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북핵 해결 힘들어질수록 한국 역할 더 중요해져
미·중 갈등구조 정착되면 핵문제 해결 난망…‘한국 대통령에 달려’
한반도평화포럼 토론회…전문가들 “이란·북한 차이 크다”
2015-11-29 11:07:18 2015-11-30 11:18:40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고조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핵문제 미해결 상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란과의 핵 협상에는 적극적이었던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는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다. 지난 26일 ‘북핵문제에 관한 새로운 접근 – 이란 핵 협상이 주는 함의’를 주제로 한 한반도평화포럼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지정학적 차이를 강조하며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럴수록 북핵 해결의 동력이 나올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됐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7월 이란과 주요 6개국(미·영·중·러·프·독)이 핵 협상을 타결할 수 있던 배경을 분석하며 북한과 다른 점을 두 가지로 들었다. 첫째는 이란 지도부의 교체로, 2013년 6월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협상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인 교수는 “로하니는 기존의 이란 정부와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던져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다”며 “선거를 통해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컨센서스를 이끌어 내 끌고 갔다는 점이 북한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차이는 지역 내 정치적 위상이다. 인 교수는 “이란은 인구와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 패권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며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임계점을 넘는 순간 지역정세가 완전히 붕괴된다.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이란의 존재를 다르게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리아·이라크 내전으로 이슬람국가(IS) 등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이 발호하는 상황도 협상을 촉진했다. 인 교수는 “시아파 최대 국가로서 이라크와 시리아 및 레바논 헤즈볼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란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중동정책에서만큼은 과거 정부와 다른 정책을 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인 교수는 “오바마는 취임 직후부터 대외정책의 주요 수단 중 외교와 개발을 군사력보다 우선하겠다고 천명했다”며 “부시 정부의 ‘중동 민주화 구상’을 폐기하고 ‘비핵·반테러’ 즉, 비폭력을 전제로 중동 내 다원적 정부 체제를 수용한다는 포용적 입장을 견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바마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해 반드시 타결시킬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란의 완전한 핵프로그램 폐기가 아니라 ‘핵무기 획득 방지’라는 차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두 나라의 지정학적 차이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인 교수의 설명과 유사한 것으로 “이란 제재 체제가 붕괴되고 이란이 핵무장을 하게 된다면 중동은 미국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협상을 선택했다”며 “그러나 동아시아에는 중국이라는 패권국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문제에 ‘전략적 인내’나 무시 전략을 쓰는 요인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차이의 두 번째는 협상 중재자의 유무다. 이 교수는 “이란 핵 협상의 경우는 유럽연합(EU) 등 정직한 중재자가 있었지만 북한 핵문제에서는 한국도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했고 중국은 ‘정직하지 않은 중재자’였다”며 “특히 중국은 지난 20여년간 북핵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거래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지정학적 차이는 중동에는 이란의 협력이 필요한 IS라는 급박한 요인이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보니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북핵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북핵 해결 전망을 비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논평했다. 정 상임대표는 “2010년 이후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이 대전환했기 때문에 미·중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북핵문제는 미국의 중국 정책에 아주 좋은 지렛대이므로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핵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하면서 해결이 안 되는 쪽으로 유도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상황이 조금 바뀔 수는 있겠지만 인도·파키스탄처럼 북한 핵을 사실상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정 상임대표의 진단에 동의하면서도 “탈출구가 없어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의 역할은 더 중요해 졌다”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면서 (북핵 해결의)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잡기 위해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 쪽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정철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동안 북·미의 물밑협상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10월 두 차례에 걸쳐 미국에 평화협정을 제안한 것이 그같은 판단의 근거다. 이 교수는 “형식적으로는 평화협정 제안이었지만 내용적으로는 ‘미국이 군사연습을 중단하면 북한은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지난 1월 제안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물밑협상을 할 경우 잠정적인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하산 로하니(왼쪽)가 2013년 이란의 새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미국으로 하여금 핵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란이 중동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위상이 매우 크다는 점도 협상 촉진 요인이었다. 지난 23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가스수출국포럼(GECF)에서 로하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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