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의 5번째 통화로 중국 위안화를 편입한다고 밝혔다. '인민의 돈'이 명실상부한 국제 화폐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지난 2009년 위안화 국제화를 선언한 이후 6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되면 기축통화로 여겨져 준비자산으로서의 통화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결제수단으로서 위안화는 이미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국제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결제부문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지난해 1.4%로 세계 7위에 불과했으나 올 8월 기준으로는 2.8%로 비중을 늘리며 4위로 올라섰다. 위안화가 전 세계 무역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로 유로화 6.1%를 넘어섰다.
위안화의 기축통화 진입과 내년 2분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운영 시작 등을 바탕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야심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언론 등에서도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 포함을 두고 '상징적이다', '역사적이다'라고 평가하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는 이르다. 위안화 국제화, 중국의 금융굴기를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또 현재는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뉴노멀) 상태로 접어들며 성장 동력이 약해진 상황으로 중국의 금융굴기가 어느 정도의 힘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지난 2009년 위안화 국제화를 선언한지 6년만에 위안화는 준비통화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금융굴기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금융위기 이후 수면위로 올라온 '금융굴기'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굴기의 야심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금융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큰 폭의 개방이나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 금융사의 현지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인접 국가와 홍콩을 통해 위안화 금융거래를 시작한 정도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 달러화에 대한 회의론이 부각되자 중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일본을 앞지르고 세계 2위 경제대국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위안화 국제화를 선언하고 상하이를 세계 3대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개방은 다각도에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위안화적격해외기관투자자제도(RQFII)를 도입해 해외 금융기관이 위안화로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홍콩증시와 상하이증시를 교차 매매할 수 있는 후강퉁을 도입하며 사실상 외국인에게 중국 본토 증시의 문을 열었다. 올 여름 중국 증시 급락으로 연기된 선강퉁(선전증시-홍콩증시 교차매매)도 조만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에는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했다. 올 연말께 예금금리 규제를 없애 2013년 7월 대출금리 자유화 이후 약 2년 반 만에 금리 완전자유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또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여러 국가와 손을 잡았다. 우리나라와 영국, 홍콩 등 9개 국가에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했다. 통화스와프 협약을 맺은 곳도 25개국에 달한다. 2013년 말 홍콩, 마카오, 대만, 싱가포르 등 인근 4개국에만 있던 위안화 청산결제기관은 지난해 7개국, 올해 5개국이 추가되며 현재 16개국에 설치됐다. 최근에는 위안화 국제무역결제, 국제자본프로젝트 결제, 기관 및 개인 송금 결제업무 등을 포괄하는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도 공식 출범했다. 결국 위안화는 올해 재수 끝에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국제통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역결제·투자·준비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번 SDR 바스켓 편입으로 위안화는 국제화를 위한 마지막 문턱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SDR 편입결정 직후 국무원 회의…'금융개혁 박차'
중국은 앞으로도 금융개혁의 고삐를 더 바짝 죌 전망이다. 특히 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계기로 금융시장 전면 개방에 대한 대외적인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스스로도 지난 10월 열렸던 제18기 5중전회에서 "현대경제의 핵심인 금융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며 특히 금융감독구조를 개혁함으로써 금융안전을 보장할 것이다"고 명시한 '제13차 5개년 규획 건의'를 발표하며 금융개혁 의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도 최근 미국 워싱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강연에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됐다고 중국의 금융개혁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국내 경제 상황에 맞는 개혁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 편입이 결정된 다음 달인 지난 2일 국무원 고위급 회의를 열고 금융개혁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직후 발표된 성명을 통해 "리스크관리 환경 조성을 위해 금융개혁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다양한 시범제도를 여러 지역에 도입하겠다"며 "합리적인 수준으로 위안화의 가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자본계정의 자유로운 환전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국경간 위안화 거래 및 위안화의 자본계정 전환을 촉진하고 광둥성과 톈진 등 시범자유무역지대에서의 국경간 대출 규제도 완화키로 했다. 중소기업이 많은 저장성 타이저우에서는 이들 기업의 역내·외 직접금융을 장려하고, 농업 중심 도시인 지린성에서는 지역금융 개혁을 단행할 예정이다.
향후 5년 안에 위안화의 완전 자유 거래도 가능할 전망이다. 공산당은 5중전회에서 2020년까지 위안화를 자유롭게 거래되고 자유롭게 사용되는 통화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현재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를 적용하며 위안화 가치를 고시환율에서 2% 내외로 제한하고 있다. 이강 인민은행 부행장도 "시장화 체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최종 목표는 위안화 환율의 '클린 플로트(완전자율변동환율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주도로 설립한 AIIB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AIIB의 운영자금은 100억~150억달러 수준이다. 기준 통화는 달러가 될 예정이나 기타 통화 사용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이 초대 의장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위안화 사용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며 약 30여개 국가가 AIIB에 참여하는 만큼 파급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금융시장 대폭 개혁·위안화 가치 조정 필요"
하지만 위안화의 '진짜' 국제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즈(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한목소리로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중국이 더 많은 개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기부양이 시급한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닐 어윈 NYT 칼럼니스트는 "미국이 달러패권을 기반으로 적대적 국가에 금융 제재 등을 가할 수 있는 것은 환율이나 자본흐름, 외국인투자자 법적보호 등에 대해 정부가 손을 떼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정치권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놓는 것이 가치 있다고 여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당초 올해를 금융시장 개방 시한으로 잡았지만 경기침체를 이유로 목표시기를 2020년으로 미뤘다. 이를 두고 '달러트랩'의 저자 에즈워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개혁은 카드에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의 가치 찾기 작업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중국 정부의 환율 조작으로 지난 여름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3%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내부에서도 위안화가 20% 가량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당분간 위안화의 추가 절하는 없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위안화가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이어지면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치적 문제도 위안화 국제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의 밀월관계를 다지고 있긴 하지만 중국 편에 서는 국가들은 대체로 반미정서가 깔려있는 국가들이다. WP는 "미국 중심 질서에 반대하는 국가들은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나마 돈이 많은 러시아도 위안화 보유량을 쉽게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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