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역시, 문제는 정치다.
2015-12-04 06:00:00 2015-12-04 06:00:00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2015년 12월 2일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미국 상원이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에 대한 불신임을 의결한 날이 1954년 12월 2일이었으니 꼭 61년 되는 바로 그 날,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같은 고등학교 동문이 검찰과 경찰의 총수로 동시에 재임하는 광경을 마주한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우선 공안역량을 재정비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임기 초반에 총선을 맞고 대선 직전에 임기가 끝나는 TK 출신 총장이니,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우려가 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취임사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소신과 계획보다는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앞세웠다.
 
「뉴욕타임즈」의 11월 19일자 사설은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평판을 좌우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라며 박근혜 정부의 노동, 인터넷, 교과서에 걸친 '억압적 조치'를 비판하고, "마치 낮과 밤처럼 남한과 북한을 다르게 만들어 온 민주적 자유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고 적었다. 그렇다. 어느 샌가 우리에겐 밤이 너무 길어졌다. 미국에서 가장 오랜 주간지 「더 네이션」조차 "박 대통령이 독재자였던 부친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새누리당의 권위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시위대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고 이에 맞춰 검찰과 경찰은 집회를 금지하고 강경대처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개탄한다. 이보다 더한 나라망신이 또 있을까?
 
그런데도 정권 막바지 검찰 수장은 소위 내란음모 사건 수사의 공적을 다시 떠올렸는지, 오로지 '공안'과 '엄단'만을 강조한다. 과연 그에게 채동욱 전 총장과 김진태 전 총장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까. '국정원 댓글 사건'과 소위 '십상시 문건 유출 사건' 및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에서 보인 검찰의 정치적 굴신을 그는 어떻게 느꼈을까. 포스코 비리의 핵심이라는 이상득의 불구속에 어른거린 청와대 가이드라인이 선거 국면에서 등장하면 그는 어떻게 할까.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수사능력 제고 보다 공안역량의 강화를 앞세운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정부의 노골적인 헌법 위반은 점입가경이다. 12월 5일 집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주최 쪽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앞장서 '불허'와 '금지'를 외치더니 검경이 나서 협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헌법은 분명 정부에게 집회·시위를 허가하고 말고 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 "사전 금지된 집회라 하더라도 실제 이루어진 집회가 평화롭게 개최되는 등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경우 해산·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그러니 경찰이 "미신고 집회에 모이면 다 불법"이라며 "채증을 통해 전원 검거하겠다"고 말한 것은 헌법과 사법부에 대한 정면도전이며 주권자를 겁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마치 신통력을 가진 듯 5일 집회가 폭력으로 얼룩질 것이라고 단정한다. 근거 없는 '사전 금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장 악질적인 침탈이다. 1950년 2월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국무부 내 공산주의자 205명의 명단을 가지고 있다"며 시작된 매카시의 빨갱이 사냥이 떠오른 이유다. 지금 우리에겐 1954년 3월 매카시 주장의 허구성을 기어이 밝혀낸 CBS 같은 방송사가 없다. 그것이 저 무도한 이들에게 자신감을 주었을까. 매카시가 뿌린 불신과 음모의 광기는 오늘 이 땅에서도 정치적 이득과 출세를 노린 욕망에 기생하며 끈질기게 살아남아, 강한 전염성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 MIT 교수 개리 마르크스는 1960년대에 미국에서 흔히 발생하던 시위 중의 폭력사태가 20세기 말 급감한 원인 중 하나로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폭력이 줄어든 점을 꼽았다. 이는 폭력시위가 군중 속에서 촉발되기보다 권력이 염두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유도되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집회와 시위라는 합법적 통로를 막고 시민의 자유의지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권력은 그 자체로 폭력이다.
 
방송대 김재완 교수의 지적처럼, "소통을 배제하고 거대한 차단의 벽을 세워 오직 자신의 의지만을 관철하고자 하는 권력은 소시오패스적 권력"이다. 공감능력과 죄책감이 없는 소시오패스적 권력은 책임 회피와 거짓말을 일삼는 '지옥의 정치'를 형성한다. 이를 막아내는 것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권력의 원천인 주권자 국민이 정의와 인권을 실현하는 권력을 만들어 내고, 반인권적인 권력에 저항하는 책무를 다할 때만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역시, 문제는 정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