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30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고인이 된 동료 서비스 기사 염호석씨의 영결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3년 7월14일 간접고용의 폐해에 시달리는 서비스 기사들은 희망을 봤다.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로 꼽히는 삼성에서, 그것도 서비스 기사들이 노조를 출범시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기사들이 결성한 노조로, 서비스 기사 두 명의 희생을 기반으로 일어섰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기사들이 간접고용 위치에 놓인 과정은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구조조정(외주화)을 단행한 다른 기업들의 사례와 비슷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의 서비스사업을 담당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삼성전자 자회사로 분리됐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센터 기사들은 하청(서비스센터) 소속으로 전환됐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전국의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는 지난해 기준으로 180여개, 여기서 일하는 기사는 1만여명을 헤아린다. 이중 절대 다수인 96%가 간접고용 노동자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노조 설립 1년 만인 지난해 6월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첫 임금 및 단체협약에 나섰다. 당시에는 교섭권이 없던 서비스지회를 대신해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경총과 임단협을 벌여 기본급 120만원 및 건당 성과급 2만5000원(평균 단가) 지급, 폐업센터의 고용승계 등에서 합의를 이뤘다. 9월부터 11월까지는 서울·경기·중부·남부 등 권역별로 세부 임금을 논의하는 후속교섭을 진행했다.
또 올해 4월에는 기본급을 올리고 가족수당 2만원을 신설하는 내용의 2차 임단협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경총과 금속노조가 아닌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사장들과 서비스지회가 직접 교섭을 벌였다. 이런 과정들을 보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기본급과 성과급, 고용안정, 노조활동 인정 등의 성과를 거두고 교섭권도 인정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한계도 뚜렷하다. 우선 지난해 6월28일 진행된 역사적 첫 협상이 블라인드 교섭으로 진행됐다. 여론의 눈치를 본 삼성이 비공개 교섭을 원했고, 금속노조 측에서도 비공개 교섭을 거부할 경우 교섭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교섭 방향과는 다르게 노조 와해 움직임도 진행됐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는 "2014년 6월 교섭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전체 조합원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단체협약을 마련했으나 임단협 이후 일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가 노조 탈퇴를 유도하기 위해 애초 합의된 서비스센터 폐업 때 고용승계 원칙을 깨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원청의 책임성 강화, 서비스센터 폐업에 따른 고용승계 보장 법제화, 노조의 파업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원청과 서비스센터가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제재하는 법안 등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비스지회가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나 삼성전자 등과 직접 교섭을 벌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사장과 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도 어디까지나 삼성전자서비스와 계약을 맺은 하청에 불과해 노동자 처우 개선에 관해 큰 결정권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문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장은 "노조는 원론적으로는 원청과 대화를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서비스센터의 다단계 구조 속에서 서비스센터 사장들과만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청이 하청과 노조를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센터 폐업인데, 이 부분도 임단협 교섭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료/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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