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너무 비싸죠? 집값만 그러면 다행인데 전셋값도 도저히 감당이 안 되죠. 서울에서 말입니다. 누군가 그럽니다. 서울을 벗어나면 더 넓고, 더 쾌적한 환경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사실입니다. 서울을 떠날 수만 있다면.
KB국민은행의 통계상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5억1618만원이라고 합니다. 30대 직장인이 숨만 쉬면서 월급을 다 모은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 평균의 아파트를 마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한숨부터 나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6420만원. 역시 한숨부터 나옵니다. 3억원이 넘는 돈이 있으면 왜 전세를 살까 싶습니다.
서울에서 벗어나 경기도로 간다면 아파트는 얼마일까? 2억9135만원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의 반값 정도죠. 서울 전셋값보다도 쌉니다. 빌딩과 아파트로 둘러싸인 서울에 비해 뻥 뚫린 하늘이 막혔던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줍니다. 제가 아는 어린 친구들 중에 서울이 분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아마 학교에서 들었어도 잊었겠죠. 하늘을 봐야 고층 빌딩과 아파트로 가득하니 서울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 합니다.
다시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같은 값이면 서울 아파트보다 훨씬 넓은 집에서 살 수 있습니다. 많이 과장하자면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경기도의 평균 아파트 전세가는 2억1112만원입니다.
인천은 더 쌉니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2억1457만원. 역시 만만치 않은 금액지만 서울 생각하면 감당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천 평균가보다 많이 비싼 곳이긴 하지만 송도국제도시에 가보셨는지요. 가본 사람은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바다를 품은 정부 전략적으로 계획된 도시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인천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1억5029만원입니다.
업무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서울을 벗어나면 정말 주거만족도는 올라가겠구나'입니다. 그런데 더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서울을 벗어나면 정말 좋은 환경과 넓은 집이 널려 있겠지만 거기에는 직장이 없다"라고.
어떤 누군가는 더 이상 전세살이가 지긋해 경기와 인천으로 이전을 과감하게 감행합니다. 보통 이런 분들은 외벌이가 많은데요. 주거비를 절약한 돈으로 장거리 자가 교통비를 뽑고도 남는다고 합니다. 대신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누구보다 늦게 집에 옵니다. 녹초가 된 몸은 벌써 내일을 준비합니다. 이 대목에서 예전에 화제가 됐던 어린아이의 시가 생각나네요. 엄마는 나를 이해해줘서, 냉장고는 먹을 것을 줘서, 강아지는 놀아줘서 좋다.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역대 최장 전세난. 전세 실종. 손에 닿지도 않는 집값과 전셋값. 무리한 주택담보대출과 이자. 지옥같아도 서울을 떠나지 못하고, 집값과 전셋값을 지탱해주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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