하는 중국 시장 진출할 것"
 
아프리카 현지인 대상 텍스타일 디자인 교육. 사진/에트리카
 
에트리카 사업의 모티브가 된 키텡게 원단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키텡게원단은 주로 면 100%, 폴리에스터100%다. 아프리카는 대부분 열대기후이기 때문이다. 니트 같은 겨울 옷에 적합한 원단은 아니다. 사계절 의류에 키텡게 원단을 다양하게 접목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합의 혼용원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시작단계라 주로 면과 폴리에스터 원단을 현지 직원이 선택하고, 사오는 형태지만, 매출이 늘어나게 되면 원하는 형태의 원단을 주문제작할 수 있어 디자인도 다양해질 수 있다.
 
침체된 국내 경기도 에트리카에게 넘어야할 산이다. 자금 투입부터 회수까지 3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안 대표는 "바다의 통통배처럼 아직은 경기를 심하게 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재무적 안정성을 위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도 함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9월 파리에서 개최된 'Who's Next Paris 2016SS' 전시회에 참여해 쿠웨이트로부터 제품을 수주받는가 하면 국내 한 편집샵의 대리 바잉 방식으로 홍콩 I.T샵에 입점했다. 안 대표는 "위탁판매가 아니라 실제 물건을 선적해 수출한 케이스"라며 "홍콩과 쿠웨이트에서 에트리카의 옷이 팔리고 있는 셈"이라고 뿌듯해했다.
 
내년부터는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안 대표인 "패션의 본토인 프랑스나 유럽도 좋지만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률이 높은 중국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화려한 프린팅이 주를 이루는 '키텡게'는 중국인들의 취향에도 잘 맞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에트리카는 궁극적으로 아프리카의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안 대표는 "에트리카와 협업을 통해 디자이너로 일하며 경제생활을 통한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에트리카의 수익으로 만든 기금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트리카의 활동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그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 안 대표는 확신하고 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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