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진화하는 전통시장의 미래, '차별화' 가 답이다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2015-10-22 08:45:48 2015-10-22 08:45:48
요즘 전통시장을 예전과 비교해보면 정말 '신사'가 다 됐다. 비포장으로 질퍽했던 시장골목은 깔끔하게 포장되고, 골목 위로는 아케이드를 설치해 비가 내려도 장보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장을 꾸민 곳이 있는가 하면 자체 브랜드나 캐릭터를 만들어 유명세를 타는 곳도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004년부터 전통시장의 시설현대화 사업을 진행해온 결과로 직접 전통시장을 방문해 보면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전통시장의 진화는 겉모습에서 그치지 않는다. 2012년부터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는 소득공제 혜택이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됐다. 시장에 갈 여건이 안 되면 장보기 배송서비스가 제격이다. 소비자가 해당 지역 시장 콜센터에 주문하면 베테랑 주부 도우미가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대신 구매해 배송까지 해준다.
 
최근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통시장을 검색하거나 직접 결제할 수 있는 등 ICT 기술이 구현되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튼튼하게 구축하고자 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남대문시장, 제주 동문시장, 부산 국제시장, 대구 서문시장, 전주 남부시장(한옥마을), 청주 육거래시장 등 특색이 있는 시장에는 통·번역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지원하고 디자인과 ICT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으로 꾸미고 있다. 외국인에게 맞는 앱도 개발해 지도와 상품정보, 20개 외국어-한국어 통역 기능 등을 넣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에게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이다.
 
남대문시장, 국제시장 처럼 큰 규모의 글로벌명품 시장도 있지만 도심 곳곳에 숨어있는 '골목형 시장'을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서문시장(청주)은 삼겹살거리,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종로, 전 금천교시장) 등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 지역만의 명소가 되기도 했다.
 
전통시장이 더욱 특별한 것은 이같은 변화와 발전 속에서도 예전의 매력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선한 식자재를 어느 곳보다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9월 추석 제수용품 26개 품목에 대해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마트의 가격을 비교한 조사에서도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19.1% 저렴했다. 또한 지금도 전통시장에 가면 상인과 고객이 흥정을 하거나 덤을 주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 역시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오직 전통시장만의 문화다.
 
최근 전통시장은 내수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거점 역할을 요구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 유통업체에 비해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이에 공단은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색 있는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시장 내 제조업을 하려는 분들을 위해 '소상공인 사관학교'를 열고 5개월간 체험교육, 3개월 점포 임대 등의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고유한 개성과 특색을 키워나가는 전통시장의 모습을 구경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오는 23일부터 여수에서 개최되는 '2015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 참가하는 것도 좋겠다. 전국 17개 시·도 114개 시장 등 1만여명의 상인 관계자가 참여해 각 시장의 특산물과 풍성한 먹거리 장터를 마련했다. 관람객들의 눈과 입이 즐거운 박람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예로부터 우리의 전통시장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 세대의 추억이 존재하는 소중한 공간이며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럽게 선보일 수 있도록 진화를 거듭하는 곳이다. 이러한 전통시장 고유의 문화와 첨단 ICT 기술로 특색 있게 발전하는 전통시장의 대축제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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