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전문가 칼럼] 남북관계 개선 열쇠는 금강산
마식령스키장 띄우는 북한, 두 관광지 연계 원하는 듯
2015-11-29 11:06:50 2015-11-30 11:19:28
8·25 남북 고위급합의 이후 3개월 보름 만인 내달 11일 당국회담이 열리게 됐다. 지난 26일 실무접촉 결과 차관급 회담을 여는 것으로 결정됐다. 앞서 북측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방북 하루 전인 지난 17일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연기를 통보했고, 그로부터 3일 후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제의해왔다. 그 두 가지 ‘사건’, 즉 북한의 북민협 방북 연기 요청과 실무접촉 제안 사이에 북한의 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다고 본다.
 
북한은 올 들어 남측이 크건 작건 제공해 온 기존의 인도적 지원보다 경제협력이나 개발투자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러나 북민협의 대다수 사업들은 인도적 지원에 편중되어 있으며 경제협력은 일부에 불과하다. 북민협 방북 때 정부 측에서도 소수의 실무자가 동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 정도가 목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민간단체와의 소규모 교류·협력보다는 당국회담을 통해 ‘통 큰’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당국회담 실무접촉에서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광 재개는 북한이 꼭 이루고자 하는 진짜 목표다. 금강산관광이 7~8년 만에 다시 시작된다면 다른 교류·협력들도 사실상 모두 열린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금강산을 비롯해 북강원도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김정은 시대의 개간지 ‘세포등판’에서 이어지는 마식령스키장의 중요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2013년 북한은 착공 1년 만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마식령스키장을 건설하면서, 김정은 시대의 ‘마식령속도’라고 평가한 바 있다.
 
마식령스키장은 슬로프의 총연장이 110km에 달해 용평스키장의 4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이다. 그러나 스키 인구가 적고 교통이 불편한 북한에서 이용객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운영이 어려워질 경우 김정은 시대의 ‘마식령속도’라는 말은 무색해질 것이며, 최고지도자의 위상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북한 체육성은 2013년에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에 마식령스키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최근 남측의 강원도의회는 동계올림픽 훈련장으로 마식령스키장을 이용할 의향이 있음을 밝히고 정부와 논의하고 있고 방북도 추진 중이다. 남·북 강원도 모두 마식령스키장에 관심이 지대한 셈이다.
 
만약 금강산관광이 재개된다면 마식령스키장과의 연계 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 금강산에서 마식령까지는 대략 100km에 불과해서 도로 정비만 된다면 1시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객들이 스키 관광까지 다녀올 수 있는 것이다. 금강산관광이 다시 열린다는 것은 남·북한 모두에 여러 의미를 갖게 한다.
 
당국회담이 열리면 남측은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사업은 인도적인 사업이면서 동시에 북한에는 위기 요인을 제공하는 점이 장애가 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남측의 가족을 만날 경우 어느 쪽 체제가 잘 사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만이 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두 차례의 상봉 행사가 있었지만, 당시 남측은 북측에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2010년 이후 상봉이 4년간 중단된 데에는 그에 따른 북한의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4년 2월과 2015년 10월 두 차례의 상봉 행사가 열렸는데, 이전과는 다른 여건에서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처럼 북측이 식량 지원을 요구하는 상봉이 아니었다. 아마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하는 대신 상봉 장소가 있는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금강산이 열릴 경우 남북관계는 전환의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의 개선을 원한다면 열쇠는 금강산이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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