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삼성·한화·동부 등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 감독에 나선다. 그룹 내 복잡한 출자관계에 따른 자본 과다계상과 계열사간 부당거래를 적발해 '동양 사태'와 같은 대형 부실을 막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바젤Ⅲ 도입으로 사실상 중복 규제가 된 은행의 이익준비금 제도가 폐지되고, 예대율 규제를 일부 완화·폐지를 예고하는 등 건전성 규제를 글로벌 수준에 맞게 선진화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건전성 규제 선진화 방안'을 도입한다고 29일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금융그룹 감독체계 구축 기본방안'을 연내 마련하고, 업계 의견수렴 등을 거쳐 내년에 '모범규준'을 제정키로 했다. 모범규준을 통해 그룹별로 자율적인 통합감독을 추진한 뒤 운용성과 등을 고려해 미진할 경우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그룹 감독대상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일정 규모 이상을 중심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선정기준은 유럽연합(EU) 등 외국 사례와 국내 금융산업의 실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내달 세미나를 열어 업계·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감독대상이 추려지면 그룹 단위의 자본적정성 관리를 통해 그룹내 자본의 이중계상(double gearing)을 방지하는 한편, 금융그룹이 위험을 적시에 인식·측정·관리할 수 있도록 통합 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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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한국의 금융산업이 대형화·겸업화하면서 금융그룹화가 진행됐으나 감독체계는 업권 중심으로 이뤄져 통합감독이 미진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업권별로 감독하면 금융그룹 내 출자관계 등에 따른 자본의 과다계상(excessive gearing)과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와 이해상충 행위에 대한 적발이 곤란하고, 대형 금융그룹의 부실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 EU와 일본 등은 금융그룹에 대한 업권별 감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김영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삼성·한화·동부·미래에셋 등의 그룹을 통합 감독하겠다는 것으로 동양 사태 이후 대책을 마련했다"며 "이와 관련한 태스크포스팀(TF)에서는 어떤 규모 수준까지 규제 대상으로 할 것인지와 어떤 내용으로 건전성을 규제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역별 건전성 규제는 완화하거나 권역별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비한다.
특히 은행 예대율(예금잔액 중 대출잔액 비율) 규제는 당분간 유지하되, 외국은행지점에 대한 규제 수준을 완화하고, 바젤Ⅲ 도입으로 실효성이 낮아진 은행법상 이익준비금 제도는 폐지한다. 김영기 부원장보는 "이익준비금 제도는 이익을 자본금 규모에 달할 때까지 쌓아두라는 건데, 이미 자본 규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로 규정하고 있는 등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중복 규제였다"고 했다. 은행 예대율 규제는 오는 2018년 장기 유동성 규제(NSFR) 시행방안이 마련되면 규제 존치 여부를 검토한다. 가계부채를 고려해 제도를 존치하다가 2018년에 다시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외국은행 지점에 대한 규제는 계약만기가 1년을 초과하는 본지점 장기차입금을 예수금에 포함하도록 하는 식이다.
보험은 지급여력 확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의 상시발행과 후순위채권의 선제적인 발행을 허용한다.
금융투자의 경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 신용공여 관련 위험값 등을 합리적 수준으로 정비하고, 이달부터 신설되는 전문사모 운용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비은행은 상호금융에 대한 예대율을 현행 80%에서 은행수준인 100%로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대형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연체기간에 따른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은 단계적으로 은행 등 다른 권역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한다. 여전사의 경우 가계대출과 카드대출은 은행권과 동일하나 일반대출은 상이했다. 신협의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법정적립금 적립 한도를 농·수·산림조합 수준인 출자금의 3배가 될 때까지 매년 이익금의 20% 이상 적립하도록 강화하고, 손실금 보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건전성 규제를 글로벌 수준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보면, 은행은 '시스템적 중요 국내은행'(D-SIB)과 완충자본, 바젤 필라2 등의 규제를 내년부터 시행하고 규제 수준을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회생·정리계획(RRP)은 오는 2017년말 도입을 목표로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레버리지비율과 장기 유동성규제(NSFR)는 오는 2018년 도입을 추진한다.
보험의 경우 연결기준 지급여력제도(RBC)와 자체위험·지급여력 평가제도(ORSA)는 각각 2016년, 2017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한다. 국제회계기준4(IFRS4) 2단계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확충방안과 원화대출약정 등의 항목을 신용공여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보험사의 경우 영업규제는 완화하되, IFRS4 도입과 RBC 도입 등 건전성 규제는 강화되는 것"이라며 "선제적 자본 확충을 위해 감독당국과 업계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역별 건전성 규제의 변경 사항을 존치·폐지·완화·강화 등의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은행·지주는 존치 2건·폐지 2건·완화 6건이고, 보험은 완화 8건·강화 3건, 금융투자의 경우 존치 9건· 완화 5건, 비은행은 존치 8건·완화 5건·강화 6건 등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장은 "국제 감독기구가 권고하는 건전성 규제를 충실히 도입하고, 국제 기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를 정비한다"며 "권역별 특성을 고려하되 합리적 이유 없이 차이가 나는 건전성 규제는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김영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29일 '건전성 규제 선진화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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